23분기 동안 5조원 적자낸 모바일 사업부
후보자와 매각 논의에 협상 난항 겪은 듯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아직 확정되지 않아"

LG전자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모습.
LG전자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모습.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인수후보자와 만나 매각을 논의했으나 협상에 난항을 겪자 철수를 적극 검토했다는 소식이다.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모바일(MC) 사업부의 정리를 추진 중인 LG전자는 인수후보자인 베트남 빈그룹, 독일 폭스바겐 등과 접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 1월 MC사업본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스마트폰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한 바 있다.

이후 업계에서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통매각, 분할매각, 철수 등을 거론했다. 결국 매각 진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스마트폰 사업의 철수가 유력해졌다는 전언이다.

조용하게 물밑 작업 형태로 이뤄져야할 M&A(인수합병)가 언론에 노출되고 이를 LG전자가 인정한 상황에서 매각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인수 후보자들이 특허 등 지식재산(IP)까지 요구했으나 이를 계속 보유하려는 LG전자와 입장이 갈린 것으로도 전해진다. 최근 독일 특허조사기관 아이피리틱스(IPlytics) 조사에 따르면 LG전자는 3700여건의 5G 표준특허를 보유해 글로벌 3위를 기록했다.

다만 LG전자도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확정될 경우에도 전면 철수이냐, 혹은 부분 철수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만약 부분 철수가 이뤄진다면 CES2021에서 호평받았던 롤러블폰이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LG전자가 부분 철수가 이뤄진다면 해외 자산과 지적재산권의 분할 매각 역시 가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2014년에 노키아 휴대전화사업부를 72억달러(7조8000억원)에 인수하면서 2년 뒤 노키아의 저가 피처폰 사업부를 떼내 폭스콘에 3억5000만달러(약 4100억원)에 매각했다.

LG전자가 세계 최대 정보통신·가전 전시회인 CES 2021에서 공개한 롤러블 스마트폰의 펼쳐진 모습.
LG전자가 세계 최대 정보통신·가전 전시회인 CES 2021에서 공개한 롤러블 스마트폰의 펼쳐진 모습.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살리기 위해 폼팩터 혁신 등 ‘익스플로러(탐험가)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LG 윙을 출시했고 LG롤러블 폰 등 혁신 제품 개발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삼성전자가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고 중저가 시장은 중국 업체의 공세가 심화되며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

MC사업본부는 적자 이후 인력이 꾸준히 줄어들면서 2015년 7427명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3719명으로 5년 새 절반가량 줄어든 상황이다.

LG전자는 다음 달 5일 이사회에서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MC사업 본부의 인원은 모두 다른 부서에 이동 배치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돼 권봉석 LG전자 사장도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오는 24일 열리는 주주총회 주요 안건에 MC사업부 관련 내용을 공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요 이슈인만큼 관련된 이야기가 어느 정도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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