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에 무주택자 주거안전판 담아야

3기 신도시 기본구상 (국토교통부)
3기 신도시 기본구상 (국토교통부)

[스트레이트뉴스=한문도 선임기자] 참여연대와 민주변호사모임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과 이들의 친인척이 대량의 땅(약 7천평 규모)에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 한 달이 가까이 온다. 이 의혹에 전 국민은 충격을 받았고 허탈해 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행위도 충격이었지만 '지분 쪼개기'와 '묘목보상가 활용수법' 등 투기 수법의 치밀함과 교활함에 국민은 치를 떨며, 분기탱천했다. 나아가 LH 전직원과 관계 부처, 그리고 현 정부를 부동산투기의 공동범죄집단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여기에 국가부동산정책의 수장인 국토교통부 장관마저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거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는 상식 이하의 과거 LH 부하직원 두둔성 발언을 한 데 이어 일부 직원들의 “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 “어차피 한두 달이면 지나갈 일, LH 직원은 투자하면 안되나” 등 직원두둔과 국민조롱 조의 커뮤니티 발언 등이 나오면서 국민 분노는 커갔다. 결국 국토부장관 '조건부 사퇴'라는 수습성 상황이 연출하면서 일부 시민들은 '3기 신도시 철회'를 주장하기 시작하였고 2·4 대책의 차질 없는 업무 진행에 대한 신뢰성마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LH 해체수준의 조직개편과 철저한 수사를 천명하였으나 믿고 맡긴 공직자들의 정보를 악용한 국민 배신행위에 대한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LH 발 투기사태로 인해 정부가 '부동산 적폐청산'을 내세우며 전방위 조치들을 내놓았다. 변창흠 장관의 조건부 사퇴 수리에 이어 대통령의 국민 사과와 함께 의혹 제기 일주일만인 3월 10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구성, 수사 착수를 시작하였다. 국회에서는 신속한 투기 재발 방지 법안을 진행 중이다. 

이어 국회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사태와 관련한 모든 형태의 투기 재발을 막겠다며 부동산 관련 부처·공공기관 직원 재산 등록 의무화,- 미공개 정보이용 투기 시 5억 벌면 벌금 25억에 최고 무기징역 및 몰수 및 추징, LH 10년 내 퇴직자·정보 받은 제3자 처벌 등의 내용 등으로 이른바 '투기·부패방지 5법' 중 공공주택 특별법·한국토지주택공사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부동산거래법 등도 3월 중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투기에 악용되는 농지법의 허술한 법적 행정적 시스템 관련 개정안도 의결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투기행위자들에 대해 소급효 금지의 원칙을 들먹이며 소급이 어렵다는 집권여당 한 의원의 발언이 나왔다. 소급적용이 어렵다는 방향을 취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민심은 “속 빈 강정”, “ 이번 사태 관련자들에겐 유명무실한 변죽만 요란한 대책"이라는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한문도 한국부동산경제협회장
한문도 한국부동산경제협회장

국민의 법 감정은 격해져 갔다. LH의 투기 공직자들은 국민 배신행위로서 평생 급여보다 많은 이득을 취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이 못 믿을 공직자라고 본 데 따른다. 민심은 공복들의 공정과 정의에 의구심을 표시하며,정치권의 소급 회의론에 분개했다.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모든 국민이 아는 법 원칙이다. 그러나 이는 원칙일 뿐이다. 우리는 친일파 재산몰수와 전두환 재산몰수 즉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통해 이미 소급을 한 적이 있다. 이를 진정소급입법이라 한다. 이는 이미 완성된 사실 법률관계에 대해 소급하여 입법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부진정소급입법은 과거에 시작되었으나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대해 입법을 허용하는 것으로 3기 신도시의 토지보상은 이에 해당한다. 즉 부진정 소급입법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공직자들을 처벌할 수 있고 부당이득에 대해 몰수와 함께 추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민심이 더 악화되는 것을 느꼈을까?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인 이낙연 당대표가 3월 27일 부랴부랴 “LH 부당이득, 소급적용해 몰수하겠다”며 소급적용이 빠진 부패방지 5법의 부족함을 지적하고 법의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이어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이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문 정부는 LH 일부 직원의 부동산투기 의혹에 대한 초기 대응에 실패한 이후, 국민과 대화하고 공감할 신속한 조기 대응과 함께 재발 방지책 마련에도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현장소통의 빈곤과 부재라는 지적을 받아온 문 정부의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국민 눈치를 보다가 뒤늦게 소급적용을 통한 투기행위 관련 재산몰수 및 추징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레임덕 현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정부 탄생의 원천은 적폐청산을 내세운 민심이었다. 부동산 가격폭등에 민심은 점차 이반하더니, 급기야는 LH발 부동산투기로 하나둘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사태로 심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민심의 인내가 한계에 이른 것이다. 뒤늦었지만 소급적용 추진의  의지 표현은 모든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바의 수용이기에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1968년 착수한 서울 강남 영동토지구획정리사업.
1968년 착수한 서울 강남 영동토지구획정리사업.

6.25전쟁의 폐허에서 한국인은 고달픈 삶을 벗어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이른바 도시화다. 당시 돈과 기회는 서울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서울은 1953년 100만여명에서 1960년과 1970년 각각 245만명과 550만명으로 20년 사이 인구는 4.5배가 급증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서울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은 500만명과 1,000만명 돌파의 전후 시기에 강북과 서울에 늘어난 인구와 가구를 주체할 수 없어 강남 영동과 1기 신도시의 개발을 본격화했다. 당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서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부동산시장은 권력층 축재의 큰 축이었다. 어찌 보면 지금의 LH의 부동산투기는 당시 부패권력의 초대어급 축재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 피라미급 수준이다.

개발년대에 서민이 굶주림 탈출을 위해 안간힘하는 사이, 정계와 재계 등 권력층의 끊없는 욕망은 부동산시장에서 채웠다. 지금의 부동산투기 공화국은 당시 개발정보의 독과점과 권력층 간의 비호, 정경유착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지공개념은 박정희 정권 이후 역대 정권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 1989년 노태우 정부 때 '토지공개념 3법'이 발효되기도 했으나, 이는 부동산 가격 폭등 때마다의 내놓은 가격 억제책의 단골 메뉴에 그쳤다. 

이웃나라 중국에서 부정축재 게이트가 부동산이듯 개발년대 이후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였다. LH 일부 직원의 부동산투기는 개발년대부터 권력층에 기생한 투기꾼들이 써먹었던 수법으로서, 수서택지개발 비리 등 과거 대형 부동산관련 투기사고와 비교하면 일탈 수준에 그치는 정도다. 현재 지자체의 크고 작은 개발사업뿐만 아니라 주거와 도시의 정비 등 민간 도시개발에서의 땅값 부풀리기를 통한 부동산투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LH 일부 직원의 부동산투기는 직전 정권과 지금 정부의 크고 작은 개발사업에서 자행되는 사례에서 보면 빙산일각이다.

성난 민심은 부동산투기를 적폐청산의 핵심으로 삼는다. 민심이 용서치 않는 부동산투기는 사태와 원인 조사, 투기자 발본색원, 재발 방지책의 수립과 이행의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줄여나갈 수 있다. 특히 국민의 공복인 중앙과 지방 정부, 공기업이 나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열 수 있다. 이번 LH 사태는 우리 사회가 공정사회로 나아가고 일부 썩은 공공기관의 적폐세력들을 다시는 발 못 붙이게 하는 전화위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소급입법을 잘 마무리, 여야 할 것 없이 성역 없는 수사로써 일벌백계, 새로운 공직사회에 대한 기강을 잡고 국민에게 공정사회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실직고하건데 부동산투기에서 자유로운 권력은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서는 안된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건설을 늦춰서는 아니될 일이다. 집값 폭등에 박탈감이 깊어가는 청년 등 무주택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이들이 편히 내집으로 삼을 수 있는 보금자리를 3기 신도시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는 권력자들이 속죄의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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