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창립한 웹젠 노조 "성과 분배 공정치 않아"
게임업계 임금 상승했지만 직원 간 임금·보상 편차 커
52시간 근무제 시행에도 포괄임금제·근무형태 불만 여전

민주노총 화섬노조 제공
민주노총 화섬노조 제공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최근 게임업계에 노동조합 설립과 포괄임금제 해제 등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 SK 등에서 시작된 연봉 인상이 게임업계에도 불어닥치며 임금 상승이 연쇄적으로 일어났지만 임금 계약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 아닌 단체 행동으로 진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 5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은 웹젠 노조 ‘웹젠위드(WEBZENwith)’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웹젠은 3D 온라인 게임 '뮤(MU)'로 잘 알려진 중견 게임사다.

웹젠 노조는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에 이어 게임업계에 네번째로 설립된 노조다.ㅜ웹젠 직원들이 창사 21년 만에 노조를 만든 이유는 성과 분배가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나왔기 때문이다.

웹젠위드 관계자는 “지난해 노사 공동노력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많은 성과를 이뤘는데,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측에 평가 기준 공개, 불투명한 조직 운영 개방, 노사 임직원 간 공정한 소통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웹젠 노조의 설립으로 연쇄적 노조 설립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가 2018년 9월에 노조를 설립한 이후로 웹젠은 중견회사로는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됐다. 20년 차 기업인 웹젠에서도 노조가 설립된 상황에서 자극받은 타업체 직원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요가 급등하면서 게임업계가 지난해부터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는 점도 노조 설립 이유로 꼽힌다.

웹젠의 경우는 지난해 뮤와 R2M 등 게임으로 지난해 매출 2940억 원, 영업이익 10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7%, 109%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웹젠은 직원들에게 연봉 2000만원 인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인상이 직원들의 연봉 일괄 상승이 아니라 개발, 퍼블리싱(게임유통) 사업부에만 집중되고 타 부서간 격차가 커지자 내부 불만이 제기됐다.

또 소수의 임직원들만 수억원대의 성과급을 받고 직원 대다수가 몇백만원 수준에 그치는 성과급을 받아갔다는 점에 대해 불만도 나왔다.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는 유저들. 연합뉴스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는 유저들. 연합뉴스

다른 게임사가 직원 연봉을 일괄상승시킨 것과 비교해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넥슨은 지난달 1일 전직원의 연봉을 일괄 800만원 인상하고 개발직군의 신입사원 연봉을 5000만원으로 인상했다.

이어 넷마블·컴투스·게임빌·스마일게이트도 연봉 800만원 인상 계획을 밝혔고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연봉 2000만원을 인상했다.

엔씨소프트도 지난 11일 개발직군 1300만원 이상, 비개발직군 1000만원 이상의 연봉인상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대졸 초임제를 폐지하며 신입사원의 연봉상한선을 없앴다.

연봉인상 이후에는 각 업체별 대규모 채용계획이 나오면서 개발자 중심으로 인원 충원 경쟁이 펼쳐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이저 게임사가 높은 임금과 보상안을 내놓은 것과 달리 중소게임사는 보상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실적은 냈지만 그만큼 성과를 못 내는 상황에서 내부 반발이 커진 상황이다.

게다가 국내 게임업계는 ‘크런치모드’(게임 출시 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장시간 개발에 몰두하는 근무형태)가 관행으로 굳어졌다. 지난 2018년에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게임업계도 처우나 근무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크게 변화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더욱 고조된 상황이다.

아울러 게임업계의 해묵은 문제인 ‘포괄임금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포괄임금제는 야간근로 등에 대한 시간외근로 수당을 급여에 포함하는 임금제도를 뜻한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지난해 10∼11월 판교 지역에서 IT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해보니 응답자 809명 중 약 46%가 "포괄임금제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2%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19년에 넥슨과 넷마블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이후로도 여전히 중소게임사에서는 포괄임금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업체 입장에서도 억울한 부분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게임이 수혜를 입기는 했지만 중소게임사에게 돌아온 혜택은 적고, 기업 매출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해묵은 문제인 포괄임금, 노조 설립 미흡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게임업체도 지속적 매출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직원들이 원하는 수준의 보상을 모두 맞춰주기는 어렵다.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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