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C, LG-SK 배터리 분쟁에 LG 손들어
SK 배터리, 미국서 10년간 수입금지 조치결정
바이든 거부권 행사시 SK이노베이션에 유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분쟁에 개입 여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회생할 수 있다. 반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LG에너지솔루션이 더욱 유리한 입장에 서 SK이노베이션에 더 많은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에 대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영업비밀 침해' 최종 판결과 관련해 11일(현지시간)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ITC는 지난 2월 10일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품, 소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금지를 명령했다.

다만 미국 고객사들을 우려해 포드와 폭스바겐 일부 차종에 대해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명했다.

ITC가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남아있어 두 업체는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수입금지 조치가 무효가 돼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기사회생’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은 유리한 고지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에 나설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바이든 정부의 미국 중심의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을 들어 거부권 행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양사는 바이든 행정부와 인맥이 있는 전직 고위급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캐롤 브라우너, 샐리 예이츠 등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고위당국자들을 고용했다. 이들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캐롤 브라우너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환경보호국(EPA) 국장,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실 책임자를 지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 고문으로 영입된 샐리 예이츠는 오바마 정부에서 법무부 부장관을 지낸 뒤 바이든 정부에서 법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된 인물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오바마 정부에서 에너지 장관을 지냈던 어니스트 모니즈를 통해 자사에 유리한 입장을 이끌어 내고 있다. 어니스트 모니즈는 LG에너지솔루션에 등록된 로비스트는 아니지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ITC의 결정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미국 시장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요구하는 배상금 약 3조원을 모두 지불하는 것보다 미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더 낫다는 계산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1·2공장을 짓고 있는데 여기에 투자한 비용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양사간 분쟁에서 영업비밀이 아닌 특허침해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도 유리한 측면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지금까지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없어 ITC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초에 합의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나 금액 차이가 커 협상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합의금으로 1조원을 제시했으나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 이상을 요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