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아모르이그잼 공무원학원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설 연휴도 잊은채 공무원시험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에 역대 최대 인원인 22만2650명이 지원해 5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6.02.09.ⓒ뉴시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회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3세∼19세 청소년이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은 국가기관(공무원)으로 23.7%였다. 다음으로 공기업(19.5%), 대기업(18.7%), 외국계기업(6.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보수가 좋고 안정된 일자리에 대한 쏠림 현상은 무려 68.6%이다.

데이터정치연구소(소장 최광웅)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휴먼리서치에 의뢰하여 지난 4월 2일 하루 동안 여론조사(표본수 전국 1005명, 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 포인트, 조사방법 휴대전화 RDD/ARS, 응답률 3.41%)를 실시한 결과, 우리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31.3%)은 공무원·교사·공기업 직원이었다. 이어서 대기업의 사무·경영·관리직(11.7%)이었고 부동산 임대업·판매 서비스직도 10.4%에 달했다. 이른바 수입이 많거나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무려 53.4%, 과반수로 나타나고 있음은 여론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한편 4월 1일 마감된 서울시 지방직 공무원(일반행정) 7급 공채는 41명 모집에 1만 1819명이 응시해 무려 288.3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해(2284명)보다 선발 인원을 595명(26%)이나 대폭 줄였지만 접수인원은 1만 6765명이 늘어나 이 같은 천문학적인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지난 2월 1일 마감된 국가직 9급 공채 때도 4120명 선발에 역대 최대 인원인 22만 2650명이 접수해 54.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N포세대 청년들이 9급 공무원으로까지 몰리는 까닭에 응시자 수가 지난해보다 무려 31,663명이 늘어난 것이다. 지원자들의 평균연령도 28.5세로 2015년에 이어 28.6세와 비슷했다. 이렇듯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십만명의 대졸자들이 보통 5수 또는 6수를 하면서까지 장기 응시를 하게 되므로 국가의 성장 동력 확보에는 계속해서 악순환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자수는 전년 대비 7만 6천명 증가한 56만명이다. 따라서 청년실업자의 약 40%가 공무원시험에 매달려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6년 공무원 9급 1호봉 기본급은 약 132만원원이다. 여기에 각종 수당과 복지포인트 등을 다 합하면 연봉이 약 2500만원 정도이다. 2500만원으로 시작하는 연봉은 승진 또는 임금인상이 없어도 자동승급이 되므로 해마다 6~8만원씩 기본급이 오르게 돼 있다.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6급까지는 자동 승진도 보장이 되고 승진에 따른 기본급 인상도 뒤따른다. 거기에 20년 이상을 근무하면 공무원연금 평균 수령액(2014년 기준)이 235만원이다. 20대 청년들이 수십 대 1,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노량진 공시족으로 5년 내지 6년씩 고생하는 것은 바로 이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이다.

‘2013년 공무원연금공단 결산자료’에 따르면 이미 3년 전 전국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의 26.8%가 6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고, 26.2%는 4800만원~6000만원 사이의 연봉을 받았다. 이 당시 300인 이상 대기업 종사자의 연봉 평균이 5364만원이었는데, 대기업 직원보다 높은 보수를 받는 공무원들이 이미 절반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

인사혁신처가 고시한 2016년 전체 공무원의 기준연봉은 5772만원이다. 여기에 정액급식비, 직급보조비, 복지포인트 등 인건비성 경비 등을 모두 합하면 평균 6천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2016년 2월 현재 국가직 및 지방직 공무원(정규직)은 약 101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수(2541만명)의 4%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체 국민의 극히 일부만이 이와 같은 현대판 양반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역시 청년들이 선호하며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313개 정부 산하 공공기관 직원(정규직 약 27만명)의 평균 연봉은 2014년 기준으로 6295만원이었다. 평균 100만원 이상의 복지포인트와 각종 인건비성 경비를 포함하면 웬만한 기관은 7000만원을 상회한다. 따라서 공무원보다는 한 단계 높은 임금수준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야 3당은 실업 상태에 신음하는 청년들을 향해 수많은 공약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청년의무고용할당제 기간연장과 의무비율 확대 등이다. 그러나 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성숙되지 않은 빌 공(空)자 공약(空約)일 뿐이고 청년들의 마음만 흔들어놓고 있을 뿐이다.

2014년 말을 기준으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공공부문 정원은 약 30만명이다. 여야는 2013년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개정했다. 30인 이상 공공기관이 매년 정원의 3% 이상 청년을 채용하도록 ‘노력’ 조항을 ‘의무’ 조항으로 바꾸어 금년 말까지 3년 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용부 장관은 매년 미 이행 기관의 명단을 공표하고, 경영평가에 그 실적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 첫 해인 2014년에는 391개 대상기관 중 25%(100개)가 기준을 미달했다. 고용부가 미 이행 기관에 그 사유를 조사한 결과, 26.9%가 ‘결원이 없다’고 응답했고 11.8%는 ‘업무 축소 등으로 신규 채용이 곤란했다’고 답했다. 심지어 한국폴리텍대학과 한국기술교육대 등 고용부 산하기관조차 의무비율을 채우지 못했다.

따라서 지난해 12월 6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공공기관 청년 미취업자 고용의무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공공기관 청년 고용의무할당제는 고용효과가 아주 미미하다고 밝히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 청년 신규채용은 2013년 1만 691명에서 2014년 1만 4529명으로 3858명(4.8%) 늘었지만, ‘상징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강제 의무가 없던 2012년~2013년에도 청년 채용은 3%를 넘겨서, 강제 효과는 1% 내외(3000여명)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2014년 기준 청년 실업자(명목)가 39만 300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극소수 청년 미취업자만 법률의 혜택을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청년실업자는 39만 7000명, 청년 실업률은 9.2%다. 청년실업률 통계를 따로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하지만 사실상 실업상태인 취업준비생과 단기아르바이트생 등을 모두 포함하면 체감 실업률은 21,8%, 실질 청년실업자는 108만 9000명으로 집계(한국통계진흥원 계산)돼 공식 청년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고백처럼 금년 말로 제도시행이 만료되는 공공기관 청년의무할당제는 그 도입취지와는 달리 겨우 연 3000명 혜택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은 공공기관 및 300인 이상 대기업에 매년 5% 이상 청년 정규직 고용을 공약했다. 공공기관은 1만 5천명, 민간 대기업은 23만명 등 합계로 매년 24명 5천명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경우,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처럼 3%일 때도 강제효과는 3000명이었으므로 이를 5%로 늘려도 9000명에 불과하게 된다. 즉 6000명은 허공에 붕 뜨게 되는 셈이다.

두 번째로 민간 대기업의 경우, 고령자고용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이전까지 55세에 불과했던 정년이 금년 1월 1일부터 공공기관 및 300인 이상 대기업에 강제로 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은 이미 고용에 관한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터에 또 다시 시장질서에 반하는 규제를 감내해낼 수 있을까? 더구나 그것도 정규직을 강제한다니? 대기업은 2015년 3월 현재 종사자 459만명 중 무려 39.5%가 비정규직이다. 2015년 300인 이상 대기업 상용직 평균연봉은 6020만원으로 1인당 국민소득의 2.03배였다. 그만큼 우리 대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결코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3년간 한시적으로 민간대기업에 청년고용 할당제를 3%씩 적용하여 1년에 8만 4천개를 비롯하여 총 25만 2천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역시 전형적인 반시장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 기간 중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2.98%에 그쳤고 지난해에도 세계적인 경제침체 속에서 성장률은 2.6%에 그쳤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투자와 채용에 머뭇거리고 있다.

상위 30대 그룹들조차 2014년에는 전년보다 10% 이상 축소한 12만명 채용에 그쳤고 2015년과 2016년에는 6만명 수준으로 대폭 감축했다. 이는 경기 부진을 반영한 것인데 국회가 민간기업에 강제로 채용을 강요할 수 있는가?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의무비율을 5%로 상향하고 민간기업에서도 1000인 이상 사업장부터 5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순차적으로 적용해 나가겠다고 한다. 1000명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연간 5만 5천 명, 5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면 8만 3천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이 역시 자유시장 경제체제에 반한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정규직이면서 공공부문, 대기업, 금융ㆍ보험 등에 속하는 청년층 선호일자리는 약 300만개이다. 전체 취업자수 2586만명의 겨우 11.6% 수준에 불과하다.

2016년도 우리 청년들이 선호하는 공무원 및 공공기관 신규채용 인원은 4만명 남짓이다. 주요 30대 그룹의 신규채용 인원 역시 6만 5천명 정도이다. 이 둘을 합해도 10만여명으로 대학(대학원) 졸업자 56만명은 물론이고 기존에 누적돼 있는 청년실업자 110만명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러므로 이 10만개의 일자리를 얻는 청년들이야말로 바로 현대판 양반고시에 통과되는 케이스다. 그런데도 청년의무할당까지 하겠다는 발상이라니. 어찌 그것이 청년 일자리정책인가?

 

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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