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7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유적지에서 열린 다산 정약용 선생 180주기 묘제를 마친 후 강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6.04.07.ⓒ뉴시스

필자의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점에 있어선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그러나 기분 좋은 일이다. 국민의 선택이 너무나 위대하고 현명했기 때문이다. 

4.13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나타났다. 

과반의석을 꿈꾸던 새누리당은 원내 제1당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에 내주어야 했다. 유권자들이 오만한 ‘친박 패권주의’를 심판한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원내 제1당이 되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했으면서도 정작 야당 텃밭인 호남에선 더민주 후보들을 궤멸시키는 방식으로 유권자들은 ‘친노 패권주의’를 심판했다. 

먼저 새누리당은 야권이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으로 분열돼 있는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임에도 참패했다는 점에서 뼈아픈 자기반성이 따라야 한다. 

이는 배타적인 친박 세력의 발호(跋扈)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의 분명한 경고다. 

또 더민주가 이번에 원내 제1당이 된 것은 축하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당 지지율에 있어선 새누리당에게 밀렸다. 원내 3당인 국민의당과도 동률이다. 특히 호남에선 참패했다.

광주에선 8곳 모두 전멸했고, 전남은 10곳 가운데 고작 한 곳에서만 승리했을 뿐이다. 전북에서도 10곳 가운데 2개 선거구에서 승리한 게 전부다.

이 같은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친노 수장인 문재인 대표에게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를 찾아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은퇴를 하고 대선에도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약속대로 정치은퇴를 선언하고, 대선에도 불출마하라는 국민의 뜻이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야당은 지지하지만 더 이상 친노 패권주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유권자의 뜻이 이런 오묘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당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물론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훌쩍 뛰어넘어 38석을 차지한 것은 대단한 일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지역구 의석을 보면 호남에서 23석이고, 나머지는 서울의 안철수 대표 지역구인 노원병과 김성식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관악갑 등 고작 2곳에 불과하다.

전국 정당을 표방했지만 ‘호남자민련’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야권은 어떤 식으로든 새롭게 재편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기적을 만든 6명의 후보가 있다. 

새누리당에 있어서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릴 만큼 여당초강세 지역인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승리한 더민주 김병욱 후보와 여당 전통 텃밭인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된 더민주 전현희 후보다. 

그리고 더민주 후보로서 광주와 전남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개호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로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안철수 대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승리한 김성식 후보도 기적을 이룬 후보로 꼽힌다. 대구의 김부겸 후보와 부산의 김영춘 후보의 당선도 기적이다.

이들 후보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지지를 받은 후보들이라는 점이다. 

김병욱 당선자는 아예 ‘제2의 손학규’라는 점을 내세우고 선거운동을 했다. 그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손 전 대표는 경기 광주을에 출마한 임종성 더민주 후보가 부친상을 당해 상가에 가기 위해 강진을 떠나는 길에 김병욱 후보와 이찬열 의원을 격려하기 위해 선거사무실을 방문했다.

그 결과 임종성 후보, 김병욱 후보, 이찬열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전현희 후보는 손 전 대표를 대신해 송태호 전 장관이 두 번이나 찾아가 지지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전현희 후보 캠프에 손학규지지 그룹인 ‘학규마을’주요멤버가 합류해 도왔다. 그게 강남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개호 후보와 김성식 후보 역시 손 전 대표의 최 측근인사로 손 전 대표의 지지를 받았다. 

김부겸 후보와 김영춘 후보도 손학규 전 대표와 결을 같이 하는 당선자들이다.

그렇다면 친박과 친노가 모두 국민의 심판을 받은 지금, 야권이 누구를 간판으로 세워 진용을 새롭게 짜야 할지 분명해 진 것 아니겠는가. 다만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인 그를 누가 어떻게 설득해 정계에 복귀 하도록 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고하승 시민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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