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만큼만 투표하면 여든 야든 한국의 정치권도 젊은이들을 위한 정책경쟁의 장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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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결과가 야권분열로 인한 일여다야 구도 속에서 여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깨고 오히려 여당의 참혹한 참패로 끝났다. 만약에 야권이 선거구별 자발적 단일화만이라도 되었다면 적어도 20개 이상의 의석을 더 얻을 수 있었던 선거였다.

이는 오만한 여당을 심판함으로써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탄핵한 것이나 다름없는 거사였고, 위대한 국민이 승리한 감동의 드라마이자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

이번 선거혁명의 주인공은 젊은세대였다. 20~30대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지난 19대 때보다 6~13%나 높아진 것이 가장 큰 공이라 단언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동안 정치와 선거에 무관심하던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다. 정치와 정책이 자신들의 삶과 많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달은 결과였다.

거기에 각 대학 총학생회는 물론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 민달팽이유니온 등 청년 단체들이 나서서 SNS 등을 통해 투표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젊은이들의 높은 투표율은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정당의 지역구도를 허무는 뜻밖의 성과도 거두고 있다. 지역적 연고와 정서에 얽매여 있지 않은 20~30대가 집권여당의 실정에 대해 잘 판단해줬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적극적 투표로 여소야대가 되자 벌써부터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자신의 공약을 뒤집어 엎고도 불통으로 일관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알리는 신호탄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조·중·동과 종편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다.

그들은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180~200석을 얻을 수 있다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발언을 경마 중계방송 하듯이 보도하는 등 정권비호의 수문장들이었다. 한데 선거 후 태도가 확 바뀌었다.

특히 조·중·동의 거침없는 박 대통령 초토화는 며칠 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조선은 “박근혜 대통령과 진박이라는 사람들 때문에 졌다”며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동아는 “야당까지 아우르는 탕평인사와 함께 전면 개각으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며 거국내각을 주장하는가 하면, 중앙은 “민심은 사나웠다. 오만한 사육사를 물어버리는 맹수와 같았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고 몰아붙였다.

세월호 가족을 비난하고 폄하했던 종편에서는 사회자들이 세월호참사 2주기인 4월16일엔 노란리본을 달고 방송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도도하지만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격언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20대 국회는 박근혜 정권이 헌신짝처럼 버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실현이 물론 중요하다. 또한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무너진 민주주의의 기틀을 회복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비롯한 수많은 악법들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선거제도 개혁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뼈를 깎는 반성과 함께 젊은이들의 무엇을 바라는 가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며, 야권 또한 여소야대를 만들어 준 젊은 세대에 감사하고 그들의 요구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젊은이들이 지른 성난 함성은 무책임한 집권세력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의 선거혁명으로 모든 것이 확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의 실마리와 원동력은 충분히 될 수 있다.

4.13 총선에서 20~30대 투표율이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아직 50%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80%대 후반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프랑스만큼만 투표하면 여든 야든 한국의 정치권도 젊은이들을 위한 정책경쟁의 장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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