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나스닥 상장 시가총액, 국내 빅4 공룡의 8배 수준
미증시 쿠팡 평가, 코리아 오너리스크 폐해 시정의 계기 삼아야

쿠팡이 미국 뉴욕시장에서 무려 1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쿠팡의 글로벌 유통기업의 자리매김은 재벌 공화국인 한국의 경제와 산업의 제도와 법, 영업 등의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쿠팡의 미국 상장 성공이 대한민국 국익과 관련해, 좋은 일인지 아니면 나쁜 일인지 분간이 쉽지 않다고 말하거나, 쿠팡이란 기업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체성부터 혼란스럽다는 평가도 오가는 요즘. 쿠팡Inc.의 미국 상장은 대한민국 산업과 금융, 사회 등 제반 환경에 일파만파의 변화를 촉발할 전망이다. 주요 테마별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순서]

1. 쿠팡의 정체성과 내국법인 역차별 이슈

2.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ISD) 위험 노출

3. US Sox와 FCPA 영향력

4. 쿠팡Inc.의 상장을 계기로 본 오너리스크

[스트레이트뉴스=이호연 선임기자]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잉크가 미국 뉴욕 증권시장(NYSE)에 상장해 무려 10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 평가를 받았다.

쿠팡은 3월 11일 NYSE 상장 첫날, 공모가 35달러의 배 가까운 63달러의 시초가를 기록한 데 힘입어 49달러의 종가로 세계 경제의 중심인 뉴욕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쿠팡 주가는 이후 등락을 거듭하더니 4월 13일 32달러로 하락, 곤두박질했다. 기대 이하의 1분기 실적 발표에다 JP모건이 가치평가에 대해 거품론을 제기한 데 따른다. 20일 현지시간 쿠팡의 종가는 38달러대를 기록, 공모가에서 3달러를 웃돌고 있다.

국내 주요 유통기업의 시가총액은 이마트 4조7천억원, 롯데쇼핑 3조 5천억원, 신세계 2조 7천억원, 그리고 현대백화점 2조원 순이다. 쿠팡의 NYSE 첫날 종가는 국내의 이들 4개사의 시가총액 합계보다 8배가 넘고, 20일 종가 기준으로는 7배 가까이 큰 금액이다.

우리나라에 상장된 코스피 유통업종 65개 종목의 시총을 합친 73조 원보다도 많은 쿠팡의 시가총액인 셈이다.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이마트가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2월말 현재 국내에 160개에 달하는 대형마트를 보유하고 있다. 종속기업으로는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포함해 10개에 달하는 유통기업, ㈜신세계조선호텔, IT서비스업 ㈜신세계아이앤씨, 식음료업 분야의 ㈜신세계푸드와 ㈜신세계엘앤비, 건설분야의 신세계건설㈜, 해외에는 E-MART VIETNAM CO.,LTD.를 비롯해 6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어마어마한 공룡기업이다.

쿠팡의 누적 적자가 지난해 말 기준 4조 7천억원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시가총액은 이마트보다 21배 이상 크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동일한 투자금액으로 어느 기업을 인수하기를 원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다수는 이마트를 선택했을 것이다. 결국, 쿠팡이 국내에 상장했더라면, 이마트 시가총액보다 높게 평가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쿠팡은 기껏해야 물류센터 몇 개를 가지고 있지만, 이마트는 전국 주요 도시에 수백 개에 달하는 대형판매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더 선호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가치 평가 측면에서 이런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요인은 무엇인지 하나씩 짚어보자.

쿠팡 주가, 거품 있나 없나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은 지난해 연간 거래액 기준, 네이버 30조원, 쿠팡 22조원, 그리고,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 20조원이다. 지난달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예비입찰을 마감했는데,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 인수 가격이 5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쿠팡의 성장률이 가파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쿠팡의 높은 기업가치에 대한 설명이 되질 않는다.

인터넷 시장이 성장하면서 1995년부터 2000년에 걸쳐 형성된 거품 경제 현상을 닷컴 버블이라 부르는데, 풍부한 유동성 탓에 현재 증권시장에 많은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닷컴 버블 현상이 우리나라보다 미국 증권시장에 더 많이 끼어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정상을 향한 유통가의 불꽃 전쟁과 쿠팡의 선택

미국 증권 전문가들은 한국의 쿠팡을 미국의 아마존과 동급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미국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50%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말 시장점유율은 15% 수준인데, 미국의 아마존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쿠팡의 최근 시장점유율 상승세가 가파르기는 하지만 시장점유율 확대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경쟁사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위한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신세계가 지분 교환을 통해 사업 협력을 모색하고 있고,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도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2019년 5월 ‘쿠팡이츠’란 브랜드로 시작한 배달음식 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쿠팡의 기존 전자상거래 고객 DB를 활용한다고 해도, 기존 배달앱 운영 기업인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경쟁력을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스닥 상장의 신화를 일궈낸 김범석 쿠팡 회장. (쿠팡 제공)
나스닥 상장의 신화를 일궈낸 김범석 쿠팡 회장. (쿠팡 제공)

PB상품 판매를 통한 새로운 수익원 창출력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체상표(PB)상품이란 다른 유통업체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자사브랜드를 부착한 고유 상품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PB상품은 이마트의 노브랜드상품이다. PB상품은 광고비나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PB상품은 상당한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년 말 기준 아마존은 500개에 가까운 PB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공룡 유통업체가 PB상품화한 산업에서는 1~2등 기업만 살아남고, 경쟁력이 약한 제조기업은 도산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PB상품을 규제하는 법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PB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돼 있어, 쿠팡의 PB상품 확대를 통한 수익원 창출 전략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쿠팡페이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통한 수익원 창출도 치열한 경쟁상황을 감안하면 그리 낙관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쿠팡은 미국 아마존 전략을 벤치마킹해, PB상품 판매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과 쿠팡의 한국 내 위상은 큰 차이가 있다. 내수시장에서 온오프라인 유통을 겸하고 있는 전통적 유통재벌과 온라인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경쟁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볼 때, 최근까지의 쿠팡의 급격한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확대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PB상품 확대 전략이나 쿠팡이츠의 사업모델도 치열한 시장점유율 확보 전쟁에서 순탄한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 원인 '불투명한 지배구조'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우리 증시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이해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은 10~11배를 유지하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은 17배 정도, 유럽 국가들이 14배 수준, 중국과 대만도 13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흔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원인으로 지정학적 북한 리스크를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 수익의 대부분은 대한민국에서 창출되고 있는 까닭에 다른 내국법인과 동일하게 북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쿠팡 Inc.의 높은 시가총액에 대한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설명할 남은 원인은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다. 오너리스크가 아니라면 쿠팡의 시가총액이 이마트보다 21배 이상 큰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2013년 말 이스라엘이 재벌체제 종식을 위한 법을 제정하면서, 재벌체제를 용인하는 국가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다. 우리의 공정거래법은 재벌 규제를 위한 조항이 많아 누더기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민법, 상법, 형법 또는 자본시장통합법 등이 제대로 작동되기만 한다면,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재벌 규제 조항 등은 불필요한 것들이다. 재벌의 순환출자의 구조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타협안으로 마련된 지주회사 관련 법체계도 엉망이다.

재벌총수의 오너리스크 (이미지 참고 : 픽사베이)
재벌총수의 오너리스크 (이미지 참고 : 픽사베이)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통과시켰다. 재계는 일제히 개정된 법안이 시행될 경우, 우리 기업들은 헤지펀드 등의 공격에 노출돼 투기자본이 선임한 감사위원이 회사 영업기밀을 빼앗길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보수 언론도 이런 주장에 동조했다.

하지만, 이런 논쟁에 앞서 그동안 재벌이 우리 경제에 미친 나쁜 폐해도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재벌 일가의 상속재산 쟁탈 싸움은 마치 불구대천 원수지간에 벌어지는 전쟁판과 흡사하다. 재벌 총수 일가가 경영권 대물림을 위해 법 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 합병 또는 기업분할과 주식 스왑 등의 거래를 통해 천문학적 규모의 부를 창출하고 있지만,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의 범죄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기도 한다.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재벌기업의 오너리스크이다. 오너리스크는 재벌 총수들이 부당하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이다. 종업원이나 납품업체 등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통해 일가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은 물론, 막강한 로비력을 동원해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행정부의 권한을 무참하게 유린하는 현상도 오너리스크의 폐해일 것이다.

스웨덴은 1938에 민주적 사회 조합주의(코포라티즘)으로 평가되는 잘츠요바덴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발렌베리 그룹의 시장 장악력은 현재 우리나라의 삼성보다 컸고, 노사 간의 분쟁은 극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노동조합은 차등의결권을 보장하고 독점자본의 기득권을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노동조합은 발렌베리 그룹으로부터 상당한 혜택을 보장받았다. 그리고, 정부는 발렌베리 그룹으로부터 R&D 투자 확대, 높은 세율 수용, 그리고, 기업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의 약속을 받아 사회적 통제를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재벌기업이 글로벌스탠다드를 외면,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을 여전 추구할 때 한국 경제의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에 오너리스크는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재벌기업들이 앞다퉈 내세우는 ESG가 명실상부하게 뿌리내리도록 정부도 아낌없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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