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라는 숭고한 이름을 독재시대의 폭력의 상징인 홍위병으로 각인시키게 만든 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말자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탈북자 알바동원' 언론보도 관련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어버이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금수수 관련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전경련 예산 지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2016.04.22.ⓒ뉴시스

어버이연합이 전경련이 준 자금으로 시위를 벌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일파만파 초대형 게이트로 커지고 있다.

어버이연합은 지난 2006년 5월 8일 설립된 시민단체다. 주로 노인들이 가입했으며 정치적으로는 극우적 성향을 띠고 있다. 그동안 어버이연합은 다양한 집회를 개최하면서 맹목적으로 이명박근혜 정권을 옹호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광우병 보도 무죄 판결을 낸 이용훈 대법원장 공관 앞에서 출근 차량을 저지하며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여한 정동영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물병 등을 던졌고,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철회를 위한 농성장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에게 폭언과 함께 우산 등으로 폭행했다. 무상급식 반대시위에 앞장서고,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다고 밝힌 민족문제연구소에 난입하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출범 이후, 국정원 선거개입 등 정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과격한 방식의 기자회견과 집회로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종북세력으로 낙인찍는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들의 폭언과 폭행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어버이연합은 대정부 시위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각종 구호가 적혀있는 피켓과 도발적인 현수막을 대동한 채 맞불시위를 놓고는 했다. 어떤 날은 시위와 집회를 막기 위해 알박기를 시도하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야당 당사 앞으로 떼를 지어 몰려가기도 했다.

일본군위안부 지원 단체인 정대협에 종북 딱지를 붙이고, 세월호 농성장을 기습적으로 침입해 난동을 부리고,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농성장에 나타나 폭력을 휘두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적극 옹호했다. 자신들 논리와 사상이 다르면 빨갱이로 밀어붙이고 쌍욕과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안가는 곳이 없고 못 가는 데가 없다. 임진각 근처에 있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위안부 소녀상 근처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국회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광화문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을 보면서 가장 의아해 했던 건 역시 자금줄이었다. 피켓 값, 현수막 값, 버스 대절비, 식대 등의 비용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런데 그 자금줄이 바로 전경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국정원과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이다. 아니 사실상 청와대와 국정원, 전경련의 관제데모 동원과 관련한 추악한 진실이 드러난 것이라 해야 옳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에 집회를) 지시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그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자는 반말을 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예산 지원하는 거 다 자르라. 책정된 것도 보류시켜라. 못 준다” 이런 식으로 겁박했다는 어버이연합 관계자의 자백도 있다.

이제 검찰은 시민사회단체라는 외피를 쓰고 운영된 어버이연합과 뒤에서 사주한 관련자들을 즉각 수사하고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청와대, 국정원, 전경련, 수구보수단체의 추악한 커넥션과 뒷거래 과정에 광범위한 불법행위가 있었음은 불을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극우단체들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집회 등을 사주했다면 이는 결코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니다. 권력기관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 왜곡하려는 시도와 시민사회의 다양하고 자발적인 의사표현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기 위한 행위는 민주국가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

제대로 된 해명도, 조사도 없이 침묵과 부정, 그리고 개인의 일탈로 회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 국정원, 전경련이 책임 있는 자세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돈에 눈이 멀어 관제데모에 불려다니는 전문시위꾼과 관련 보수관변단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두 해체돼야 맞다.

정부는 해마다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사업 지원'을 명목으로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289개 단체에 144억8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정부의 국고보조금 대부분이 보수단체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시위는 정치적 의사 표현이다. 돈 받고 시위하는 건 돈 받고 투표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돈 받고 시위하는 건, 민주공화국의 수치다. 하지만 돈 주고 시위에 동원한 것은 그보다 엄청나게 더 큰 죄이다.

어버이연합이 슬픔에 젖은 세월호희생자 가족이 진실규명을 촉구하며 단식을 하는 농성장 옆에서 폭식투쟁을 한다는 건 인간성을 이미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고, 그들의 폭력과 비상식적인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2만원에 기꺼이 거리로 나오는 어버이들보다 그들의 경제적 약점을 이용해 단돈 2만원에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배후의 오만함에 대해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2만원으로 상식 이하의 행동을 조종한 배후는 분명 반인륜적 범죄집단이다.

이 땅에 진짜 어버이들은 나라와 자식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았는데, 어버이라는 숭고한 이름을 독재시대의 흉물이나 다름없는 폭력의 상징인 홍위병으로 각인시키게 만든 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말자.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돌직구뉴스>후원회원으로 동참해 주십시오! 눈치보지 않고 할 말 하는 대안언론,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당당한 언론. 바른 말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