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민의당 홈페이지

4·13 총선에서 원내 3당으로 올라선 국민의당이 본격적인 정책역량 강화에 나섰다. 정책위원회와 국민정책연구원에 근무할 인력을 채용하기로 하고 지난 2일 모집공고를 내보냈다. 사법, 행정, 국방, 외교 등 20여개 분야에 수석전문위원(국장급) 또는 전문위원(부국장급) 및 수석연구위원(국장급) 및 연구위원(부국장급)을 00명 선발하겠다는 안내문이다. 그런데 자격요건을 보니 첫째, 관련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유관경력 3년 이상 해당자이다. 둘째, 관련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서 유관경력 5년 이상 해당자이다. 셋째, 정부 및 국회 4급 이상 경력자이고, 넷째는 이에 준하는 자격이 있는 경력이 있는 자이다. 친절하게도 학위증명서와 경력증명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도대체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3월 14일 이른바 제주선언을 발표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현장인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를 참석한 직후 그는 제2의 과학기술혁명, 교육혁명, 창업혁명 등 이른바 3대혁명을 선언했다. 그가 구체적인 사례로 든 비례대표 1번 신용현 당선자는 ‘국민과 함께 하는 국민연구소라는 슬로건’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이끌어 왔는데 미국의 아이비리그 박사 출신들이 즐비한 과학기술계에서 여성 신분으로 그것도 지방대(충남대) 박사학위를 보유한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총선기간 중에도 안 대표는 TV 정강정책연설 등을 통해 3대혁명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했다. 총선 결과 국민들이 국민의당에게 38석 의석과 정당투표 2위를 선물했다면 3대혁명에 대한 일정한 기대가 있었을 텐데 이제 그 보답을 해야 할 순서가 아니겠는가.

정부는 2009년부터 모든 공무원 시험에서 연령차별을 철폐했다. 하한 연령만 제한하고 있을 뿐 상한연령은 없앴다. 비록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구조조정 여파로 회사에서 퇴직하는 평균 49세의 중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늘어가고 있다. 2014년 서울시공무원 합격자 중 만 50세 이상이 28명이었고, 2015년에는 국가직·지방직 포함 127명이 만 40세 이상이었다. 관료가 중심인 정부조차 이렇게 능력만 있으면 선발해서 쓰는데 하물며 신생정당이 과거의 ‘프레임’에 사로잡혀 널리 인재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루틴하게 채용공고를 내보냈단 말인가?

현재 국민의당에서 인사를 총괄하는 이는 박선숙 사무총장이다. 그는 세종대 역사학과 출신으로 세칭 비명문대를 졸업했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 여성 최초 청와대 대변인에 올랐다. 당과 청와대에서 오랫동안 부대변인으로 일한 그를 눈여겨본 DJ가 과감하게 요직을 맡긴 것이다. 그는 IMF 외환위기 수습, 6·15 남북 정상회담, 노벨상 수상, 2002년 월드컵 개최 등 중요한 순간 순간을 DJ와 함께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환경부차관으로 2년 동안 일하며 수완을 발휘한 그는 18대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로 등원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안철수 진심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으로 일한 그는 안철수 대표의 철학을 비교적 잘 이해하는 핵심 측근이다. 그런 그가 이런 모집공고를 내보냈다니 참으로 한심하기도 하고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7일 합의 추대된 김성식 당선자이다. 그는 1996년 총선부터 시작해 6번 출마 전적에 2승 기록을 남겼으니 성적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한나라당 출신이지만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서울대 민주화운동을 이끈 핵심인물이었다. 그는 18대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민본21’이라는 당내 소장개혁파 모임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2011년 말 비상대책위 구성과 관련해 신당 창당 수준의 재창당이라는 국민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여 한나라당을 탈당해 ‘정치의병’의 길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했고 2014년 1월에는 신당 창당을 준비하던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에 공동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따라서 그 역시 안철수 대표가 추구하는 교육혁명의 가치에 가장 이해도가 높을 것이다. 더구나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또는 전문위원들은 그가 직접 호흡을 맞추고 일해야 할 스텝들이다. 그런데도 습관에 젖은 그대로 모집공고가 나가도록 방치했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2009년 77.8%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꺾이고 있지만 2014년 현재 70.9%로 여전히 세계 최고다. 이는 대졸자와 고졸 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이유이다. 2014년의 경우 고졸 취업자 임금에 비해 대학졸업자 임금은 무려 145%에 달했다. 고졸자가 월 100만원을 받을 경우 대졸자는 145만원을 받는다는 계산이다. 2007년 최고 177% 수준까지 그 격차가 벌어졌다가 그 후 다소 줄고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1년 민주당이 내놓은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반값 등록금예산도 덩달아 올랐다. 2011년 14조원이던 대학등록금 총액은 정부의 ‘등록금 인하·동결’ 노력으로 2016년 13조 3천억원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2011년 5218억원에 불과했던 ‘정부재정을 원천으로 한 장학금’은 2016년 무려 4조 109억원에 이른다. 5년 사이에 반값 등록금예산이 7.7배나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금년 2월에만 56만명의 대학(대학원) 졸업생이 쏟아져 나왔지만 기존 110만명 실질 청년실업자들을 포함하면 고등학력 실업자만 양산할 뿐이다.

2014년 59만명 고교 졸업자 중에서 17만명 가량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이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 학령인구는 감소하지만 그 비율만큼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그런데 주요정당은 이들 고졸자들에 대한 평생교육 등 정책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취업시장에서 이들은 1000만명 이상이 참여하여 큰 몫을 담당하고 있으니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2015년 공공기관 100곳에 대한 공개채용 때 기존의 학력이나 스펙 대신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민간경력 경쟁채용 등 공무원 채용 과정에도 NCS 전형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2017년부터는 모든 공공기관에서 NCS 채용이 의무화된다.

NCS 채용 전형 방식은 기존의 학력·가족사항을 담은 이력서를 대신해 직무능력을 표현한 역량 지원서, 인성과 종합직무능력을 평가하는 역량 시험·면접 등의 형태다. 박사학위가 없어도 대학교수가 되는 길도 더 넓어진다. 기존에 학력 중심으로 이루어진 평가 방식을 자격, 현장 경력, 교육훈련 이수 등과 연계될 수 있게 하는 NCS 기반 평가체계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2013년 강신익 전 LG전자 사장이 박사학위 없이 한동대 전임교수로 임명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2015년부터 시범 도입하고 2017년 이후에는 제도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관료가 중심인 정부조차 이만큼 앞서가 있는데 미래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당이 과거를 답습해서야 되겠는가?

미국, 독일 등 인사 선진국은 학력차별을 철폐한지 오래다. 학사 교수는 흔하고 고졸 교수도 더 이상 뉴스 꺼리가 아니다. 안철수 대표의 교육혁명 선언이 불과 50일 전이었다. 구체적인 실천의지를 보여라.

 

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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