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 악재 직면
LG에너지, GM 볼트EV 리콜·삼성SDI, PHEV 리콜
중국 배터리사 공세에 품질점검·안정성 확보 급해

미국 버몬트주에서 화재가 발생한 쉐보레 볼트 EV.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연합뉴스
미국 버몬트주에서 화재가 발생한 쉐보레 볼트 EV.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연합뉴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유력한 먹거리로 떠오른 국내 2차전지(전기차용 배터리) 업체가 연이은 리콜 악재를 맞이했다. 전기차의 대중화 시대를 맞아 엔진 기능을 담당하는 배터리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품질점검과 안정성 확보 없이는 위기 극복에 나서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력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는 가운데 최근 대형 악재를 맞이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미국의 자동차 업체 GM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10억달러(약 1조 1835억원)를 들여 볼트EV 7만 3000대를 추가 리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전 세계에서 판매된 2017∼2019년 생산분 볼트 전기차 6만 9000대에 일부 불량 배터리 모듈 교체 결정을 내린 지 한 달도 채 안돼 추가 리콜이 나왔다.

외신 등은 GM의 이번 리콜에 따른 배터리 모듈 교체 비용이 총 18억 달러(약 2조 130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로이터통신은 GM이 리콜 비용을 LG에 청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배터리는 국내외에서 생산한 'NCM 622' 파우치형으로 니켈, 코발트, 망간이 각 6:2:2 비율로 배합된 LG의 주력 배터리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셀을 생산하고 대부분 LG전자가 모듈화 작업을 거쳐 GM에 납품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주력 사업 재편 등으로 배터리 모듈화 공정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넘겼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는 2분기에 이미 리콜 충당금으로 각각 910억원과 2346억원을 반영한 상황에서 추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GM이 화재 원인을 LG에너지솔루션에게 미룰 경우 최대 2조원이 넘는 리콜 비용을 부담해야할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대규모 리콜 사태로 국내 배터리 제조 업체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떨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다른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삼성SDI는 지난해 독일 BMW와 미국 포트 등에 공급한 일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4만7000여 대를 리콜했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현대차 포터2 EV에서 연기가 발생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만 국토부의 조사에서도 전기차와 배터리의 리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국내 배터리 업체만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업체의 위상이 중국에 이어 점유율 2위에 떠오른 상황에서 마냥 방어적인 입장을 취해서는 안된다는 반박도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신뢰도 문제로 잠시 휘청이자 경쟁사인 일본과 중국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일본의 경제매체 산케이비즈는 지난 2일 GM의 볼트EV 리콜 소식에 "일본 업체들이 (배터리) 수요 획득의 기회를 맞았다”며 "LG화학의 배터리 제조기술에 대한 불안감 상승은 일본 배터리 제조사의 기회 확대를 뜻한다"고 보도했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의 CATL도 자국이 아닌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CATL은 올 연말부터 독일 에르푸르트에 짓고 있는 유럽 첫 배터리 공장 가동에 돌입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BMW와 폭스바겐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으로 전해진다.

CATL은 다임러그룹과 지난해 첨단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합의하는 등 유럽 현지 업체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와 배터리 리콜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배터리 성능 못지않게 안정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경쟁사에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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