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안 내놓은지 15일만에 대리운전업체 인수
대리운전자협·택시조합 "상생안, 면피용에 불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국감서 골목상권 논란 답변할듯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5개 단체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는 시장 독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5개 단체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는 시장 독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탈’과 ‘문어발식 확장’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상생안을 내놓은지 15일이 지난 가운데 대리운전업체 2곳을 추가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리운전 업계는 카카오가 내놓은 상생안이 국민적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대리운전 업계 철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5개 단체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는 시장 독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카카오가 그간 대리운전업체들을 플랫폼 안으로 끌어 모으기 위해 상생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으면서 골목상권 침탈을 비판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씨엠엔피(CMNP)는 전화 대리운전업체 두 곳을 추가 인수했다. 이는 지난 7월 말 대리운전업계 1위 업체인 1577 대리운전을 인수한 데 이어 점유율을 더 확대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달 26일에는 동반성장위원회와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가 참석한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간담회가 열리던 시기에 카카오가 업체를 추가로 인수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이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협의 테이블에서 연합회가 (카카오에) 추가 인수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카카오는 또다시 인수확장 정책을 펼쳤다"며 "허울뿐인 상생기금과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시장 지배자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진 회장은 카카오가 상생을 위해 0∼20%의 범위로 '변동 수수료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현장 기사들을 카카오로 포섭해 기존 업체 콜 처리율을 줄이려는 전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내놓은 상생안에는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해당 제도가 먼저 시행됐던 경남지역에서 변동 수수료제의 도입으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이용수 경남지역 대리운전협회 대표는 “지방에서는 대기업이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카카오가 서부경남 지역 대리운전 수수료 0~20% 정책을 시행하면서 기존 소상공인 콜센터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의 수수료 정책 때문에 기존 업체들의 콜 취소율이 많이 발생해 문을 닫고 있다”면서 “기존 소상공인업체들이 따라갈 수 없는 수수료 구조에 기존 업체들 간 수수료 갈등까지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그간 업계의 대화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던 카카오는 정부와 언론의 전방위적 비판에 직면해서야 상생안을 발표했다"며 "그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의 불공정행위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엄벌해야 한다"며 "국회에 제출된 거대 플랫폼 규제 방안도 조속히 법제화해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탈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카카오모빌리티가 발표한 상생안에는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 월 9만9000원에서 3만3000원 인하, 가맹택시 사업자와의 상생협의회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돈을 더 내면 카카오 택시가 빨리 잡히는 기능인 '스마트호출'도 폐지됐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대리운전 업계는 카카오의 상생안이 일방적이고 더욱 논란을 키울 뿐이라는 입장이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소상공인 골목상권 침탈의 선두에 카카오가 있다”며 “최근 발표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상생방안은 ‘꼬리 자르기’식 면피용 대책이며 진정성이 의심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일부 업종을 내주고서라도 다른 시장은 공략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도 “돈 안 되는 업종은 철수하고 돈 되는 대리운전 등 다른 업종은 철수하지 않고 더 벌겠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소상공인과 대리운전 업계는 다음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또 소상공인과 대리운전 업계는 국회에 발의된 플랫폼 기업의 시장장악을 방지하는 법안의 신속 통과를 요구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카카오 시장 침탈을 막을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고,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은 카카오를 선두로 한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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