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지 25일로 1년이 지났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25일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은 지 6년5개월 만이었다.

고인은 부친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오른 뒤 탁월한 경영 능력과 안목으로 반도체와 모바일 등 분야에서 '세계 일류기업'의 토대를 닦은 경영인으로 평가받았다.

이날 고인의 1주기와 관련한 별도의 공식 행사는 열리지 않는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이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하루 뒤인 26일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1심 판결이 나오고, 28일엔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사건의 1심 공판이 진행된다.

재계의 이목은 이건희 회장의 1주기 추도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새로운 구상을 내놓을 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뉴삼성'을 예고했지만, 이후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원활한 수행이 어려웠다. 이에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포스트 이건희' 1년을 맞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지난 1년간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수감생활로 인해 제대로된 경영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는 올해 첫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며 '뉴삼성' 혁신을 강조했지만, 이로부터 2주 만에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207일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광복절 직전인 지난 8월 13일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른 취업제한 등을 의식한 듯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달 14일 정부 공식 행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향후 3년간 청년 일자리 3만개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 이외에는 뚜렷한 공식 일정이 없었다.

김부겸 국무총리(왼쪽)가 14일 서울 서초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왼쪽)가 9월 14일 서울 서초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입장하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 가석방 출소 직후인 지난 8월 말 미래 투자에 대한 큰 그림을 공개했다.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사업, 5G 차세대 통신, AI, 로봇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다만 이 부회장에게는 중요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으로 꼽힌다. 삼성에서는 지난해 이 부회장의 '4세 경영 승계 포기' 선언 이후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집단지배체제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규 투자도 조만간 구체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총수 부재로 인해 주요 결정이 지연되면서 2017년 9조원을 들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 5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공식화한 170억 달러(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 계획도 인센티브 협상 등의 문제로 아직 최종 투자 지역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르면 다음달 직접 미국을 방문해 미국내 제2파운드리 공장 건설 부지를 확정 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두 번째인 삼성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도 관심사다. 연말 발표 예정인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에는 미래 사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구상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2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열린 단체협약 체결식에서 김현석 대표이사(오른쪽)와 김만재 대표교섭위원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12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열린 단체협약 체결식에서 김현석 대표이사(오른쪽)와 김만재 대표교섭위원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무노조 경영'을 굽히지 않은 이건희 시대 이후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후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8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맺고 '노사 화합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노사는 최근 2021년도 임금협상에도 돌입했는데 노조 측은 전 직원 계약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오는 26일로 다가온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1심 선고와 현재 진행 중인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등 남아 있는 사법 리스크가 운신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12일 이 부회장의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 첫 공판에서 재판부에 "피고인에게 벌금 7000만원과 추징금 1702만원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41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의료 목적 외로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 부회장이 찾은 병원은 배우 하정우 씨와 애경그룹 2세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등에게도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형사재판에서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26일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공판을 연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1주기 추도식은 코로나19 유행과 삼성그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추도식은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