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모더나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 앞당겨
경영진TF 꾸리고 모더나와 신뢰 구축 나서며 지원
이건희 1주기, "새로운 삼성 위해 나아가자" 역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사(社)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조기에 이끌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사(社)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조기에 이끌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사(社)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조기에 이끌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외부 공식활동보다는 내부적인 활동으로 코로나19 백신 문제 해결에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28일 재계와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후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되면서 외부에 공식적인 활동을 거의 벌이지 않았다. 이는 일부 시민단체가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활동을 벌인다는 이유로 비판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판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외부 활동에 집중하기 보다는 코로나19 백신 문제 해결 등 회사 내부의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가석방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반도체 산업 및 코로나19 백신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언급하는 등 사회적 기대감이 높은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월 당시에 모더나와 협력해 생산할 수 있는 기틀은 갖췄지만 인허가 문제 등 여러 난관에 직면했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처음 생산하는 삼바로서는 안정적인 대량 생산이라는 목표 자체가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국내 백신 상황 등을 고려해 삼성의 기술과 리소스를 집중해 생산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삼바,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삼성 최고 경영진으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 구성으로 이어졌다.

TF는 생산 공급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체크 리스트를 작성, 점검하고 매일 컨퍼런스콜을 실시했다. 필요에 따라 각 계열사의 다양한 노하우와 전문가들을 즉시 투입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즉각 대응하고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문제도 신속하게 대응했다.

삼성전자 스마트 공장팀은 생산 초기 낮았던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끌어올렸고 까다로운 이물질 검사 과정에는 관련 노하우를 확보한 삼성전자 반도체 및 관계사 전문가들을 투입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건물. 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건물.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은 모더나와의 신뢰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이 부회장은 오랜 지인이 모더나와 거래관계에 있는 것을 알고 그를 통해 모더나 최고 경영진을 소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과 모더나 최고 경영진은 지난 8월 화상회의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인 백신 생산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 바이오산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며 교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재용 부회장과 사장단, TF, 생산 현장으로 이어지는 모더나 생산체제가 가동된 후 두 달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은 당초 연말에서 10월로 앞당겨졌고 동시에 안정적인 대량 생산 체제도 갖출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일단 국내에 출하하고 월 생산량을 차츰 늘려 글로벌 수요에도 대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정부도 긴밀히 협업했다.

식약처는 백신 인허가 절차와 출하 검사를 병행하고 서류가 준비되는 대로 사전에 검토하는 행정 서비스를 제공했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실태평가에도 추가 인력을 투입했다. 허가심사 등 관련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도 통상의 경우보다 대폭 단축됐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 1주기 때 내놓은 메시지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언급하며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친의 1주기에서 새로운 삼성으로의 도약 의지를 밝히면서 그동안 물밑 행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가석방 당시 주문했던 코로나19 백신 과제를 달성한 상황에서 남은 문제는 반도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내달께 직접 미국을 방문해 미국 내 제2파운드리 공장 건설 부지를 확정 지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의회가 삼성전자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지원 결의안을 최종 의결함에 따라 유력 후보지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두 번째인 삼성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도 주목된다. 연말께 발표될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에는 미래 사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구상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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