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롯데그룹 제공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독기품은 연말인사가 공개됐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유통 및 서비스 부문의 대대적인 개혁을 위해 칼을 꺼내들었다.

롯데그룹의 핵심축인 롯데쇼핑의 첫 수장에 외부인사가 임명되며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롯데는 25일 롯데지주 등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그룹 정기 임원 인사안을 발표했다. 기존 BU(사업 부문) 체제를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등 HQ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각 BU는 계열사들의 현안 및 실적 관리, 공동 전략 수립 등 시너지를 높이는 업무에 주력해왔다. 롯데는 약 5년간의 BU 체제 유지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더욱 빠른 변화 관리와 실행, 미래 관점에서의 혁신 가속화를 위해 이번 조직개편을 추진하게 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통 HQ를 이끌 수장으로 30년간 P&G에 몸담은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를 선임했다는 점이다. 김상현 신임 대표는 P&G의 평사원으로 시작해 아시아태평지역 총괄 사장, 미국 본사 신규사업담당 부사장까지 지내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유통부문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커머스 시대 흐름에 맞춰 롯데쇼핑을 변화시킬 적임자라는 평가다.

백화점, 마트, 홈쇼핑을 아우르는 롯데쇼핑의 수장에 롯데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가 기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 백화점 부문 대표에는 정준호 롯데 GFR대표를 내정했다. 신세계그룹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정준호 대표는 2019년 영입됐다. 

신임 호텔군 총괄대표로 선임된 안세진 사장은 신사업 전문가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안세진 총괄대표는 신사업 및 경영전략,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호텔 사업군의 브랜드 강화와 기업가치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유통, 호텔 BU를 이끌었던 강희태 부회장과 이봉철 사장은 그룹의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강희태 유통BU장은 유통사들의 구조조정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 이봉철 BU장은 재무전문가로 롯데렌탈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구조조정 및 효율화에 기여했다. 두 BU장 모두 각 사업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변화를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게 되는 김교현 부회장은 그룹 내 최고 석유화학 전문가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실적을 회복한 성과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84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신규사업본부장을 지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LC 타이탄 대표이사로 글로벌 화학 사업을 이끌었으며,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롯데케미칼 대표를 맡았다. 2019년부터 롯데그룹 화학BU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부터는 롯데케미칼의 통합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롯데지주 대표이사 이동우 부회장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것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이동우 부회장은 1986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경영지원부문장, 잠실 점장을 거쳤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롯데월드 대표이사를,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롯데 하이마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20년부터는 롯데지주 공동대표이사로서 그룹의 비즈니스 전략과 재무 등을 맡고 있다. 이동우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역량 강화를 위해 바이오, 헬스케어 등의 신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ESG 경영 및 브랜드 가치 증진에도 기여했다.

식품군 총괄대표는 식품BU장 이영구 사장이 맡는다. 이영구 총괄대표는 롯데제과의 대표이사도 겸직한다.

고정욱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는 부사장으로 승진 후 롯데지주의 재무혁신실장을 맡는다. 추광식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로 이동한다.김용석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는 부사장 승진 후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정승원 롯데케미칼 전략본부장이 전무 승진 후 롯데이네오스화학의 후임 대표이사로 보임됐다.

롯데컬처웍스 대표로는 최병환 CGV 전 대표를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했다. 롯데멤버스에는 신한DS 디지털본부장 출신 정봉화 상무를 DT전략부문장으로 임명하는 등 외부 인재 3명을 동시 영입해 그룹의 DT 혁신을 가속화한다.

롯데는 여성 및 외국인 임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조직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백화점 우순형 상무, 롯데정보통신 곽미경·강은교 상무, 롯데물산 손유경 상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심미향 상무, 롯데정밀화학 강경하 상무 등 총 6명의 신규 여성임원이 배출됐다. 마크 피터스(Mark Peters) LC USA 총괄공장장도 신규임원으로 선임됐다.

롯데 측은 “이번 인사 방향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를 주문했다”며 “어떤 인재든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과 인재들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조직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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