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 연말 인사, 외부수혈 집중
온라인 무게추 이동에 인재영입 쇄신
CJ그룹도 외부영입에 방점 가능성

유통업계 '빅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하며 변화의 폭을 넓히고 있다.
유통업계 '빅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하며 변화의 폭을 넓히고 있다.

유통업계 '빅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가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하며 변화의 폭을 넓히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백화점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업계의 무게감이 옮겨가면서 내부 승진보다 경쟁사 출신 인사 영입까지 적극적인 모습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인사에서 가장 활발하게 영입된 인물들은 경쟁사 출신이다.비슷한 업종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 시장 사정에 밝고 실력이 검증돼 영입 대상 1순위로 꼽힌다.

특히 내부 승진 중심의 ‘순혈주의’를 고수했던 롯데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외부영입에 가장 활발했다.

롯데는 올해 정기인사에서 롯데쇼핑(롯데그룹 유통군) 대표에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을 영입했다. 김상현 부회장은 미국 P&G를 거쳤고 2018년부터는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 유통 총괄대표 등을 역임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맞수’ 신세계 출신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명품·패션 전문가’로 불린다. 롯데그룹 내 이커머스 사업부를 총괄하는 나영호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 출신이다.

순혈주의가 강한 롯데가 '롯데맨'을 버리고 경쟁사의 인물을 택한 것은 그만큼 현재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 경향이 강해졌고 이에 따른 유통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전문성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외부인사를 영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롯데그룹 제공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롯데그룹 제공

신세계는 롯데보다 대체적으로 나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지만 유일한 적자 계열사인 ‘신세계까사’에 이베이코리아와 여기어때컴퍼니를 거친 외부인사 최문석 대표를 영입했다.

신세계까사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책임경영을 본격화한 이후 처음으로 인수·합병한 사례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신세계는 가구회사 까사미아 지분 92%를 1837억원에 인수했으나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이에 외형과 내실을 더욱 갖추기 위해 최문석 대표를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백화점 부문에서는 재무기획 담당 전무로 CJ그룹과 삼성전자를 거친 홍승오 전 ADT캡스 부사장을 영입해 M&A 전략을 맡겼다. 온라인사업 담당 상무로는 이은영 전 삼성전자 상무를 기용했다.

박철규 사장
박철규 사장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 해외패션 부문에 경쟁사인 삼성물산 출신 박철규 사장을 영입했다.

한섬은 타임, 마인 같은 탄탄한 자체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온라인 전략도 성공적으로 추진해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포트폴리오가 국내 브랜드에 국한돼있다는 약점이 있다.

기존브랜드 고객의 충성도가 높으나 최근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2030 세대가 해외 패션브랜드에 더 열광하고 있다.

삼성물산에서 톰브라운, 아미 등을 발굴했던 박철규 사장의 기획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백화점도 백화점 업계 중에서 순혈주의가 특히 강한 곳으로 알려진 만큼 해당 인사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세진 롯데 호텔군 총괄대표.
안세진 롯데 호텔군 총괄대표.

외부 조언자 역할을 해 온 컨설턴트를 직접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는 컨설턴트 출신은 현장 감각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인식도 있었지만 이마트가 강희석 대표를 영입하며 수익을 대폭 올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인 강희석 대표는 이마트가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2019년 구원투수로 등판해 과감한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으로 1년 만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냈고 지난해부터는 SSG닷컴 대표까지 겸하고 있다.

강희석 대표의 성공사례를 인식한 듯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호텔롯데에 컨설팅회사 AT커니 출신 안세진 대표를 기용했다. 안세진 대표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지배구조 개선 전문가인 안세진 대표 영입은 롯데의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의 정경운 전략기획부문장과 강성현 마트사업부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이다.

신세계그룹도 최근 전략실 온라인 태스크포스(TF) 담당 김혜경 상무를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영입했다. 또 SSG닷컴 최영준 재무관리담당 상무(CFO)도 베인앤드컴퍼니, 신호상 이마트24 마케팅담당 상무는 AT커니 출신이다.

나머지 주요 유통그룹의 인사로는 CJ그룹이 대표적이다. 이재현 CJ회장은 이달초에 4대 성장엔진 중심의 2023 중기비전을 공개하면서 공격적 인재확보, 자기주도 성장 및 몰입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CJ그룹에서도 외부인재가 영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외부인재 영입을 통한 조직 내 긴장감을 유지해 조직혁신을 일으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움직임이라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경쟁사 출신 인사를 적극 영입하며 변화의 폭을 넓혀 왔다”면서 “대기업 중심 유통업계도 이에 자극을 받아 변화를 적극적으로 일으키기 위해 외부 인재 영입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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