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롯데쇼핑에 경쟁사 외부인사 파격 영입
소극적 M&A 고민…호텔롯데 상장도 본격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의 양대축인 유통 분야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외부인사를 수장으로 앉히는 강수를 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의 양대축인 유통 분야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외부인사를 수장으로 앉히는 강수를 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의 양대축인 유통 분야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외부인사를 수장으로 앉히는 강수를 뒀다. 반면 성과를 낸 화학부문에는 승진으로 보상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임원 인사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정리할 호텔롯데 상장을 염두에 둔 영입까지 진행하며 다음해 사업전략까지 준비하고 있다. 또 경쟁사와 비교해 아쉬웠다는 평가를 받은 올해 M&A(인수·합병) 부문에서도 더욱 힘을 주고 있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롯데그룹 제공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롯데그룹 제공

오프라인 중심 롯데쇼핑, 외부인사 영입으로 변화물결

롯데그룹은 지난달 25일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쇼핑, 홈쇼핑, 하이마트 등 유통산업군을 이끌 유통총괄 대표에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을 선임했다. 또 롯데쇼핑 핵심 사업부문인 백화점 사업부 대표로는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내정했다.

김상현 부회장은 미국 P&G를 거쳤고 2018년부터는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 유통 총괄대표 등을 역임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맞수’ 신세계 출신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명품·패션 전문가’로 불린다.

재계에서는 롯데가 지금까지 롯데쇼핑의 수장 자리에 ‘롯데맨’을 앉혔던 만큼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다소 충격적인 인사라는 평가다.

신동빈 회장이 독기품은 인사를 진행할 정도로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서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11조 7892억원이며 영업이익은 983억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3.6%, 40.3% 감소했다. 경쟁사인 신세계가 올해 1~3분기에 영업이익 3222억원을 벌어들인 것과 대비된다.

또 강희태 부회장이 유통BU장으로 승진하면서 내세웠던 온라인 유통채널 강화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롯데쇼핑의 실적 부진도 회복되지 않았다.

롯데그룹 내 외부인재 영입을 통한 조직 내 긴장감을 유지해 조직혁신을 일으키겠다는 것이 신동빈 회장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성과낸 화학 부문에는 보상

부진했던 유통 부문의 수장을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낸 것과는 달리 성과를 낸 화학 부문에는 보상이 이뤄졌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그룹의 화학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통합대표이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교현 부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화학통’으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김교현 부회장의 승진 인사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실적을 회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김교현 부회장의 승진은 화학 부문의 성과를 인정한 신동빈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주요 화학 계열사는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대산공장 폭발사고와 코로나19 등 악재를 상당수 털어낸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롯데케미칼은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올해 1~3분기 기준 매출은 12조 9622억원, 영업이익 1조5061억원를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영업이익은 970%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수소와 배터리 소재, 재활용 등 친환경 미래 사업의 역량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7월 2030년 탄소중립성장 달성과 함께 국내 수소 수요의 30%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안세진 롯데 호텔군 총괄대표
안세진 롯데 호텔군 총괄대표

‘숙원’ 호텔롯데 상장에 힘준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호텔 총괄 대표로 외부 전문가인 안세진 전 놀부 대표를 영입했다. 안세진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안세진 총괄대표는 신사업 및 경영전략,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호텔 사업군의 브랜드 강화와 기업가치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 전문가인 안세진 대표 영입은 롯데의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격으로 롯데지주, 쇼핑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계 주주 비율이 99%로 신주를 발행해 상장하면 일본계 지분을 낮출 수 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의 상장으로 일본 주주의 자본을 희석한 후 롯데지주로 통합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롯데의 일본기업 이미지를 줄이고 지배구조 개편도 원활해져 ‘신동빈 체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다만 호텔롯데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IPO 시기 조율이 필요한 시기다.

다만 호텔롯데는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줄어 빠른 상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에 코로나19 이후 사업확장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 기업가치를 다시 올린 후 상장에 나서는 것이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돼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샘 사옥
한샘 사옥

부진한 M&A, 잇단 도전으로 극복할 듯

신동빈 회장은 올해 최대의 매물로 기록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비롯해 굵직한 M&A에 뛰어들었으나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롯데그룹의 대규모 인수는 2015년에 이뤄진 KT렌탈, 삼성그룹의 화학사 인수 정도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5조원에 이르는 비싼 몸값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베이코리아 등의 인수가 필수적이란 의견을 냈다.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수합병(M&A)이 필수적일 것이란 시선이 나왔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서는 발을 뺐지만 대신 인테리어·가구업체인 한샘 인수를 택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9월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한샘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PEF에 2995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단일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7인의 지분 및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한샘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IMM PE는 그간 전략적 투자자(SI)를 물색해왔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과 LX하우시스 중 LX하우시스가 한샘과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확장성이 뚜렷하고 한샘 인수 후에 소비자와 접점을 더욱 넓힐 수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한샘과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 상품 경쟁력 강화 및 차별화된 공간 기획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한샘이 스마트홈, 렌탈사업, 중개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 분야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고 있는 만큼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계열사인 하이마트, 건설 등과 함께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향후 우선매수권으로 한샘 경영권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한샘 인수로 인해 신동빈 회장의 공격적인 M&A가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초부터 바이오·헬스케어·수소 등 신사업 확대에 나서면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에도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 및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해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한샘 M&A 외에도 최근 ESG경영혁신실 산하에 바이오팀과 헬스케어팀을 신설하고 외부에서 상무급 팀장을 영입하며 신사업 발굴 중이다.

롯데는 수소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약 4조 4000억원을 친환경 수소에 단계적으로 투자하는 등 국내 수소 수요의 30%를 공급하겠다는 '친환경 수소 성장 로드맵'을 내놨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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