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50년대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취업을 걱정하던 청년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의 경영을 책임지는 전문 경영인이 됐다. 맨손으로 일군 샐러리맨의 기적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한 신학철 부회장은 실제로 졸업도 하기 전 풍산금속공업에 기술자로 입사했다. 그러다 한국3M으로 옮겨 미국 3M이 한국에 안착하는 데 공헌했다. 

3M 필리핀 지사장으로 승진한 신 부회장은 능력을 인정받아 1998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있는 3M 본사로 소환된다. 국적까지 미국으로 바꾸고 회사 일에 전념한 신 부회장은 승진을 거듭한다. 3M과 인생 대부분을 함께한 것이다. 

2011년 신학철 부회장은 드디어 3M 최고 경영진 가운데 한 명인 수석부회장에 오른다. 미국으로 건너간 지 13년째 되던 해였다. 2017년에는 3M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전략 및 사업개발, 제조물류본부, 공급망 관리(SCM), 정보통신(IT)을 총괄하며 경력에 정점을 찍는다. 

비주류인 아시아계, 그것도 미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토종 한국인으로서 이룬 쾌거였다. 또한, 성공을 위해 국적까지 바꾼 신 부회장의 노력은 엄청난 보상으로 돌아왔다. 신 부회장은 2017년에만 3M에서 기본급 83만8751달러(약 9억9340만원)를 받았다. 주식으로 받는 보상과 성과급을 더하면 총 보수는 650만달러(약 77억원)에 달했다. 

미국 3M 본사에서 일하던 시절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3M
미국 3M 본사에서 일하던 시절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3M

그게 다가 아니다.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미국 상업용 전기·가스 공급 회사 퍼블릭서비스엔터프라이즈(PSE) 사외이사로도 활동했다. 당시 신 부회장은 사외이사 보수 이외 매년 PSE 주식 2000~3000주를 받았다. 지난 2018년 12월 신 부회장이 PSE 사외이사를 사임하고 LG화학으로 옮길 때 보유하던 PSE 주식은 4만1013주. 그가 아직 PSE 주식을 들고 있다면, 현재 가치는 260만달러(약 30억원) 이상이다. 

신 부회장이 보유한 3M 주식 39만1237주(2018년 2월 기준)와 PSE 주식, 기타 금융·부동산 자산을 모두 더하면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으로 옮겨서도 매년 20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고 있다. 일반인의 기준에서는 엄청난 연봉이지만, 그가 미국에서 받던 보수와 비교하면 많지 않은 수준이다. 

신 부회장은 미국에서 번 돈으로 한국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 재산을 불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LG화학 부회장이 되면서 한국으로 돌아온 신 부회장은 현재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트리마제 38층 전용면적 136.6㎡ 아파트에 산다. 현재 매매 시세가 45억원 정도인 고급 아파트이지만, 신 부회장 소유가 아니다. 세 들어 살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트리마제의 월세 시세는 보증금 3억원에 매달 1500만원 정도로 서울에서도 내로라하는 비싼 아파트다. 축구선수 손흥민, 배우 김상중, 가수 김재중과 이특 등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기업인이 사는 아파트이기도 하다. 신 부회장이 한국에 올 때 트리마제에 투자했다면, 최소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봤을 터이다. 

신 부회장은 최근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공 비결로 끊임없는 학습과 인간에 관한 탐구, 겸손을 꼽았다. 미국에서 이미 경력의 정점을 찍었음에도,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LG화학과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신 부회장의 열정이 부동산을 대하는 태도에도 그대로 묻어나오는 듯하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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