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통상마찰의 강력한 뇌관으로 떠오른 사드

「미국 상무부, 對한국산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 부과」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미중 간의 안보 기싸움에 달려 있어」
 

한국 철강업계가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부식방지표면처리강판에 대해 현대제철 및 동국제강에 각각 47.80%, 8.75%의 반덤핑관세 부과를 확정한 이후, 지난 5월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도금강판에 또 한 번 31.7%~47.8%의 반덤핑 관세율을 매기면서 국내 철강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런데 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한국산 냉연강판이 관세 폭탄을 맞게 생겼다.

▲ 미 냉연강판 수입 점유율 ⓒ돌직구뉴스(미 상무부 수입통계, 2014)

미국의 對한국산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는 현대제철에 34.33%의 반덤핑관세를, 포스코에 58.36%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반덤핑관세는 자국 내 가격에 비해 수출 가격이 낮을 때 부과하는 세율이고, 상계관세는 업체가 정부보조금을 받았을 때 적용하는 세율이다.

미 상무부는 여타 한국 업체에 대해서도 반덤핑관세 20.33%, 상계관세 3.9%라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산 가정용 세탁기에 각각 111%, 49%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한 것처럼,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대상을 다른 업종으로까지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오는 9월 3일, 국제무역위원회는 미 상무부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부과한 관세에 대해 최종결정을 내린다. 국제무역위원회가 미 상무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관세 폭탄은 현실화된다. 우리 철강업계는 수출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상정하면서 미국 무역법원 항소,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수출국 다변화, 국가별 생산물량 조정과 같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미・중간 보호무역 다툼에 한국이 ‘넛 크래커’처럼 끼어버린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과 중국의 고래싸움에 한국이라는 새우의 등이 터지는 형국이라는 말이다.

확산 기로에 있는 보호무역주의

1980년대의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 이후, 세계화Globalization의 길로 치달아왔던 지구촌 경제에 반反세계화 및 보호무역주의라는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세계적인 교역량 규모도 현저한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세계무역기구 발표에 의하면, 2016년 1분기 전 세계 주요 71개국의 교역액은 7조 5,300억 달러였던 지난해 1분기에 비해 7.7% 감소한 6조 9,450억 달러를 기록했다.

거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막말 보호무역주의 캐치프레이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그리고 올 11월에 있을 미국의 대통령 선거까지 맞물리면서 보호무역 조치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보호무역이 세계경제시스템을 강타할 경우, 국가주도형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펴는 국가들이나 수출경합도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들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 조건을 피해나갈 수 없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아래 그래프가 한국이 처한 현실을 잘 설명해준다.

▲ 對 한국 수입규제 추이 ⓒ돌직구뉴스(kita.net, 한국무역협회)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 대회전

비단 철강업계뿐 아니라,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는 공급 과잉의 기류가 세계 무역업계를 휘감고 있다. 두 번째 밀레니엄 이후 세계경제를 떠받쳐왔던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제품의 소비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보호무역 대회전으로 들어설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살펴볼 것은, 위안화의 평가 절상을 억제해 온 중국에 대해 미국이 환율조작을 응징하겠다며 들고 나온 ‘위안화 제재법’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위안화 제재법은 세계경제를 1930년대처럼 대공황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다’라며 맹비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한 술 더 떠서 ‘이 법안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중국과 미국은 곧바로 무역전쟁에 돌입할 것이다’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에 돌입한 것은 물론, 각국과 맺은 FTA 협정을 제고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 철강재에 대해 이미 매겨놓은 500%가 넘는 관세 폭탄에 이어 다른 상품에까지 관세 폭탄을 추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중국산 카본과 알로이 스틸와이어에 대한 미 상무부의 관세 부과 직후 방중해 회담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와 시진핑 주석(2014.11) ⓒtelegraph.co.uk

이러한 추세는 향후 보호무역주의 공약이 난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미 대통령선거와 맞물리면서 자유무역이라는 세계경제시스템의 기조를 보호무역으로 급선회시키고 있다.

 

한중 통상마찰의 강력한 뇌관으로 떠오른 사드

경북 성주에 배치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는 수출경합도가 높은 제품군과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 탓에 그렇지 않아도 중미 간 보호무역 대회전의 희생양이 될 공산이 큰 한국경제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인 아세안ASEAN의 10개 회원국과 6자회담 당사국 등 27개국 외교 수장들이 라오스의 비엔티안에 모여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모임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역내에서 가장 큰 안보 쟁점 두 가지, 즉 ‘사드의 한국 배치’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외교수장들의 양자회담에서 논의되고 있다.

먼저, 사드 배치에 관한 세계인의 시선은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과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장관, 그리고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13개국 외교 수장들과 회담을 갖고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대북제제 협력을 요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24일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재차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 것에서 보듯, 사드 배치에 대한 친중 타 회원국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중국 쿤밍昆明 발 동방항공에 동승해 라오스에 입국했던 리용호 외무상과 왕이 외교부장은 양자회담 자체를 대한對韓 압박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두 사람이 양자회담에서 토의할 주요 주제는 두 가지, 즉 친중파였던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북중관계 개선방안과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대응책이 될 공산이 크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피봇 투 아시아 전략의 마침표?

다음으로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는 사안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다. 미국과 일본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열렸던 남중국해 영유권 재판에서 승소한 필리핀을 두둔하면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하는 친중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재판에서 비록 승소하기는 했지만, 상설중재재판소의 결정이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지난 2014년 4월에 있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아시아재균형 전략, 즉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전략의 마침표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피봇 투 아시아 전략의 마침표는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의 정치적, 경제적 출발을 의미한다.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은 주요 회원국들, 특히 미국과 중국이라는 G2의 안보정책이 각 회원국들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역내 각국의 안보 전략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중국이 아직까지는 사드 배치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있지만, 사드 배치 문제의 향배는 남중국해 영유권에 관한 미중의 회원국 회유 결과에 달려 있다 해도 무방하다. 미국과 영국의 도발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거기에 달려 있다.

▲ 남중국해 상공을 비행하는 중국 초계기 ⓒnanonews.org

한국이 보호무역주의의 희생양이 될까? 이 문제는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회원국들의 판단에 달려 있고, 이에 대한 회원국들의 판단은 미중간의 남중국해 영유권 기싸움에 매여 있다. 이래저래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한국 외교의 실상이다.

라오스 비엔티낭에서, 한국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아니, 무엇을 덜 잃고 무엇을 더 많이 잃을 것인가? 이번 포럼에 아무런 기대를 걸 수 없는 이유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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