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조 원을 넘어선 실질 가계부채, 정부는 뭐하고 있나?
1,500조 원을 넘어선 실질 가계부채, 정부는 뭐하고 있나?
  • 김태현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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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 무시한 반쪽짜리 대책으로 일관해


“가계부채 증가를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증가세를 억제하려고 정부가 여러 가지 조치를 내놨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가계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둔화하고 있다.”(금융위원회 보도자료)

가계부채 증가세를 두고 이달 중순에 나온 정반대의 설명이다. 어느 쪽 말이 옳을까?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긴 하지만, 대출의 질은 나쁘지 않아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정부의 언급을 보면, 가계부채 문제가 별것 아닌 것도 같다.

▲ 금통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그러나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가 보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정부의 상황인식이 너무도 안이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 2014년 6월 부총리에 내정된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장관은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침체된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며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 규제를 완화했다.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택했던 것. 거기에 한국은행까지 총 여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려가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했다.

이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시민들이 부동산에 뛰어들면서 주택시장이 잠시 활황세를 보였지만, 2년 사이에 가계부채만 200조 원 더 늘어났을 뿐, 내수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 ‘초이노믹스’를 실패로 이끈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 ⓒ뉴시스

박근혜 정부 3년 6개월 동안 DTI와 LTV 규제 완화로 남은 것은, 341조 1,000억 원이라는 빚뿐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5년간 기록한 가계부채 증가액 250조 8,000억 원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신용통계’에 의하면, 지난 6월말 현재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가계부채(가계신용) 총액은 1천257조3,000억 원이다. 이 수치는 3개월 전에 비해 33조6,000억 원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계부채 증가액은 54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또한 중소기업 대출로 잡히지만 실제로는 가계부채에 가까운 자영업자 대출까지 합치면 가계부채 총액이 이미 1,5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올해 2월 은행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며 주택담보대출 제어에 나섰던 정부가 25일 새로운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올해 2월에 내놓았던 대책 이후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6개월 만에 나온 또 다른 대책이라서 정부 스스로 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새로 내놓은 정책 역시 가계부채 증가세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핵심 정책들이 빠져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야권은 ‘초이노믹스’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라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집단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 12.4% 수준에서 올해 6월말 기준 49.2%로 폭증하면서 가계부채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지만, 집단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인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을 제외하는 방침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근 2년간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해온 DTI와 LTV의 규제를 강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분양권 전매 제한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의 시각이 정반대로 엇갈리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분양권 전매 제한을 주장했지만, 주택시장에 목을 매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반대한 것.

8월 1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보고서에서 한국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한 바 있지만, 학계는 IMF의 경고가 정부의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1천257조3,000억 원이지만 자영업자 대출까지 포함하면 이미 1,5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대출의 질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너무도 안이하다.

이명박 정권 5년보다 현 정부 3년 6개월 만에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부채 사태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시급히 취하지 않는다면, 향후 금리가 인상되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빚을 상환할 수 없는 시민들로 인해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경기가 더 깊은 침체의 골로 빠져들 것이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