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젠틀맨 외교관, 복마전 같은 정치판에서 견뎌낼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1위 대선주자」
「대선가도에 가장 유력한 대안은 검증 최소화와 경선 회피」

게재 순서
① 반기문,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망론의 선두주자
② 문재인, 친정체제 구축으로 단단해진 노란풍선의 귀환
③ 안철수, 더 이상 내놓을 것 없는 새정치의 좌장
④ 박원순, 청년으로 도전장 내민 협상의 달인
⑤ 김무성, 가뭄의 끝에서 서성이는 이념의 패장
⑥ 손학규, 기지개 켜는 야권 재편의 키맨key man


2017년 대선을 1년 4개월여 남겨둔 현재, 대선 국면을 진두지휘할 여야의 진용이 꾸려지면서 차기 대선후보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돌직구뉴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원씨앤아이와 리얼미터의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바탕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 6인을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분류, 집중분석을 실시하였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과 친문계 추미애 의원이 각각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로 선출되어 소장파들의 입지가 위축됨에 따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하위권 그룹은 이번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리얼미터, 조원씨앤아이) ⓒ돌직구뉴스

○리얼미터 여론조사: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8월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518명(무선 8, 유선 2 비율)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9.8%, 표집오차 95%, 신뢰수준 ±2.5%p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시사전문 돌직구뉴스와 공동으로 8월 17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000명(유선+휴대전화 RDD방식)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3.0%, 표집오차 95%, 신뢰수준 ±3.1%p

 

반기문,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망론의 선두주자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바 있는 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새누리당 전당대회 이전에는 문재인 전 대표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이후 ‘친박’ 중에서도 ‘진박’으로 통하는 이정현 당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문 전 대표를 오차범위 밖으로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하고 있다.

그는 지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고 있으며, 호남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 및 손학규 전 고문을 추월, 문재인 전 대표 다음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층의 지지도 안철수 전 대표나 박원순 서울시장보다 높다.

대권 도전을 본격 선언하지도 않은 마당에 그의 지지도가 이처럼 고공행진을 보이는 이유로는, 살아 있는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 주류가 미는 후보라는 장점 외에,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능력과 안정적인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강점이다.

▲ 반기문 UN 사무총장 ⓒrestlessdevelopment.org

새누리당 내에서는 반 총장이 개인비리가 없고 정치적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지금의 지지도를 유지할 것이며, 오는 대선이 반 총장을 포함 3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승리를 거머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반기문 대망론에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반기문 대망론大亡論
 
가장 큰 걸림돌은 지금까지 강점으로 부각되었던 ‘세계 대통령’이라는 외교관 지위에서 찾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이후 10여 년 동안 국내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이 첫 번째 장벽이다. 두 번째 장벽은 당사자가 아닌 제3자, 즉 조정자로서 지난 10여 년을 보냈기 때문에 권력의지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지금의 지지율이 컨벤션 효과에 불과하다는 우려다. 반 총장이 본격 등판한 이후 어떤 내용으로든 반드시 악재가 터질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야권 및 시민단체로부터 날아들 무수한 검증의 칼날을 버틸 만한 맷집이 과연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박근혜 후보의 18대 대선 당선을 제외하고는 대선을 1년 6개월여 남겨둔 시점에 1위를 달리고 있던 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실제로 지난 17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와 고건 후보가 1위를 주고받았지만 3위에 불과했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고, 16대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를 뚫고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으며, 15대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이회창 후보를 누른 사례가 있다.

현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차별화 여부도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며, 대한민국호를 어떻게 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제시할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반 총장의 대권가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대망론을 이어갈 돌파구

현재 반기문 대망론은 살아있다. 정치인 중에 이를 정면으로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몇 가지 위협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반 총장의 측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돌파구로는 여권 후보로 곧장 나서서 무수한 검증의 칼날을 견뎌내는 대신 무소속으로 제3지대에 머물다가 여권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일 경우, 반 총장은 자신의 최대 자산인 유엔 사무총장 경험을 살리면서 최소한의 검증과 경선 회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로 임기가 종료되는 반기문 총장은 이전 총장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년 초까지 해외순방을 다니며 각국 수장들과 인사를 나눌 계획이다. 이는 그가 대선전에서 두 팔을 걷어붙이고 뛸 시간이 1년이 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 반 총장은 마치 학처럼 저 높은 소나무 꼭대기 위에 앉아 독야청청하며 구질구질한 아랫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는 예열 없이 뛰어들어야 할 대선전에서 후보 자질 검증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또한 이정현 대표 체제 하에서 여권 내 경선을 뚫어낼 수 있을까? 우리 정치판은 물밑 경쟁과 담합, 때로는 인면수심의 행태까지 서슴없이 동원되는 복마전伏魔殿이나 다름없다. 세계 최고의 젠틀맨 외교관 이력을 가진 그가 과연 그런 진흙탕에서 뒹굴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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