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거짓과 정언유착으로 현실화되는 엉망진창 대한망국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과 배신의 아이콘에 이은 또 한 번의 노여움」
「본말전도, 우병우에서 대우조선해양과 박수환을 거쳐 조선일보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노여움’에 제대로 걸린 인사들이다. 이들을 제거하는 과정에 대통령은 국민들의 관심을 현안에서 지엽적인 문제로 돌리고 검찰을 길들이고 새누리당 내부를 단속하는 등 많은 것을 얻었다.

▲ 박근혜 대통령 ⓒfacenfacts.com

그 과정에 국가정보원이나 검찰 등 사정기관의 정보가 동원되기도 했다. 그런 대통령의 노여움이 이제 박근혜 전 후보의 대선가도에 가장 큰 공헌을 세웠던 충신 중의 충신, 조력자 중의 조력자에게로 향하고 있다. 그 조력자는 바로 거대 보수언론 조선일보다.


혼외아들 사건으로 전도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국정원 여직원 셀프감금 사건과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부정・불법선거 의혹 등으로 얼룩졌던 지난 2012년 대선, 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박 대통령은 제대로 국정을 수행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었다.

이후 선거와 관련된 의혹들은 수그러들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라났다. 결국 검찰은 2013년 4월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렸고,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특별수사팀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직전이던 그해 9월, 강력한 조력자가 무대에 올랐다. 조선일보가 채동욱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하고 나섰던 것이다. 채동욱 총장은 검찰 흔들기를 그만두라며 버텼지만 청와대와 법무부의 빈틈없는 공격, 특히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채동욱 총장 감찰 지시에 별 도리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시위(2013/7/27) ⓒ뉴시스

이후 ‘채동욱 뒷조사’ 논란으로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 조이제 전 서초구 행정지원국장, 국정원 송모 정보관 등 곁가지들만 ‘정보 유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되어 기나긴 법정싸움에 돌입했고, 특별수사팀에 소속되었던 검사들은 좌천당했으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총리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국민들은 국정원 댓글조작이라는 본질을 잊은 채 채동욱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질타를 이어갔다. 잘 기획된 본말전도 전략이 성공을 거뒀던 것이다.


배신정치의 아이콘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원조 친박 유승민 의원도 대통령의 노여움에 정치생명이 끊어질 위기까지 몰린 인물이다. 그는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되자마자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복지철학인 ‘증세 없는 복지’를 신랄히 비판했고, 야당과 함께 국회의 정부 견제 권한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런 그에게 날아든 것은 ‘배신의 정치’라는 대통령의 낙인.

이후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거센 비난의 표적이 되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철학을 밝히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권의 조력자가 또 한 번 무대에 올랐다. 조선일보가 기사와 사설(2015/7/6) 등을 통해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촉구했던 것. 결국 그는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당내 입지는 강화되었고,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창 세를 불려나가던 비박계의 입지는 크게 약화되었다.

국민들은 ‘증세 없는 복지’의 옳고 그름과 ‘국회의 정부 견제 권한 강화’라는 당위는 까마득히 잊은 채 유 원내대표의 ‘배신’에 대한 질타를 이어갔다. 유 원내대표의 사례 역시 잘 기획된 본말전도 전략이 성공을 거둔 케이스였다.


우병우→대우조선해양→박수환→송희영→조선일보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노여움과 청와대의 화살이 충신 중의 충신, 조력자 중의 조력자인 조선일보로 날아들었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싸고 강남 땅 거래 의혹 등 각종 도덕성 의혹이 제기되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본질은 집권 후반기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데 있다”며 모든 의혹을 근거 없는 ‘우병우 죽이기’로 몰아갔다.

▲ 국무회의에 참석 중인 우병우 민정수석 ⓒ뉴시스

급기야 이석수(53) 특별감찰관이 청와대로 들어가서, 다시 말해서 검찰청사가 아닌 의혹 당사자의 안마당으로 들어가서 우병우 민정수석을 조사하기에 이르렀지만, 대통령은 거꾸로 ‘자료 유출에 따른 국기 문란’을 거론했고, 이 특별감찰관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표를 제출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사안은 엉뚱하게도 대우조선해양 비리와 연결되고 말았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남상태(66, 구속기소)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사건과 관련, 박수환(58)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를 구속하고 송희영(62) 전 조선일보 주필을 내사하던 도중, 친박계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느닷없이 송 전 주필의 2억 원대 호화 외유 사실을 폭로하고 나섰던 것이다.

이제 우병우 수석에 대한 의혹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그리고 박수환 대표를 거쳐 조선일보로 옮아갔고, 송 전 주필을 사이에 둔 청와대와 조선일보 간의 전투는 폭로전으로 번지고 말았다.

김진태 의원의 폭로 직후, 송 전 주필은 주필직을 내려놓았지만, 청와대는 “작년에도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고재호(60, 구속기소) 전 사장의 연임을 청탁했다”며 조선일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날 저녁 MBC는 우병우 수석 땅 거래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조선일보 이모 기자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통화한 내용을 요약 보도했다.

그리고 우병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수사를 진행 중이던 검찰 특별수사팀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휴대폰을 압수하는 것은 물론, 참고인에 불과한 조선일보 이모 기자의 휴대폰까지 압수했다. 또한 이모 기자와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해서는 치밀한 압수수색을,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간결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돌직구뉴스

폭로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쯤에서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입장을 들어보자. 청와대 발표와 조선일보 기사/논설을 정리한 내용이다.

청와대

대우조선해양 호화 외유 접대 사실로 인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그리고 송희영 전 주필의 오래된 유착관계가 드러났다. 거기에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실패한 로비에 송 전 주필이 관여한 정황까지 포착되었다.

조선일보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조선일보와의 유착관계가 드러날 것이 염려되어 이를 저지할 불순한 목적으로 그동안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우병우 수석 논란이 송 전 주필의 비위 사실을 가리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만큼, 우 수석의 사퇴는 없다(청와대 발표 정리).

조선일보

자사 기자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통화한 내용은 일부 기자들만 카톡으로 공유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내용이 MBC에 보도되었다. 통신보호법 위반 소지가 강하다. 도청 또는 해킹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청와대 또는 사정기관이 개입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기자의 휴대폰에는 취재정보 및 취재원 인적사항이 담겨 있는데, 검찰이 우병우 수석의 강남 땅거래 의혹을 최초 보도한 기자의 휴대폰까지 압수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우 수석 의혹의 제보자를 찾거나 우 수석 문제로 조선일보와 접촉한 내부 고발자를 찾아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송 전 주필 호화 외유를 문제 삼으면서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의혹을 덮으려 하는 것 아닌가?(8월 30일자 조선일보 기사 정리)


엉망진창 대한망국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및 조선일보의 폭로전은 몇 가지 면에서 대한망국으로 향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대통령의 거짓말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검찰의 성역 없는 정치권 감시를 위해 특별감찰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공약에 따라 2015년 3월 임기 3년의 초대 특별감찰관이 취임했다. 그가 바로 지난 30일 사표를 제출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도입한 특별감찰관제는 무늬만 특별감찰이었을 뿐, 강제수사권이 없어 압수수색을 할 수도 없고 구속수사도 할 수 없으며, 감찰 대상이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어떤 대응책도 마련할 수 없는, 그야말로 허깨비에 불과한 거짓제도일 뿐이었다.

그런 까닭에 우병우 수석에 대한 이 특별감찰관의 발언이 강해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뜸 ‘감찰 자료 유출은 국기 문란’이라는 공격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이런 행태,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처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라면, 대통령 특별감찰관제도든 대통령 최고감시대법원이든 대통령 직접처형제도든 뭐든 못 만들겠나.

대통령의 거짓말로 인해 허깨비로 밝혀진 특별감찰관제도는 용도 폐기되어야 한다. 성역 없는 수사가 실질적으로 가능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따져야 할 것은 프레임 설계자의 의도대로, 그 설계자가 흘리는 정보를 폭로하며 개인의 실리를 챙기는 국회의원의 행태다. 친박계 중에서도 초강성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그의 폭로는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기는커녕 과정을 더 복잡하게 꼬아가며 본말을 전도하는 데 일조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누구의 청부를 받아서 폭로전에 개입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할 일이 아니”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따져볼 것은 언론의 본질과 그릇된 ‘정언유착’ 행태다. 조선일보는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을 비롯한 다양한 사안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온 대표적 언론사다. 언론 최대의 기득권이라 불려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송 전 주필 문제를 두고 자사의 사활까지 걸어가며 청와대와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이는 자칫 국민들에게 언론의 본 기능인 ‘권력 감시’에 충실하려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현재 청와대와 전투에 나선 이유가 언론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집안싸움일 뿐이라는 사실, 알만한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조선일보가 안고 있는 문제, 아니 우리나라 주류 언론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언론과 청와대의 유착’, 곧 ‘정언유착’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비서의 땅 의혹을 보도했다며 언론이 수사당하는 현실을 “나라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성토하면서 청와대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마치 대한민국 언론의 최후 보루인 것만 같다.

청와대는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비위를 숨기기 위해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며 언론사의 목줄을 뒤틀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의 사정 라인과 정보 라인을 주무르며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수석은 사퇴할 기미가 없다.

엉망진창 대한망국이다. 대통령의 공약은 거짓임이 드러났고,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은 청와대가 기획한 연극마당에서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곰이 되었다. 청와대 인사는 인재人災로 돌변했으며, 그동안 청와대와 끈끈한 유착관계를 유지해왔던 조선일보의 ‘집안 지키기’ 폭로는 ‘정의를 위한 언론의 행동’으로 둔갑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안다. 결국에는 전투를 진두지휘하는 청와대도 조선일보도 다치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각종 ‘유출’에 연루된 배우 몇 명만 부각되면서 지리한 법정싸움으로 들어갈 것임을, 새로운 정언유착이 형성되면서 우병우도, 대우조선해양도, 남상태도, 박수환도, 송희영도 모두 모두 국민들의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져갈 것임을. 그렇게 대한민국이 정치적 대한망국으로, 다시 또 개한망국으로 끝없이 추락해갈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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