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박원순, 안철수의 호남 지지세를 합산하면 70% 훌쩍 넘어

「경험과 경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손학규, 제3지대 구축에 나서」
「19대 대선 야권의 최대 관심은 공정한 경선 룰과 흥행」
「손 전 대표, 제3지대 경선에서 호남 민심 끌어 모아 서울과 수도권으로」

게재 순서
① 반기문,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망론의 선두주자
② 문재인, 친정체제 구축으로 단단해진 노란풍선의 귀환
③ 안철수, 더 이상 내놓을 것 없는 새정치의 좌장
④ 박원순, 청년으로 도전장 내민 협상의 달인
⑤ 김무성, 가뭄의 끝에서 서성이는 이념의 패장
⑥ 손학규, 기지개 켜는 야권 재편의 키맨key man

▲ 102일 민심대장정 후 서울역에 도착한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2006.10.9) ⓒ뉴시스

2017년 대선을 1년 4개월여 남겨둔 현재, 대선 국면을 진두지휘할 여야의 진용이 꾸려지면서 차기 대선후보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돌직구뉴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원씨앤아이와 리얼미터의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바탕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6인을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분류, 집중분석을 실시하였다.

▲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리얼미터, 조원씨앤아이) ⓒ돌직구뉴스

○리얼미터 여론조사: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8월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518명(무선 8, 유선 2 비율)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9.8%, 표집오차 95%, 신뢰수준 ±2.5%p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시사전문 돌직구뉴스와 공동으로 8월 17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000명(유선+휴대전화 RDD방식)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3.0%, 표집오차 95%, 신뢰수준 ±3.1%p


소이부답의 출사표와 열렬한 구애

“나라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느낌인데도 정치가 갈 곳을 잃고 있어 나라의 어려움을 펴줄 정치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의 정신,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정신, 다산 정약용이 경세유표를 쓴 개혁의 정신으로 우리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2014년 7・30 보궐선거 낙선 후 전라남도 강진 토담집에 칩거해온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광주 금남공원에서 열린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빛고을 문화한마당’ 행사에서 토해낸 대권 출사표다.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일관해온 지 정확히 2년 1개월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의 8・27전당대회장, 당선 소감을 말하던 추미애 신임 당대표는 야권 대선주자들을 호명하던 도중 “손학규 전 고문님, 듣고 계시죠?”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날 오후,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KTX로 광주 송정역에 도착한 뒤 강진으로 달려가 손 전 대표와 막걸리 잔을 기울였고, 이튿날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손 전 대표를 찾아가 3시간가량 배석자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불문가지다. 광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당 문호개방’을 언급하며 이미 대권 출사표를 던진 안 전 대표가 할 수 있는 말은 “제3지대의 중심인 국민의당으로 와서 저와 함께 경선하자”는 말뿐이다. 이 제안에 대한 손 전 대표의 대답은 “국민의당은 제3지대 중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다”는 것이다.

▲ 입당을 권유하기 위해 손학규 전 대표를 찾아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문병호 전략기획본부장, 김영환 사무총장(8월21일) ⓒ뉴시스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는 가운데, 손 전 대표를 영입하기 위한 두 야당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광주 5・18민주묘역 발언과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진도 울돌목 발언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손 전 고문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 전당대회를 마치고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협력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손 전 고문은 그렇게 해달라, 잘 하세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추미애 대표)

“야권에서 경륜을 갖춘 손 전 대표가 정치 일선으로 나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저도 충분히 이야기했고, 안철수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좋은 결정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그런데 박 비대위원장은 정치인 손학규를 전 대표와 전 고문, 두 가지 호칭으로 부른다. 박 비대위원장뿐 아니라 언론 기사들을 훑어봐도 손 전 대표에 대한 호칭이 여러 가지 등장한다. 그 호칭에 두 야당이 손 전 대표 영입을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가 숨어 있다. 정치인 손학규의 정치역정부터 살펴보자.


손학규, 어울리지 않는 옷을 벗기까지

인권운동가, 민주화운동가, 4선 국회의원, 교수(서강대, 인하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사회과학연구소장, 보건복지부장관, 경기도지사, 민주당 대표,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상임고문... 정치인 손학규에게 부여되었던 호칭들이다.

그의 정치역정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김근태, 조영래 학생과 함께 ‘서울대 65학번 삼총사’로 불리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민주화운동에 투신하던 그는 정학과 정선 함백 탄광촌 은거, 투옥(1년여) 등을 거치다 부마민주항쟁 이후 체포되어 고문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지만, 박정희 저격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구사일생 목숨을 건졌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귀국해 시민사회운동가로, 교수로 활동했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정치인이 한 사람 있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양대 축으로 평가받던 정치인,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손학규 전 대표(2015.11.22) ⓒ뉴시스

당대 최고의 민주화투사 겸 정치인이 부를 때, 선뜻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보수정당 내부에서의 개혁’이 가능하리라 판단한 손학규 교수는 1993년 민주자유당에 입당, 15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정치 경력을 쌓아가다 이명박, 박근혜 후보와 함께 2007년 대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대한 한나라당 내 지지도는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등 진보 색채가 강한 행보를 보인 탓에 그의 당내 입지는 갈수록 약화되었다. ‘보수정당 내부에서의 개혁’이라는 그의 목표가 사라지고 있었다.

때마침 과거 민주화운동 동지였던 김근태 전 고문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무너져가는 열린우리당을 재편하자며 손짓했고, 그는 결국 한나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의 창당을 주도했다.


잘 어울리는 옷을 벗기까지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을 주도한 손 전 경기도지사는 이후 당내 대권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정동영 후보에게 패했고, 통합민주당 초대 당대표 시절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강원도 춘천의 모처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그가 다시 정계로 돌아온 것은 2010년 7・28 재보궐선거 직후. 희망대장정을 기치로 102일간의 민생투어에 나섰던 그는 2년여의 칩거를 끝내고 대표로 복귀, 당 추스르기에 나섰다.

그의 당 추스르기 중 압권은 민주당의 사지로 불렸던 성남시 분당구(을) 지역에 출마해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를 누르고 당선을 거머쥐었던 것이다. 당내 반대파의 압력에 밀려 거의 반강제로 출마했지만 기적적으로 당선된 이후, 그는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올라섰다. 그러나 그의 황금기는 거기까지였다.

▲ 분당(을) 당선 직후 의원총회에서 발언 중인 손 전 대표(2011.4.28) ⓒ뉴시스

무상급식 문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임한 뒤에 치러진 야권 단일화 투표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안철수 전 원장의 양보를 얻어낸 박원순 이사에 패하면서 손학규 책임론이 불거졌고, 문재인 전 대표 및 ‘혁신과 통합’ 측과 민주당이 합당해 민주통합당이 출범하자, 손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2012년, 그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나섰으나 문재인 후보에 패했고, 2014년 초 재보궐선거에서 지도부 책임론에 등 떠밀리다시피 험지인 경기도 수원(병)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낙선 이튿날, 그는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라남도 강진의 토담집에 들어앉았다.


야권 재편의 키맨, 제3지대 플랫폼으로 승부하다

시민운동과 학계, 정계를 두루 섭렵한 그는 경력과 경험 면에서 분명 ‘저평가 우량주’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 4・13총선이었다. 당시 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들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까지 나서서 총선 지원유세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정계에서는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날 경우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19대 대선 후보군에서 낙마할 테고, 그러면 손학규 전 대표가 야권을 재정비할 적임자 및 대권 후보로 등판할 계획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손 전 대표가 실제로 그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20대 총선에서 보인 국민의 선택은 오만한 여당의 몰락과 정교한 캐스팅보트 정국이었으며, 그런 국민의 선택으로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대표는 대권 후보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진 반면, 손 전 대표의 입지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 손 전 대표가 기거 중인 전남 강진 토담집 ⓒ일요신문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8・27전당대회에서 추미애 신임대표를 비롯, 친문계 최고위원 전원이 당권을 장악하면서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무난한 경선 승리가 무난한 대선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

9월에 들어서자 야권의 대선 판도는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나 공정한 경선 룰을 만드느냐 하는 문제와 대선경선 흥행으로 급격히 쏠리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손 전 대표가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의 정신,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정신, 다산 정약용이 경세유표를 쓴 개혁 정신을 기치로 마침내 세 번째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공정한 경선 룰’과 ‘흥행’이라는 측면에서, 손 전 대표가 두 야당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선 룰과 관련, 손 전 대표는 2012년 당내 경선에서 대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순회투표(당원들의 표심)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모바일 투표(친노・친문의 표심)에 뒤져 문재인 전 대표에게 패배한 바 있다. 추미애 대표가 공정한 경선 룰을 약속하고는 있지만, 모바일 당원수를 늘려가고 있는 당내 분위기로 보건대, 손 전 대표가 뻔한 패배를 감수하면서까지 당내 경선에 나설 이유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음으로 대선경선 흥행과 관련, 주목할 수치가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5월 17일 실시한 호남권 여론조사에서, 손 전 대표는 22.4%의 지지율을 획득, 20.5%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19.4%의 문재인 전 대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야권의 대선주자가 되려면 반드시 호남의 지지세를 등에 업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3지대론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나 박지원 비대위원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손 전 대표 주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손 전 대표에게 제3지대는 익숙하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직후, 그는 민주화세력과 실용개혁세력을 연합한 ‘선진평화연대’를 창립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키워낸 적이 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제3지대를 구축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실제로 손 전 대표의 최측근 중 한 인사는 “손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1위인 것보다는 손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 합산이 70%를 훌쩍 넘어선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흥행을 말하는 것이다. 20%가량에 불과한 문재인 전 대표의 고민 지점도 바로 여기이며, 이것이 지금 현실화되고 있는 제3지대론의 핵심이다”라는 말로 손 전 대표에 의한 제3지대 구축을 기정사실화했다.

지금까지 도출된 정보로 손 전 대표의 향후 행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 더불어민주당 당적은 유지하되, 당내에서 활동하지는 않는다.
○ 제3지대는 국민의당 중심이 아닌 손 전 대표 중심으로 짜일 공산이 크다.
○ 제3지대는 정당이 아닌 ‘국민통합체’ 형태가 예상되며, 두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을 포괄하는 중도개혁 플랫폼이 될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이 ‘흥행 없는’ 무난한 방식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대권 후보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제3지대에서는 손학규, 안철수, 박원순 등 여러 후보들이 경선에 참여해 흥행을 이어나가면서 호남권 통합 대권 후보를 선출하고, 그 여세를 서울과 수도권까지 이어간다.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제3지대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제3지대에서 선출된 후보와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경선’과 같은 방식을 통해 최종 예선에 나설 후보를 선출한다.
○ 마지막으로 제3지대 최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역시 국민경선 등을 통해 야권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 국립 4.19민주묘지를 찾은 손학규 전 대표(04.19) ⓒ뉴시스

인권운동가이자 민주화운동가, 4선 국회의원에 교수, 거기에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사회과학연구소장, 보건복지부장관, 경기도지사, 민주당 대표,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상임고문 등 경력과 경험 면에서 여타 잠룡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치인 손학규, 그가 세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대권 도전에 나선다.

그는 과연 호남 최고의 지지율과 제3지대를 발판삼아 봉황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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