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과열의 두 요인은 '집단대출 강화 움직임' 및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주택시장과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이상 과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7월말 현재 전국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6조6,92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가운데, 경기도의 한 아파트 매매가격이 서울 은평 뉴타운을 앞지르는 등 주택시장에 이상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TV의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3.3㎡당 1,532만 원을 기록, 서울 은평 뉴타운의 1,513만 원을 소폭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서도 건축연수 20년 이상 아파트의 가격지수가 105.8로 5년 이하 아파트의 102.9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되었다.

ⓒ뉴시스

이처럼 기존의 패턴과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주택시장의 최근 흐름에 대해, 금융업계 및 부동산업계에서는 국내외적으로 두 가지 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먼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가계대출에 대해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전국으로 확대 적용했고, 지난달 8・25 대책에서는 주택공급 축소를, 이달 초에는 집단대출 소득 확인 의무화를 결정한 바 있다.

또한 IMF가 한국의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권고를 한 것도 일정 부분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종전보다 대출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 대출 규제가 지금보다 강화되기 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두려는 투기심리가 발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투기심리가 시중은행의 대출 증가세로 이어지면서, 실제로 시중은행들도 신규가입자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를 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혼합형 고정금리를 기존의 연 2.69%에서 8월말 2.74%로 올렸고, KEB하나은행은 2.64%에서 2.73%로, 신한은행은 2.69%에서 2.80%로 올렸다. 특히 우리은행은 6월말 기준 2.70%이던 혼합형 고정금리를 시중은행 최초 3%대인 3.05%로 올리기도 했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요인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금리 차 수익을 기대하고 한국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의 이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또한 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금리가 기축통화국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 9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자넷 옐렌 미 FRB(Federal Reserve Bank) 의장 ⓒdailymail.co.uk

세계 금융계는 미국이 빠르면 이달 이내, 늦어도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투기자금을 운용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국 내 사정에 비추어 거꾸로 계산해보면, 어차피 투기용 자금을 대출할 바에야 이달 안에, 그것도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이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8월말에 신규가입자 기준 고정금리를 인상한 것도 이런 계획을 가진 대출신청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조는 지난 8월에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8월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000억 원으로 7월보다 무려 8조7,000억 원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단 한 달 만에 6조2,000억 원이 증가한 512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것은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이루어진 부동산 거래가 주택경기 호황이었던 지난해 동 기간보다 4,572건(13.6%) 늘어난 38,110건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비수기인 여름철임에도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과 9월 내 미국 발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국은행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이래 최대치인 1,257조3,000억 원이라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가계부채 총량에 대해서는 “아직 여유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주택시장에서 내수경기를 활성화할 기회를 보는 정부의 관행이 멈추지 않는 한, 주택담보대출 상승세가 임계치에 이를 때까지 추이를 지켜볼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의 원인을 저소득층과 저신용층 및 자영업자들에게 떠넘기며 끝까지 주택경기에만 기댄 나머지 내수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할 계획이 아니라면, 정부는 이제라도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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