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저 이정현 대표가 금수저인 그룹, 대기업 편을 드는 이유는?

「무수저 이정현, 법인세 인상에 단호히 반대하는 트럼프와 초록동색」
「폭증하는 국가부채에도 법인세 인상 않겠다는 건 서민증세 하겠다는 의지」
「요상한 집무실 단식 동안 자신이 과연 무수저인지를 무기한 생각해보길」


흙수저도 아니고 아예 무수저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연이어 상식 밖의 언행을 보이고 있다. 법인세와 무기한 단식 농성 얘기다.

현재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법인세 인상과 관련, 이정현 대표는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CEO 조찬 간담회 자리에서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발언은 흙수저나 무수저가 아니라 미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금수저를 매우 ‘분명하고 단호하게’ 빼닮아 있다.

▲ 금수저 트럼프와 닮은 꼴, 무수저 이정현 ⓒ돌직구뉴스

법인세 논란의 핵심 쟁점은 트리클 다운trickle-down과 사이펀 효과siphon effect의 싸움이며, 이는 결국 금수저와 흙수저의 논리로 귀결된다.

금수저들은 그룹과 대기업인 자신들이 돈을 잘 벌면 그 부스러기가 아래로 흘러내려가 중소기업, 노동자 등 흙수저, 무수저 계층도 득을 본다고 주장한다. 그러려면 법인세를 인하하고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해야 한다. 이게 트리클 다운이다.

반면, 흙수저와 무수저들은 그룹과 대기업 등 금수저들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중소기업, 노동자 등 흙수저와 무수저의 생명력을 쪽쪽 뽑아간다고 주장한다. 마치 아래쪽 물을 위로 빨아들이는 사이펀처럼 말이다. 이게 사이펀 효과다. 그러니 흙수저와 무수저는 당연히 법인세 인상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상반된 입장은 미 대선 TV토론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26일 열린 TV토론에서, 금수저들을 대변하는 공화당의 금수저 중 금수저인 트럼프 후보는 감세정책을 내놓았다. 반면 흙수저의 전통을 대변하는 민주당의 금수저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나는 그 (감세)정책을 조작된 낙수효과(trickle-down)라고 부르겠다”고 힐난했다.

 

금수저와 흙수저, 누가 세금을 더 많이 낼까?

자신을 흙수저도 아니고 무수저라고 얘기했던 이정현 대표는 어느 쪽 입장에 서야 할까? 금수저가 세금을 많이 내는지 흙수저, 무수저가 세금을 많이 내는지 한번 따져보자.

현행 법인세율은 과세표준금액 2억 원까지 10%의 세율을, 2억-200억 원까지는 20%의 세율을, 200억 초과는 22%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야당은 여기에 5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25%의 세율을 적용하고, 명목세율과 실효세율 중 하나를 올리자고 주장한다. 500억 초과 구간을 신설하면 삼성, 현대, LG, SK, 롯데 등 주로 그룹사들의 세금이 3% 오른다.

▲ 많이 벌고 세금 적게 내는 금수저의 대변자, 전경련 ⓒ뉴시스

명목세율과 실효세율 중 하나를 올리자는 것도 알고 보면 엄청 쉽다. 위에 언급한 세율, 즉 2억 원 이상 10%, 2억-200억 원 20%, 200억 원 초과 22%를 명목세율이라 한다. 이는 세법에서 정한 세율이다. 그래서 200억 원을 초과해 벌면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조세특례제한법이라는 게 있다. 그 법에는 각종 비과세 규정, 감면 규정들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명목세율을 갉아먹는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 법인들이 실제로 내는 세금은 이렇다.

“명목세율 - 각종 비과세・감면 = 16%대”

200억 원 초과로 22%의 세금을 내야 할 법인들이 실제로는 16%만 내고 있는 셈이다. 이 16%대의 세율을 실효세율이라 한다.

외국은 어떨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관련 기관들은 그동안 우리나라 법인이 내는 세금이 외국 법인보다 결코 낮은 게 아니라고 강변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유럽 법인들이 내는 실효세율은 최소 26%에서 최대 30%다. 일본도 28%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우리나라 법인세 실효세율인 16%대가 외국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고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처럼 왜곡되어 있는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길도 아주 쉽다. 하나는 조세특례제한법을 축소 또는 폐기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실효세율은 자동적으로 높아진다. 또 하나는 정말로 필요한 기업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은 그대로 놔두되, 대신 명목세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쉬운 걸 왜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바보' 소리를 들을까?

 

부자감세와 서민증세의 환상조합

근로자들이 내는 세금과 법인이 내는 세금의 비율을 살펴보면, 그룹, 대기업 등 금수저들이 돈을 잘 벌면 흙수저와 무수저들의 삶도 편해진다는 트리클-다운은 이미 한국에서는 물 건너갔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국세 수입 중 소득세는 약200조 원 정도를 차지한다. 그중 법인세는 21%, 근로자들이 내는 소득세는 29%다. 법인보다 유리지갑들이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 환상적인 호흡, 이명박 정부의 21%와 박근혜 정부의 29% ⓒ돌직구뉴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4%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강력한 감세정책을 시행한 탓에 21%로 내려앉았다. 근로자들의 세금이 늘어난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세법상 과세 대상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칙적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3년 197조 원가량이었던 근로자의 근로소득이 순식간에 277조 원으로 늘어나버렸고, 그래서 29%로 대폭 올라섰던 것이다.

봉급이 정체되어 있는 근로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소득이 증가하고 있는 법인들은 세금을 덜 내는 상황, 이것이 2016년 한국이 처한 현실이다.

 

결국 더 걷을 곳은 흙수저와 무수저뿐

문제는 우리나라 부채가 상승하고 있는 속도로 볼 때, 어디서 걷든 간에 더 많은 세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2011년에 400조 원 언저리를 맴돌았던 국가채무는 이미 2015년에 595조 원을 기록, 올해 말 650조를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가파른 부채 성장률은 우리나라 GDP 성장률의 3배를 웃돈다.

부채 성장률이 경제 성장률을 저만치 앞지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어디선가 세금을 더 많이 거둬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가?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반대한다.”

이 말은 돈 잘 버는 금수저들의 세금은 걷지 않겠다는 말이다. 결국 앞으로도 흙수저와 무수저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는 소리다. 이게 흙수저도 아니고 무수저라는 사람이 할 소린가?

이정현 대표는 현재 자신의 집무실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가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퇴진할 때까지 무기한 하겠단다. 민생이 도탄에 빠진 이때에,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시국이라고 몇 번이나 위협적인 언사를 동원하고 있는 이때에 말이다.

그런 그에게, 자신이 스스로를 평가한 말, 즉 ‘나는 흙수저도 아니고 아예 무수저다’라고 한 말이 대중 또는 청와대의 인기를 구걸하는 발언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금수저를 대변하는 새누리당의 대표로서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금수저가 너무도 부러운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발언인지를, 진짜 단식을 하는 건지 아닌지도 모호한 집무실에서 무기한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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