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순서와 폐막 연설 순서를 결정하는데 이때 통상 동전 던지기로 결정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후보 1차 토론회가 끝났다. 27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약 8,400만 명이 이번 토론회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토론은 미국 대선후보 토론 역사상 최고의 관심과 시청률을 기록했다.

뉴욕주 헴프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치러진 1차 토론에서 클린턴은 건강 이상설을 의식한 듯 빨간 정장 차림을 하고 나와 강하고 열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반면에 트럼프는 지금까지의 거칠고 무식한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차분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듯 폭이 넓은 푸른색 타이를 하고 나왔다.

치열한 공방이 오고간 1차 토론의 결과 언론과 전문가들 대부분은 클린턴의 압승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 TV방송토론은 1960년 민주당의 케네디와 공화당의 닉슨 간의 일명 ‘대토론회(Great Debates)’에서부터 출발한다. 그 이후 미국 대선 후보 간의 TV토론은 법적 강제 규정이 없음에도 반드시 치러야 할 일종의 관행이 되었다.

TV 토론은 후보자간의 단순한 정책 대결을 넘어서 유권자들이 인간성, 언변, 정책 능력, 지식, 정치력 등 출마 후보의 모든 역량을 보고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선거 이벤트가 되었다. 따라서 후보들은 의상, 머리스타일, 목소리, 제스쳐 등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들을 전략적으로 준비한다.

미국대통령토론위원회는 어느 후보에게도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 관련된 모든 사항을 치밀하게 준비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정치 이벤트인 동시에 미디어 이벤트로 진행된다. 토론위원회 뿐 만 아니라 후보자들 모두 성공적인 방송토론을 위해 전심을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오늘날 민주주의는 미디어와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게 되고, ‘미디어 크라시’라는 말이 탄생한다.

미국의 대선후보 방송토론은 미디어 크라시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정치적 사건이자 미디어 사건이다. 이 토론회를 위해 토론위원회와 후보자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사항들을 치밀하게 준비한다.

먼저, 토론 일정은 각 후보 측의 장관급이나 법률가 등 주요 핵심인사로 4-5명으로 구성된 협상 팀과 협의를 거쳐 토론위원회가 제안한 토론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작성함으로서 결정된다.

둘째, 토론 규칙과 관련한 공통 합의를 위해 토론 진행시간, 개막연설 및 폐막연설, 각 후보자가 사용할 수 있는 소품, 원고, 기타 소지할 수 있는 유형의 물건 등을 규정한다.

셋째, 토론진행에 관한 사항에서는 토론자가 중간에 메모를 할 경우, 메모에 사용할 종이의 크기, 색깔, 볼펜의 사용에 관한 토론자의 재량권 여부를 판단한다. 그리고 질문 순서와 폐막 연설 순서를 결정하는데 이때 통상 동전 던지기로 결정한다.

넷째, 토론의 세부 규칙은 1차 토론회가 있기 전 최소한 48시간 전에 토론위원회와 후보자들 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데 발언시간, 사회자의 역할, 상대후보와의 논쟁 방식 등을 결정한다.

다섯째, 토론 소품과 관련하여 연단의 설치, 크기, 의자 유형, 재질 등과 관련해서도 토론위원회와 후보 간의 협상을 통해 결정하며, 각 후보의 발언 시 자신의 탁자를 벗어나서 발언하지 못하고, 상대 후보에 다가서거나 청중 앞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등 세부 규제사항들을 결정한다.

여섯째, 토론회 무대 배경 색깔 및 형태와 관련해서는, 토론위원회가 제안을 하고 양 선거운동본부 대표자들이 상의하여 결정한다. 토론위원회는 매 토론회 시작 최소한 72시간 이전에 양 선거운동본부에 이 사항에 대해 통보한다. 후보자 뒤 무대 배경은 후보자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일곱째, 각 후보들은 토론이 시작되기 전날 무대에서 리허설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철저한 경호와 비밀에 붙여진다. 토론이 시작 될 때, 경호팀(Secret Service), 대통령 보좌관 및 주치의, 그리고 부통령 보좌관 및 주치의와 더불어 각 후보자는 사전에 공지한 임원 토론회 중간에 무대 양 옆 혹은 무대 바로 뒤쪽에 배치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한다.

대선후보 TV토론을 위해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하는 이유는 후보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토론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유권자들이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방송을 통해서 후보의 모든 면을 보고 평가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함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대선후보 TV토론은 가장 효율적으로 미디어 크라시를 실천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박태순
파리1대학 정치학 박사
성균관대학 초빙교수
미디어로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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