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소설은 전 세계 170여개국 81개 언어로 번역돼 2억1000만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고,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소설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라면 이 작가의 글을 한 번쯤은 읽어 봤을 것이다.

이 작가는 바로 파울루 코엘류다. 이 작가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기도 한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독자를 매혹하는 글쓰기를 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연금술사'가 그랬고,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가 그랬다. 또 '순례자가'가 그러했다.

코엘류가 신작을 내놨다. 제1차 세계대전 때 활동한 전설적인 스파이 마타 하리의 삶을 다룬 작품 '스파이'다. 그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스파이'가 처음이다.

10월 첫 번째 주말, 소개할 책은 바로 파울루 코엘류의 '스파이'다.

코엘류는 "마타 하리는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로 그 시대 남성들의 요구에 저항하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택했다. 여전히 권력에 의해 무고한 삶이 희생되는 오늘날, 그녀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마타 하리는 동양의 이국적이고 관능적인 춤으로 20세기 초반 파리를 비롯해 유럽 전역을 사로잡은 전설적인 무희다. 벨 에포크 시대, 유행을 선도했던 패셔니스타이자 화려한 무대 위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던 여성, 높은 인기만큼 엄청난 부를 얻었고, 당대 권력을 쥔 남성들과 숱한 염문을 뿌리며 그 관계를 통해 수많은 비밀을 간직하게 된 인물이다. 그리고 1차세계대전중 독일에 정보를 넘긴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군에 체포되어 총성 속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코엘류는 마타 하리 사망 100주년을 앞두고 삶의 어느 순간에도 자유롭고 독립적이고자 노력한 그녀의 삶에 주목한다.

그는 지난 20년간 발표된 영국·독일·네덜란드 등의 기밀문서를 비롯해 관련 서적·기사 등 수많은 자료를 참고해 '스파이'를 썼다. 코엘료는 마타 하리가 파리 교도소에서 처형을 기다리는 동안 오직 편지를 쓸 펜 한 자루와 종이 몇 장만을 요구했다는 사실에 착안해 편지 형식으로 마타 하리의 삶을 재구성한다.

소설은 프랑스 생라자르 교도소에 수감중인 마타 하리가 처형 일주일 전 자신의 변호사에게 써내려간 편지로 시작한다. 그녀는 이 편지가 자신이 죽고 홀로 남겨질 딸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이 그런 도전과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코엘류는 마타 하리가 여자라는 죄로, 대중 앞에서 옷을 벗었다는 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평판을 유지해야 하는 남자들과 관계를 가졌다는 죄로 부당하게 처형됐다고 마타 하리의 입을 빌려 말한다. 그는 이중 스파이 혐의 때문만이 아니라 도덕적 관습에 겁없이 저항하였기 때문에 용서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코엘류가 그려낸 한 여성의 초상은 비범하기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는 마타 하리를 통해, 그러니까 강렬하고 위태로운 모험으로 가득한 삶을 산 한 여성을 통해, 강인하고 담대한 여성이자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스트를 통해 독자에게 또 한 번의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한때, 일촉즉발의 전운이 가득한 한편 파리 만국박람회가 열리던 시기의 유럽을 배경으로 파블로 피카소, 프로이트, 오스카 와일드, 니진스키, 모딜리아니 등 당대의 문화 예술계를 주름잡던 인물들을 작품 곳곳에 직간접적으로 등장시키며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한다.

스파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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