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장사꾼, 천재적 광대 or 민심의 바로미터?

“우리나라는 트럼프와 트럼프 현상에 대해 공부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최초 한국인 미 연방하원의원이자 첫 아시아계 공화당 의원이었던 김창준 의원의 말이다.

‘설마 망나니가 대통령에 당선 되겠어’라고 뒷짐 지고 있지만 미국 현지의 사정은 다르다. 미국 주류 언론은 TV토론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이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고 있지만 트럼프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

지난 TV토론에서 트럼프는 그간의 망발로 기자들을 모았고 그간 한 많은 막말이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는 듯 했다.

그의 막말을 비난하며 자질을 문제 삼는 힐러리에 대해 “그래서 나는 돈 한 푼 안들이고 기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고 나를 홍보할 수 있었다. 당신(힐러리 클린턴)처럼 상대를 흑색비방하기 위해 많은 수천달러를 쓰지 않았다. 당신은 나를 중상모략하기 위한 선전에 수억을 들였겠지만 나는 그런 데 돈을 쓰지 않는다. 나는 어떻게 이기는지 알고 있다”며 특유의 자신감을 피력하자 클린턴은 당황한 듯, 황당하다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는 당신이 당신만의 세상(your own world)에서 살고 있는 걸 알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도널드 트럼프, 그는 불과 2년 전만해도 뉴욕을 기반으로 잘 나가는 부동산 재벌 사업가에 불과했다. 트럼프가 공화당에 등장했을 때만해도 미국 정치전문가들도 “트럼프는 공화당 하층민만 지지하는 사람”이라며 냉소했다.

그는 공화당 내에서도 아웃사이더를 넘어 이단아에 불과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걸출한 공화당 경쟁자 후보를 하나씩 파죽지세로 꺽어가면서 더 이상 코웃음 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히스패닉 주류의 네바다주 조차 트럼프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기현상까지 일으키면서 트럼프는 클린턴과도 여론조사에서 초접전 양상을 만들어내자 미국 현지에서는 그의 인기에 ‘트럼프 현상(Trumpism)’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주목하게 되었다.

@google image 트럼프 저서 “불구가 된 미국” 표지

우리는 그를 ‘무식한 장사꾼‘이나 ‘천재적 광대‘정도로 폄하하고 있지만 사실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 등 경영학 교재와 몇몇 서적을 저술한 저자이기도 하다.

무능해 보이는 사람이 승진한다는 ’딜버트 법칙‘을 출간한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직장인 만화 ‘딜버트’의 저자 스콧 애덤스는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설득 기술이 놀랍고 그가 이기적인 얼간이처럼 행동할수록 사람들은 그에게서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브랜드와 세일즈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어요. 그에게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조차 트럼프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죠. 그의 행동에 친밀감을 느끼고 홀리게 되는 거죠“라고 그의 인기비결을 분석했다.

트럼프 현상에 대해 소위 주류 언론은 워싱턴 기성 정치에 반감이 있는 유권자들의 일시적 피로현상 정도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제 트럼프는 더 이상 가십거리가 아니다. 우리도 트럼프와 트럼프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그의 인종차별적 발언과 기이한 행동에 초점을 맞춰 그의 경쟁력을 지나치게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백악관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백악관 근처에서 집을 구해 살며 미국을 위해 내가 할 일을 할 것이다” 지난 TV토론에서 그는 힐러리와 객석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이제 그는 하나의 돌풍을 넘어 미국 민심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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