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제발 마지막 가시는 길 방해할 생각 말고, 영장 재청구를 깨끗이 포기하기 바란다” 호소

▲서울대병원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 앞에서 영장을 집행하려는 경찰에 맞서 백남기 투쟁본부와 노동자, 농민 ,학생 ,시민사회단체 회원 약 1천여명은 출입구를 봉쇄하며 완강히 저항했다.(사진=백남기 투쟁위)

부검영장 집행 마감일인 어제(25일)오후 3시, 경찰이 병력 수백여명을 대동하여 백남기 농민 부검 2차 집행을 시도하고 나섰으나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결국 실패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 앞에서 영장을 집행하려는 경찰에 맞서 백남기 투쟁본부와 노동자, 농민 ,학생 ,시민사회단체 회원 약 1천여명은 출입구를 봉쇄하며 완강히 저항했다.

백남기투쟁본부 대표단과 노동자 농민 학생 시민들이 ‘부검반대’를 외치며 접근을 막자 경찰은 주차장 쪽 천막에서 협의를 진행했다. 종로경찰서장은 지난 협의 때와 마찬가지로 유가족을 만나겠다고 주장하였고, 대표단과 변호인단은 “유가족은 부검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고 법률대리인에 일체의 협의를 위임했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결국 경찰은 오후 5시 50분경 기자들 앞에서 부검영장을 강제집행하지 않고 돌아가겠다면서 “고인의 사인 문제와 관련한 법적 문제 발생시 모든 책임은정당한 법집행을 막은 투쟁본부측에 있다”고 강조하고 충돌로 인한 불상사 때문에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백남기투쟁본부는 오후 6시 10분 기자회견을 열고 “백남기 농민을 지킨 것은 투쟁본부의 힘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힘이었다. 박근혜 정권의 패륜무도한 부검 강행 시도가 국민의 힘으로 저지되었음”을 선언했다.

그리고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듯이 부정한 정권이 국민을 이길 수 없었다”면서 “국민여러분.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가 해냈습니다. 우리가 승리했습니다.”라고 시민들과 함께 큰 목소리로 외쳤다.
 

▲백남기투쟁본부가 오후 6시 10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모두가 해냈습니다. 우리가 승리했습니다”를 외치고 있다.(사진=백남기 투쟁위)

아래는 어제 저녁 6시 10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가 발표한 발언 전문이다.

지켜주신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힘으로 경찰의 손에서 아버지를 지켜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감사함은 어떤 말로 표현해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장례식장으로 달려와 지켜주신 분들 전국에서 분향소를 찾아주시고 마음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경찰은 물러가면서 사인 논란은 투쟁본부 책임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했다고 합니다. 사인 논란은 애초에 경찰이 지어낸 겁니다. 저희 가족과 투쟁본부는 사인에 대해 단 한 번도 의혹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것도 경찰이고 쉬지 못하게 한 것도 경찰이고 사인 논란을 퍼트린 것도 경찰입니다.

가해자가 돌아가시게 하는 분을 놓고 이렇게 욕되게 한 것도 모자라서 책임까지 투쟁본부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제가 도대체 적반하장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쓰는지 모르겠는데 오늘까지도 경찰은 반성을 모릅니다. 제발 경찰은 가해자이자 살인 피의자라는 자신의 입장을 잊지 말고 잘 처신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영장 재청구를 포기해서 이 사건에 대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그리고 고인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경찰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가족은 장례를 치를 수 없고 저희 아버지도 쉬실 수가 없습니다. 제발 마지막 가시는 길 방해할 생각 말고 영장 재청구를 깨끗이 포기하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제 아버지를 지켜주신 모든 분들, 진실을 알리기 위해 장례식장을 불철주야 지켜주시고 보도해주신 기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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