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제7공화국’은 단순히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구상하는 절실한 선언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20일 서울 여의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계복귀를 선언한 뒤 이동하며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2016.10.20.ⓒ뉴시스

지난 20일 정계 복귀를 하면서 제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공개선언 한 손학규 전 대표는 정치와 경제의 새판 짜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절벽에 부딪힌 경제

손 전 대표는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수출주도형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아무 혁신 없이 지속되면서 산업화의 그늘을 짙게 드리웠으며, 그 결과로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문제, 가계부채 문제들의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은 구체적으로 제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제4차산업혁명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융합기술, 인공지능, 네트워크 등의 발전으로 인류가 육체적 한계, 시간과 공간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유비쿼터스’적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되면서 산업과 노동의 모든 환경들이 변화되는 현상을 통칭해서 말하고 있다.

마크 와이저가 1991년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한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은 사용자가 공기나 물처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생활 안에 스며든 컴퓨팅 환경을 의미한다.

오늘날, 컴퓨팅 기술이 자동차, 냉장고, 전화, 안경, 시계 등과 같이 인간 생활 전 분야, 산업 전 분야에 적용되면서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의식하지 않고 생활하고 일을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유비쿼터스는 4차산업혁명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적 존재 방식은 근대적 노동의 시간과 공간, 생활 사이클을 변화시키고 있다. 근대적 시간은 공장이나 기업, 관청, 학교 같은 근대적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꼭 필요했던 출근, 업무 개시, 휴식, 마감 기한이나 계획 및 종료에 관한 공통의 계량화된 시간이었다.

그러나 유비쿼터스 테크놀로지로 인해 근대적 시간 프레임은 변형되면서 유연 노동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출퇴근 없는 구글, 삼성과 LG의 유연 조직 도입 등). 그 결과 노동 시간 보다는 실적을 우선시 하는 능력주의적 패러다임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또한 세상을 인식하는 지각 구조와 노동 분업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순간적으로 지구 곳곳에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고 편재(omnipresence) 할 수 있게 된 사실은 사물을 인식하는 근대적 방식, 협업, 분업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제7공화국은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국가체제

유비쿼터스 기반 제4차 산업혁명은 기계와 기계, 기계와 인간, 인간과 인간이 커뮤니케이션 기술로 연결(Homo-interneticus)되고, 컴퓨팅(Computing) 능력 기반의 지식 및 콘텐츠 산업이 주도(의료기기, 산업장비, 생활 전자 기기 등 모든 인간 환경들에 로봇과 인공지능 시스템이 적용)하며, 사람과 디지털 기기가 융합(웨어러블, 홍채인식 보안 시스템, 인공장기, 생활 로봇 등) 하여 산업활동의 패러다임적 전환이 진행된다.

제4차산업혁명의 진행으로 현대사회는 많은 문제점과 해결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제4차산업혁명의 이해’라는 주제로 개최된 2016년 다보스 포럼은 2020년까지 50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운송과 광고, 통신비용이 줄게 되고 물류와 글로벌 공급망이 효율적으로 재편되면서 교역비용이 급감하게 된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3D 프린팅, 나노기술, 생명공학, 드론 등으로 인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도 제품의 생산, 관리, 마케팅이 가능하게 되고 있다.

사무공간과 제조공장에서 인간의 노동이 축소되면서 제품가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줄어들게 되었다. 2015년 9월 11일 BBC 뉴스에 따르면, 옥스퍼드 대학과 딜로이트의 공동 연구 결과, 향후 20년 안에 컴퓨터화로 인해 사라질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직업이 35%에 이르고 있다.

유비쿼터스, 디지털 융합 기술이 주도하는 제 4산업혁명 시대가 보여주는 특징은 생활 행태의 변화(시·공간적 제약 극복, 네트워크화 등), 노동양식의 변화(기계와 유기체의 결합, 노동/여가 혼합) 그리고 산업 도구의 변화(인공지능 로봇, 자율생산 시스템)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변화는 인간 소외, 즉 노동으로부터 인간의 소외라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생산 공정의 자동화, 인공지능화, 네트워크화, 정보화로 인해 전통적 노동의 숙련성과 전문성이 급격히 해체되고 재구조화 되면서 많은 노동력이 불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새로운 숙련성과 전문성이 새로운 공정 시스템에 따라서 재배치돼야 하고, 이에 필요한 새로운 차원, 새로운 수준의 노동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 결과 잉여노동의 대량 실업과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노동의 현장에서 인간이 배제되고 소외되는 현상이 구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제7공화국은 생활 행태의 변화, 노동양식의 변화, 산업 도구의 변화와 미스 매칭(Miss Matching)되는 인간 개개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4차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지식과 노동 능력 향상을 위해 국가 체계를 새로이 정립해야하는 역사적 과제를 지고 있다.

새로운 불평등의 원인이 된 소프트웨어/데이터/인공지능 등 과학 기술과 컴퓨팅 능력의 향상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국민 교육 프로그램을 재정립하며, 기초과학과 과학기술 인프라의 전면적 재정립을 위해 연간 19조나 투자되어도 노벨상 하나 못 받는 국가 연구, R&D 사업을 총체적으로 개혁하고, 수직계열화되어 각각 사업영역을 지배하고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대기업들의 총체적인 혁신 등. 제7공화국의 개혁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손 전 대표의 7공화국 경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점에서 그는 개혁의 고통을 감내하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제7공화국’은 단순히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구상하는 절실한 선언이 아닐 수 없다.   
 

박태순
파리1대학 정치학 박사
성균관대학 초빙교수
미디어로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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