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우먼: 눈치 빠르고 입이 무거우며 배우자보다 가까운 개인비서 통칭

최근 재쟁점화된 이메일 스캔들로 힐러리 클린턴보다 주목 받고 있는 그녀의 “body woman”(바디 우먼: 눈치 빠르고 입이 무거우며 배우자보다 가까운 개인비서 통칭), 후마 애버딘. 19살 때부터 힐러리 클린턴을 보좌하기 시작해서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후마 애버딘(Huma Mahmood Abedin)은 사우디아라비아계 미국인으로 무슬림이다. 뉴욕 주 국회의원인 남편 앤서니 위너가 지지자들과 트위터로 주고받은 황당한 사진들이 발각되고, 거짓말로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힐러리의 변함없는 지지로 애버딘은 다시 캠페인에 합류했고 역시 속 썩이는 남편 문제로 괴로웠던 힐러리에게는 둘도 없는 동반자이자 ‘바디우먼’으로 언론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사실상 모든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인데 이번 미대선의 여정은 조직이 아니라 미디어와 소통 능력이었고 승패를 떠나 진짜 주인공은 경선 과정 내내 이슈를 독식한 트럼프였다. ‘방에 있는 모든 산소를 빨아들이는'(“Sucking all the oxygen out of the room”) 것처럼 지난 경선 내내 트럼프는 후보들을 하나하나 질식사시켰다. 안그래도 지루한 힐러리의 그림자 조연, 후마 애버딘이나 그녀의 남편 앤서니 위너에게 쏠릴 관심은 남아있지 않았고 덕분에 둘은 비교적 조용하게 이혼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힐러리 클린턴 개인용 이메일 서버에 대한 FBI의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이메일들이 애버딘의 남편인 앤서니 위너의 노트북 컴퓨터에서 발견되면서 후마 애버딘의 이름이 다시 머리기사에 등장했다. FBI는 위너가 미성년자와 음란문자를 나눴다는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압수한 노트북 컴퓨터를 뒤지던 중 클린턴의 이메일이 발견된 것.

첫 여성 미국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국가의 중요한 문서를 함부로 취급해 비서의 남편 컴퓨터에 들어갔다는 점은 지금 한국을 뒤흔드는 최순실 사태를 연상시키는 건 왜일까. 물론 힐러리 클린턴의 개인비서인 애버딘은 최순실도 아니고 조사의 핵심은 힐러리의 새로운 이메일이며, FBI가 애버딘에게 혐의를 둘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새로운 이메일이 나왔다‘고 서둘러 발표한 FBI 국장이나 그 이메일이 비서의 남편의 섹스팅혐의를 조사하던 노트북에서 발견된 것은 오늘 저녁에 우리나라에서 봐야할 뉴스를 먹지로 대고 그린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버린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FBI가 이미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불기소처분으로 힐러리에게 유리한 정치적인 선택을 했다는 비난을 중립화(neutralization)하기 위해 그런 발표를 했다는 고민을 했다는 논설도 눈여겨 볼만 하다. 고위 공직자나 유력 정치인에 관한 사건을 다루는 수사기관의 고민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고민이라도 하는 나라 이야기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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