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트럼피즘 대응을 위한 국가 개조 강조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모든 예상을 뒤엎고 당선됐다. 미국 정가 뿐 만 아니라 경제계, 언론계, 심지어 공화당 내부에서 조차도 이 이단아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절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사람으로 낙인을 찍었다. 그러나 막상 투표함의 뚜껑을 열자 숨어있던 민심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 290, 클린턴 232, 트럼프는 모든 경합지역을 휩쓸면서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피즘’이란 망령의 출현

트럼프가 당선되자 미국의 지식사회는 ‘반동의 시대(time of reaction)' 로 돌아갔다고 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백인 노동자, 중산층들이 트럼프의 극단적 선동과 포퓰리즘에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막말, 직설적 비난, 극단적 감정 자극에 열광하는 현상으로 ’트럼피즘‘이 탄생했다.

트럼피즘은 이민자에 대해 혐오를 부추기고, 백인 보수층의 권익을 보호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폐기, 자유무역협정(FTA)재협상, 해외 주둔 미군철수와 같은 폐쇄적, 고립적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미 국민과 자국이익 최우선을 내세우는 트럼프의 포퓰리즘적 선동에 열광하는 현상이다.

값싼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실업위협,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주의로 인해 양산되는 비정규직, 월가와 글로벌 기업만 배불리는 기존의 정치, 경제체제로부터 오는 소외와 상대적 박탈감에 깊이 상처를 받은 백인 중산층과 저소득층 남성들의 가슴에 트럼피즘이 깊이 파고들었다.   

그러나 트럼피즘은 이미 세계체제 속에 잠재해있었다. 영국의 블랙시트는 세계를 놀라게 한 하나이 트럼피즘이었다. 정치와 경제적 지배 체제로부터 일상적으로 배제되었던 시민들이 표를 통해 반동을 일으키기 시작 한 것은 비단 영국과 미국 뿐 만은 아니다.

2013년 2월 창당한 독일의 반유로·반이슬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은 2016년 전국 16개 주의회 가운데 수도 베를린을 포함한 10개 주에서 의원을 배출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1당에 올랐다. 스페인은 2015년 총선에서 반(反) 긴축 극좌정당인 포데모스(Podemos)가 제3당으로 부상하면서 양당 체제에 균열을 주었다. 이탈리아는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수도 로마와 토리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30대 여성 시장을 당선시켰다. 지난 1월 29일 치러진 아이슬란드 조기총선에서 해적당이 원내 공동 제2당에 올랐다.

극단적인 포플리즘 정치의 성공, 트럼피즘의 승리는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그 씨앗이 배태해 있었으며, 이번 미국 대선에서 폭발적으로 만개했다. 트럼피즘은 기득권체계가 견고하게 구축돼있는 정치구조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시민들과 포퓰리즘적 정치세력 간의 일종의 담합의 결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피즘은 전세계에 충격을 줌과 더불어 기존의 국가 기능과 세계체제에 대한 커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이익 우선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미국은 세계 경찰국가에서 세계 거상국가로 변화되면서 국제정치의 비즈니스화가 가속될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도 국가주의로 방향 전환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의 경우, 한미 FTA 재협상, 주한미군 방위분담금 인상,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비즈니스 협상에 우리의 생존권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과 중국의 비즈니스적 정치거래의 한 가운데 끼어 있는 한반도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져 갈 것이다. 

트럼피즘에 대항 한 새판짜기

손학규 전 대표는 9일 충청북도에서 가진 ‘강진일기’ 북 콘서트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와 안보 및 경제 상황의 급변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변화를 읽고 방향을 찾아 나가는 준비된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 된다”고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2선으로 물러서야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반도의 미래는 더욱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새로운 국가적 난제들을 헤쳐 나갈 능력과 경륜을 갖춘 리더십이 그 어느 때 보다 요구된다. 손 전 대표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응하고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에 대비할 새로운 목표와 방향을 잡고 나아갈 준비된 리더십, 혼란과 불안의 시대를 넘어 개혁과 통합의 시대를 이끌어 갈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현실은 어둡기 짝이 없다. 국가권력이 개인의 부정과 비리를 위해 동원되고, 대통령 스스로가 헌법을 유린하는 일이 벌어져 탄핵국면을 맞이해 있다. 수출 절벽과 실업률 증가로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트럼피즘에 의한 고립주의는 더 큰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저항은 더욱 더 커지고, 퇴진을 외치는 거리의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져가고 있다. 야권은 대통령과 여당 공격에만 몰두하고 있다.

손봉호 교수는 “현재 야권의 모습에 대단히 실망했다.” 면서 “나라의 미래에 대한 언급이 없다. 야권은 국민의 마음을 다독여 ‘저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되겠구나’ 하는 듬직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은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결국은 길거리로 나오려 하고 있다. 정치의 상실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를 보며 ‘한국 정치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 개헌을 통해 권력을 분산하고, 각각의 국가 권력이 자신의 위치에 맞게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화(institutionalisation)를 완성해야 한다. 또한 복지확대, 참정권 확대 등을 통해 국민주권을 강화하여 더 강한 민주주의를 이뤄야 한다.

트럼피즘의 출현으로 제7공화국에 대한 국민적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 졌다. 힘의 논리에 따른 강자 중심의 국제 질서가 더욱 활개를 치게 되는 야만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지혜와 능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비이성적 미신주의, 배금주의의 굿판을 몰아내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제도체계를 완성해야한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법이 만든 시스템은 법이 어떻게 해석되고 또 어떻게 집행되는지를 인간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력이 법적 권한과 결합하는 곳에서 최고의 체제가 구축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제7공화국은 헌법의 전면적 개정으로부터 시작하는 제도혁명이며, 더 강한 민주주의로 나가는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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