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거절 후 곤욕...대한항공측은 공식 부인

재벌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강제성이 없었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를 받으려했다던 청와대와 최순실씨의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경향신문>은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되어 감옥에 갇혀 있는 최순실씨가 지난해 초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2차례에 걸쳐 만남을 가지고 거액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는 최씨가 직접 대기업 회장을 만나 돈을 요구한 사실이 처음 드러난 것으로, 다른 대기업들에도 동일한 압박을 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대한항공 핵심 관계자 A씨는 15일 “조 회장이 최근 고위임원들과의 사석에서 지난해 초 최씨와 2차례 만나 금품 제공을 요구받았으나 거절했다가 곤욕을 치렀던 일화를 얘기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회동은 회장이 외부 주요 인사를 만날 때 이용하는 서울 삼청동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비서진 없이 단둘이서만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회장은 당시엔 최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줄 잘 몰라 ‘검토해보겠다’고만 하고 헤어진 뒤 평소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자문을 구하는 측근 인사 B씨와 상의한 끝에 제의를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A씨는 “최씨가 같은 건으로 두 번씩이나 조 회장을 찾아와 압박한 것을 보면 직접 다른 재벌 총수들에게도 박 대통령의 이름을 대며 돈을 걷고 돌아다녔을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최씨의 요구를 거절한 조 회장이 지난 5월 당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손을 떼라는 압력을 받게 된 데도 각종 올림픽 이권사업을 거절하기에 앞서 최씨의 금품 제공 요구를 거부한 일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향>은 전했다. A씨의 증언은 최씨가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이 설립되기 전부터 재벌 총수들을 만나 금품을 강요했다는 것이어서 미르재단 설립 후 금품수수에만 맞춰진 검찰 수사도 확대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런데 조 회장에게 ‘비선 라인으로는 돈을 주지 말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 B씨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부정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회장님이 몇몇 임원과 사석에서 웃으면서 ‘최순실이 그렇게 센 사람이면 나한테 정확히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이날 "조 회장은 최씨를 결코 만난 적이 없으며 최씨의 존재 또한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였다"며 "오보에 대해서는 필요한 제반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는 입장자료를 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14일 최씨 측 압박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는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사진=뉴시스>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도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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