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이여 앞장서라, 청년실업을 탈출하라

<사진=뉴시스>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해누리타운 아트홀에서 열린 청년실업 해결방안 함께 모색하는 '청년과 기업CEO 만남의 장'에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2016.07.15.

스위스는 작지만 강한 나라(强少國)다. 세계 최고의 1인당 국민소득(한화 9700만원)을 뽐내며 300만원 기본소득제 국민투표도 부결시켰다. 오메가, 롤렉스 등 고급 시계산업의 브랜드 가치만 무려 25조원이 넘는다. 120년 이상 된 노바티스, 로슈 등을 중심으로 한 제약 및 의료기기는 총 수출액의 약 40%(2014년 기준)를 담당하고 있다.

세계 1위의 스위스 국가경쟁력은 인적 자원에 있다. 대학 진학률은 30% 미만이지만 인구 대비 노벨상 수상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25명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20명이 과학 분야다. 게다가 매년 특허 출원 세계 10위, 역시 인구 비율로 따진다면 세계 1위의 특허 강국이다. 이러한 바탕 아래 스위스는 일찍부터 산업고도화에 성공했다.

스위스 경제를 이끄는 건 99.6%(2012년 기준)에 달하는 중소기업이다. 전체 30만개 기업 중 1000여개만이 대기업(250인 이상)이고 나머지 중소기업들이 전체고용의 3분의 2, 수출의 3분의 1을 담당한다.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스위스는 창업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이며 신용보증, 수출 등 청년창업을 적극 지원한다. 산학협동 교육과 창업 시스템이 만든 10인 이하의 초소형 기업 숫자도 무려 87.5%에 이른다.

스위스 민간분야 평균임금(2014년 기준)은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6427스위스프랑(원화 720만원)이다. 최고액은 제약 제조업종으로 9694프랑(1080만원)이다. 공공부문 평균임금은 민간 대비 1.2배 많은 7665프랑(860만원)이다. 금융·보험업종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9208프랑(1030만원)이지만 그래도 1.4배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민간과 공공부문의 임금 차이가 작고 全산업의 임금격차가 많지 않은 스위스는 그것 자체가 또 하나의 국가경쟁력이다.

포천(Fortune)지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500대 기업’을 순위를 보면 2016년 현재 인구 6 대 1인 한국과 스위스 기업 15개를 나란히 올려놓고 있다. 그런데도 세계경제포럼(WEF) 발표 국가경쟁력 조사에서는 한국은 부끄러운 3년 연속 26위이다. 특히 정책결정의 투명성은 138개국 중 115위,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은 82위, 사법부의 독립성은 72위 등 최하위권을 헤매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 활약하는 인물들은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이른바 명문대학 출신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최고 지성들이 모인다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의식은 과연 어떤 상태일까? 서울대학교 경력개발센터가 ‘2015 서울대학교 학부생 진로의식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학원 진학 또는 유학(39.5%) 등 학업연장이 가장 많았고 취업(26.1%)이 그 뒤를 이었다. 공무원 시험 및 사시·로스쿨 준비(16.5%)도 적지 않았으며 창업은 고작 3.4%였다. 2013년도 조사 때는 취업희망 학생 중 공기업에 들어가겠다는 비율이 43%로 2009년(34.3%)보다 약 10%P 상승했다. 이 학생들은 가장 큰 이유로 직업의 안정성(62.3%)을 꼽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학생 중에는 심지어 7·9급 공채(9.3%)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한편 한국고용정보원이 2009년부터 ‘대졸자 직업이동경로조사결과’를 발표해오고 있는데 역시 충격적이다. 2014년도 조사결과를 보면 26만여 명의 신규취업자 가운데 불과 2만 7000여명(10.4%)만이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는 2012년 14.6%(6만 4000명), 2013년 12.9%(5만 3000명)에 이어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경기 불황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창업에 나선 경우는 2011년 5.8%, 2012년 5.2%, 2013년 4.8%, 2014년 5.7% 등으로 겨우 5%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따라서 4년제 대학 졸업생의 54.8%, 전문대학도 61.4%밖에 취직(2014년 기준)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겨우 취직을 한다고 해도 62.5%가 청년인턴이나 일·학습 병행제와 같은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역시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층 취업준비자 현황과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취업준비생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8년 45만 500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다가 2014년 41만명, 2015년 45만 2000명 등으로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취업준비생의 내용도 썩 좋지 않은 점이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한다. 2013년 20대 취업자의 51.2%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거나 공시족이었다. 그중 절반 이상(53.1%)이 9급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렸다. 여기에 OECD가 공무원으로 분류하는 교사와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비율을 더하면 청년 취업준비생 중 무려 70% 이상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취업난을 반영하는 단적인 지표이다.

2014년 현재 공무원 등 공공부문 정규직은 약 185만 명이다. 인사혁신처가 고시한 2016년 전체 공무원의 기준연봉은 5892만원이다. 여기에 정액급식비, 복지포인트 등 각종 인건비성 경비 등을 모두 합하면 평균 60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거기에 20년 이상을 근무하면 공무원연금 평균수령액이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높은 월 235만원(2014년 기준)이다. 그래서 노량진을 점령한 공시족이 무려 45만명이나 되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바야흐로 창업 열풍이다. 자고나면 1만 4000개의 기업이 새로 생긴다. 금년 상반기에만 261만 9000개의 기업이 새로 문을 열었으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8.6%가 증가했다. 2008년 당시 1%대이던 대졸 창업 비율이 2013년엔 2.3%, 2014년 2.9%, 지난해에는 약 3%(20만 4000명)까지 증가했으니 청년 창업 세계 1위 국가로 불릴 만하다. 그 내용도 매우 양호해 국가적으로 청신호가 켜졌다. 창업자 10명 중 4명꼴로 재학 중 성적이 상위 30%안에 들었던 우수 인재들이라고 한다. 3년 생존률도 2010년 창업자는 42.2%, 2012년 창업자는 47.8%로 점점 개선되고 있다. 이들에겐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창업 우상이다. 1999년에 창업한 그의 재산은 현재 약 24조원이다. 정부 당국도 창업에 필요한 최소 자본금을 3만 위안에서 1만 위안(약 167만 원)으로 낮춰줘 그야말로 맨손 창업이 가능해졌다. 이밖에도 세제지원을 비롯해 1일 내 회사설립등록 등 창업지원서비스는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된다.

중국에 마윈이 있다면 한국에는 서울대 공대 86학번 3인방이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김정주 넥슨 대표가 그들이다. 1966~68년 사이에 태어나 IT혁명의 수혜를 톡톡히 본 세대로 마윈(1965년생)과도 동년배들이다. 재벌닷컴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월 현재 이해진 의장의 재산은 최근 주식 가치 상승에 약 1조 3000억원가량으로 불어났다. 김범수 의장도 1조 470억원으로 평가됐다. 김정주 대표가 보유한 비상장 주식의 평가가치는 약 2조 8000억원으로 국내 신흥 부호 중 최고라고 한다. 이들은 많은 재산뿐만이 아니라 적지 않은 직원(약 9500명)들을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니 진정한 애국자라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현재 정규직이면서 대기업 또는 금융·보험업종 등에 속하는 청년층 선호일자리는 약 270만개 남짓이다. 공공부문과 합해도 전체 취업자수 2,650만 명의 겨우 17% 수준에 불과하다. 금년 2월에도 55만명이 대학과 전문대학 교정을 힘차게 나섰지만 이들이 가고 싶은 공무원 및 공공기관은 신규채용이 4만 명에 불과하다. 주요 30대 그룹 역시 지난해보다 5%가량 줄인 12만 명 정도만을 채용했을 뿐이다. 그래서 2015년 말 현재 한국고용정보원이 파악한 청년 실질실업률로도 정부 발표와는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2015년 300인 이상 사업장(대기업)의 정규직 평균연봉이 6020만원이었다. 1인 이상 전체근로자로 확대하면 3288만원(월 274만원)이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 과반수가 원하는 연봉 5000만원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우 비좁은 문을 뚫어야 한다. 연봉 5000만원이면 곧바로 상위 15% 이내에 속한다. 그러므로 변호사·회계사 등의 면허직업, 금융업종, 고액연봉의 공기업 등 매우 한정된 일자리밖에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6월말 현재 실업자는 100만 4천명(3.6%)이다. 이중 29세 이하 청년비중이 46.5%이고 30대(18.0%)까지 포함하면 무려 64.5%, 숫자로는 64만 7천명이다. 거기에 취업준비생 56만 3천명과 구직 단념자 41만 9천명 등을 합하면 162만 9천명이다. 또한 2014년까지 실업자로 분류했던,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상당수 포함된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125만 4천명을 모두 더하면 총 288만 3천명이다. 따라서 실질 실업자는 324만명(11.3%)이며 그중 청년 실질 실업자도 무려 103만명(20.2%)을 넘어선다.

서울대 국문학과 출신 정희성 시인은 1978년 문학사상에 ‘저문 강에 삽을 씻고’라는 대표작을 발표했다.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로 시작하는 이 시는 “진리는 나의 빛 / 온갖 불의와 사악과 / 어둠의 검은 손이 눈을 가릴 때에도 / 그 어두움의 정수리를 가르며 빛나던 예지여 / 역사의 갈피마다 슬기롭던 / 아 우리의 서울대학교”로 이어진다. 1978년은 박정희 유신정권이 한창 종말로 치닫던 시기였으니 정 시인은 ‘유신 독재’를 ‘어둠의 검은 손’으로 빗대어 항거를 선동한 것이다. 그의 말처럼 서울대학교는 과거 민주화운동 시기에는 민주화운동으로, 산업화 시기에는 산업화의 주역 등으로 숱한 인물을 배출해온 민족의 위대한 상속자였다. 그러나 지금 서울대학교는 기득권의 상징으로 인식되어온 지 오래다.

예로부터 청년은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상징이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역행하는 건 청년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 기껏 안정된 직업을 갖기 위해 공기업을 선택해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7·9급까지 준비하며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모습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경제위기에 처해있는 나라를 위해 ‘불처럼 일어나는 대학’, 큰 꿈을 가지는 대학이 되면 안 되겠는가?

※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요청으로 기고하였으나 수정·요청하여 싣지 못한 원고입니다.  

 

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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