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이 시대에 맞게 고쳐지면 사회가 안정되며, 정치가 시대에 맞게 운용되면 효과가 있다.'

‘법률이 시대에 맞게 고쳐지면 사회가 안정되며, 정치가 시대에 맞게 운용되면 효과가 있다.(法與時轉則治[법여시전즉치], 治與世宜則有功[치여세의즉유공])' 한비자(韓非子) 심도(心度)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최근에는 많은 곳에서 한비자의 내용을 갖고 리더십이나 통치술의 바이블 정도로 해석하거나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시대의 트렌드에 맞추려는 의도이므로 일면은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한비자는 변법(變法)을 통해 (당시)사회와 국가의 개혁을 주장한 이론가’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한비자는 수백 년을 이어온 통치체제인 관습법과 종법체제가 당시의 시대상황에는 물론이고 다가올 시대에도 모두 적합하지 않음을 통찰하고, 개혁(변법운동)을 통해 시대와 사회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한비자의 주장은 당시에 수구집단과 기득권 세력에게서 반대와 배척을 받았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5년마다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87년 체제]

필자가 자주 주장해 왔듯이, 현재의 한국사회는 한비자가 외쳤던 것과 같은 개혁(변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87년 체제라 불리는 6공화국 시스템(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박근혜-게이트를 통해서 아주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금의 국가시스템은 국가를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부적절하다는 점이 또 다시 확인된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있다. 그로인해 국가발전의 저해는 물론이고 민생현실의 불안함을 초래하고 있다. 지금의 제도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실질적인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으며, 혹시라도 대통령에 대한 견제나 감시를 하려한다면 혹독한 정치보복을 감수해야 한다.

6공화국 체제가, 대통령 및 대통령 주변의 비리와 잘못된 점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기관과 시스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현실적으로 유명무실한 기구(시스템)나 다름없다.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6공화국에서의 모든 정부가 대통령 주변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이다.

과거 10년간의 민주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즉, 권력자와 집권 세력의 청렴 문제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제도적 문제이다. 그에 더해 권력자와 세력까지 형편없을 경우 어찌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가 바로 박근혜-게이트다. 박근혜-게이트는 6공화국 시스템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문제점을 모두 드러낸 화룡정점과 같은 사건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과거 독재-군사 정부의 산물]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제도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함께 시작되었다. 제1공화국의 탄생 당시에는 내각제적 요소가 다분한 시스템이었으나 이승만의 욕심으로 인해서 대통령제를 혼합한 어정쩡한 상태로 조정되어 1공화국이 시작됐다. 그 후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와 각종비리, 대통령 권한남용, 장기 독재집권 시도 등으로 결국 실패한다.

이승만 하야 후 제2공화국은 온전한 내각제로 다시 시작하였으나 5.16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서며 다시 대통령제로 전환된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3선연임에 이어 영구적 독재집권을 위한 유신정권을 만들어내며 무지막지한 독재 탄압을 한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견제하거나 끌어내릴 수 없도록 각종 안정장치를 해놓았다.

이 때 부터 제왕적 대통령제를 위한 각종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고 최후에는 탄핵까지 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국회를 무력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의 부정적 행태를 벌였다. 아예 국회의원 전체 숫자에 3분의 1을 대통령이 추천할 수 있도록 하여 황제와 같은 권한까지 확보해 놓는다.

그래도 불안했는지 혹시라도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하게 되면 이를 방어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를 만들어서 탄핵안을 심리하도록 해놓았다. 헌재 재판관의 절대다수를 대통령이 임명하여 탄핵안이 기각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처럼 6공화국 체제의 문제점은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 구축해 놓은 제왕적 대통령 시스템의 일부를 현재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며 출범한 5공화국 역시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통해 대통령 일가족과 측근들 대부분이 엄청난 부정축제와 비리를 일삼았다.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두환 일당도 역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국회가 제대로 된 구실을 하지 못하도록 관제야당까지 만들었다.

<사진=뉴시스>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개헌을 말하다, 개헌의 필요와 방향’ 세미나에서 정세균(앞줄 왼쪽 세번째)국회의장과 발표자인 김형오(앞줄 오른쪽 세번째)전 국회의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16.07.14.

[대한민국은 개헌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하원에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면 상원에서 가부를 판단하도록 안정장치를 두었다. 이는 하원의 탄핵안을 부결시키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대한 신중함을 두기위한 시스템이다. 대통령 탄핵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놓은 안전장치가 아니라 합리적인 의사판단 시스템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정확하게 말해서 6공화국 시스템)의 문제는 권력체제만이 아니다. 국가시스템 전반의 재검토와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개혁 정도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시대상황에 적합하고 국민수준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세워야 한다. 손을 봐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만을 대상으로 해도 적지가 않다.

검찰과 선관위, 헌재 등은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춰야하고 감사원 등 일부 감시기구는 국회권한으로 하여서 대통령 권력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상호간의 감시를 할 수 있는 기능을 두어야한다. 지금은 이런 기관들이 모두 대통령 손 안에 있다. 그러니 비리와 부정이 있더라도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실질적인 방법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통령 주변의 문제를 감시하는 기능이 있지만 이번 박근혜-게이트에서 드러났듯이 감시는커녕 비리와 부정행위를 협조하거나 주도해버렸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 비서관이었던 문재인 전 대표도 (당시)대통령 주변에 문제를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근무를 경험한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모를 수가 없는 자리라고 한다.

허나 (당시)문재인 수석도 어찌하지를 못했다. 이점이 바로 지금 6공화국 체제의 문제점이다. 이제는 5년마다 반복되는 권력주변의 비리로 국력을 소진하며 모든 정권의 끝이 아름답지 못하게 되는 비극을 그만해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를 바로 세워야 한다. 개헌을 통해 모순된 권력구조를 바로잡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헌법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개혁은 기득권 세력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패권세력의 각성이 필요하다.]

개헌을 한다면 권력체제뿐만 아니라 국가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편으로 대한민국 전체의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그런데 개혁은 기득권 세력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설사 기득권 세력이 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기득권과 패권주의를 버려야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권에는 ‘여당에 친박과 야당에 친노’라는 각자 패권을 거머쥔 거대한 기득권 세력이 있다.

친박 측은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편이고 친노 측은 반대한다. 그런 이유는 철저하게 각자의 정략적인 판단 때문이다. 친박 측은 개헌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부정을 상쇄하면서 기득권의 연장을 해보려하기 위함이고, 친노 측은 기존의 기득권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이런 점 때문이라도 더욱 개헌을 해야 한다. 개헌으로 이런 모순을 바로잡아야한다.

친박 세력은 박근혜 정부 및 박근혜-게이트와 뗄 수 없는 거대한 공범세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친박 세력을 단죄도 없이 개헌 이슈의 뒤로 숨겨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하야(탄핵)와 함께 검찰 및 특검 조사 등을 통해 모든 비리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응당한 처분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남아있게 될 친박 세력은 철저한 반성을 해야 한다.

친노 세력은 친박 측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통해 패권을 유지해왔다. 박근혜-게이트 국면에서는 국민들 눈치만보며 대통령 탄핵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다가 갑자기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는데, 조기대선으로 개헌 이슈를 피해가려는 정략적 의도가 숨어있어 보인다. 정치는 하지 않고 계산기만 두드리며 대권욕과 기득권에만 사로잡혀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필자가 누차 표현했던 바이지만, 지금의 친박 세력과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파괴 행위에는 제1야당과 친노 세력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 친박과 친노가 양극단에서 서로의 기득권을 확보한 채 이념논쟁에만 빠져서 민생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은 저 형편없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무능함을 보여줬었다.

민주당과 문 전 대표는 기득권과 패권주의를 버리고 대한민국의 진정한 발전과 정치안정을 위해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역할이란, 어느 누구 못지않게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친노 정파만을 위한 정치는 이제 그만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개헌으로 정치를 바로잡으면 경제도 바르게 잡힌다. 그리되면 당연히 민생도 좋아질 것이다. 대한민국 개혁의 성공은 개헌에 달려있다. 개헌으로 제7공화국을 열어서 새롭고 위대한 대한민국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20대국회마저 또 다시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받아서는 안니 된다. 대한민국은 개헌이 살길이다.

 

“을乙들의 한비韓非동행同行”의 공저자.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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