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 주치의가 답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OECD 건강통계,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년간 외래방문 횟수가 14.6회로 이들 국가들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나라의 평균이 6.7회이므로 2배가 훨씬 넘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의료선진국이고 복지국가인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경우 연간 2.9회나 2.6회에 그치고 있다. 즉 병원을 자주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환자가 진료 받고 치료받고 있는지가 더 문제다. 또한 만성질환은 유병률이 높아 연간 전 세계 사망자 수의 59%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혈압 및 당뇨환자의 유병률, 뇌졸중과 심근경색증의 발생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5대 사인 중 만성질환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만성질환관리와 관련된 현재의 문제점은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부족, 만성질환의 현황에 관한 감시체계의 불완전성,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의료체계의 대응부족,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의료전문가 교육의 부실등이다.

그런데 주치의 제도가 시행되면, 그 가족들이 어릴 때부터 나이가 들 때 까지 한 사람의 의사가 일관되게 진료를 해 주므로 병원에 자주 갈 필요가 없어진다. 특히 엄청난 진료비를 유발하고 있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들이 꾸준히 관리되면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의 중증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 전체적인 의료비도 오히려 절감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에서는 꾸준히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가 중심이 되어, 고혈압당뇨병 관리사업이나 만성질환관리시범사업, 또 1차의료 시범사업 등을 꾸준히 시행하고는 있으나 전국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고, 수가가 너무 낮거나 관리시스템이 번거로워서 확산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만성질환관리에는 안하는 것보다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공급자나 소비자의 만족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못하였던 것이 재정을 적게 투입하니 효과가 적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에게 약만 처방해주는 것이 아니라, 식이조절, 운동지도를 하고 비만관리까지 해 주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충남 서천군보건소(소장 김재연)가 올해 특수시책으로 지난 주부터 시작 된 ‘우리마을 주치의제’를 실시, 오는 12월까지 월 2회(둘째,넷째 목요일) 관내 13개 읍․면을 돌며 노인성 질환 및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 각종 질환 상담을 펼칠 예정으로 지역 내 800여명의 노인이 지속적인 맞춤형 의료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보건소 관계자가 시초면 한 마을 복지회관에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모습이다.(사진=뉴시스,서천군 제공2011.03.29)

최근 어느 논문에서는 개원 가정의를 상용 치료원으로 이용하는 고혈압환자들은 전인적 돌봄을 가장 높게 평가하였고, 일차의료 서비스 질을 평균(69.2/100) 이상으로높게 평가 한 환자들은 환자-의사 관계의 지속기간이 유의하게 길었다(P=0.035).

인구사회학적 변수들을 통제한 상태에서 일차의료 서비스 질을 높게 평가한 환자들은 낮게 평가한 환자들에 비하여 체질량 지수가 정상(BMI<25 kg/m2)일 경우의 교차비가 2.53배(P=0.02), 건강한 음주 습관을 가질 경우의 교차비는 4.32배(P=0.02)로 나타나 건강행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국 ‘메디칼홈’의 성공은 부분적으로는 일차의료의사(PCP)와 전문의가 협력하여 둘 사이의 균형을 가진 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성질환 진료에 있어서 현재 단과전문의에 의해 제공되는 일상적 추적 서비스의 적지 않은 업무량이 일차의료의사와 그 ‘메디칼홈’ 팀에게로 재배정(reallocation)되는 새로운 균형을 만드는 것이다.

즉 의료전달공급체계의 구성이 중요하게 대두 되었다. 만성질환의 일상적 추적 업무 때문에 단과 전문의가 사용하는 누적 시간은 적지 않다. 이러한 업무를 일차의료의사에게 재배정하는 일은 일차의료 인력의 확충을 위한 다차원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 연구에서는 외래진료 만성질환으로 7가지(COPD/천식, 허리 통증(LBP), 당뇨병, 관상동맥질환/울혈성심부전, 만성 신질환, 그리고 우울증)를 대상으로 연구하였다.

저자들은 7개의 만성질환에 대해서 단과 전문의들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양을 측정하고 일차의료에 그 반을 재배정시킬 때, 그 파급 효과를 평가하기 위하여 연구하였으며, 기존의 환자들에 대해서, 단과 전문의들에 의한 직접 및 간접 진료에 소요되는 총 시간을 계산하였고, 연간 근무 주수 (work weeks)로 환산하였다. 이 수치를 반으로 감소시킨 후 일차의료의사 수로 나누었다.

단과전문의 외래 진료건의 76.8% (95% CI 73.6-79.7%) 는 기존 환자가 방문하는 것이었다. 단과전문의들은 직접 및 간접 진료에 552,844 및 108,113 누적 일당주 (work weeks)를 사용하였다. 이 중 절반을 재배정할 경우 일차의료의사(가정의학과와 일반내과) 1인당 추가적으로 3.2주의 일당주(work weeks)가 필요하였다.

시사하는 바는 미국에서도 일차의료 개혁이 성공하면 단과전문의들에 의해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왔던 만성질환 추적관리 업무의 상당량이 일차의료의사와 그 팀에게 배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치의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잘 사는 사람 중에는 사실상 개인 주치의를 둔 사람도 있지만 극소수다. 몸이 아픈 국민은 설사 돈이 없다 하더라도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이것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동네의원인 1차 의료기관으로서 주치의제도가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 주치의의 소견서 없이는 응급이 아니면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등 의료전달체계가 확고하다. 프랑스의 경우 유럽 국가에서 비교적 늦은 편인 2005년에 주치의제도를 도입하여 현재는 전체 국민의 90%이상이 자신의 주치의를 갖고 있다.

주치의는 환자의 질병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며 관찰하고 있어 불필요한 병원진료를 막고, 만성질환자에 대한 효과적 관리와 예방진료가 가능해 결과적으로 만성질환 진료비 증가를 억제한다.

한 나라의 보건의료체계의 3가지 목표는 “보편적 국민 건강권의 확보,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유지, 의학기술의 발전도모”이다. 보편적 국민 건강권의 명시는 이미 헌법에 나와 있다. 헌법34조의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등의 부속조항을 보더라도 기본적으로 인간 존재의 가장 기본적 요소인 생명과 육체적․정신적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한 건강 형평성은 제한이나 양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인간의 기본적 인권으로 보아야 한다.

건강권은 사회적 인권으로서 사회가 보장해 주어야 할 인권이다. 그리고 건강이란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연 사이에, 사람 사이에 나눔과 협동의 삶의 관계”다. 즉 건강문제를 ‘권리’로 접근하게 되면 시혜적 지원 등 당연시 여기고 있는 편견과 오류들을 발견하고 교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건강의 도달 가능한 범위와 건강을 위협하는 사회적 요인 등에 대해서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질병치료 비용의 과다 혹은 질병치료를 감당할 수 없는 빈곤 등으로 발생한 감당능력 이상의 부분은 국가의 의무로 볼 수밖에 없다.

동네의원이나 공공의료기관을 대폭 강화하여 일차의료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국민주치의 제도를 만들 수 있다면, 모두가 종합병원에 가려고 하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다. 또 효율성과 형평성을 겸비한 훌륭한 보건의료제도를 만들어가는 데도 튼튼한 기초가 될 것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홍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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