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방문하기 위해 출국한다.

이날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할 예정인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3박4일 동안 베이징과 시안(西安)에서 공식일정을 소화한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향후 20년 이상의 한·중 관계의 새로운 미래비전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초 취임한 양국 정상 간에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하고 양국 관계에 새로운 도약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대통령은 27일 오후 중국 측의 공식환영식이 끝난 뒤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의 평가 및 미래비전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협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 ▲지역 및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당국회담이 무산되고 다시금 남북관계가 냉각기를 맞은 상황에서 향후 남북관계의 향방을 점쳐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그동안 대북문제에 있어 중재자이자 맏형 역할을 해온 국가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 표명 여부가 주목된다.

이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의사를 확인한 박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대북문제에 대응해나가기 위해서는 중국의 지지를 함께 이끌어내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동북아 국가들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의 발판을 만든다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공감대 형성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앞선 방미에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공감을 이끌어낸 바 있지만 중국은 동북아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는 당사국인 만큼 시 주석의 동의를 이끌어 낸다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양측 간 의견차가 적지 않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미래비전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공동기자회견도 가질 예정이다.

다음날인 28일 박 대통령은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연쇄회동을 갖는다. 전날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까지 포함해 중국 내 국가권력 서열 1~3위의 지도부를 모두 만나는 셈이다.

연쇄회동에서도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중국 측의 이해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한국 경제사절단과의 조찬간담회, 한·중 비즈니스 포럼 연설, 재중(在中) 한국인 간담회 등의 일정도 갖는다.

29일 박 대통령은 베이징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대학 연설과 현지 진출기업 시찰에 나선다. 대학 연설은 '새로운 20년을 향한 한·중 양국의 신뢰의 여정'이란 주제로 진행되며 연설문의 일부는 중국어로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에서의 일정을 모두 끝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산시성(陝西省)의 성도인 시안으로 이동, 산시성의 고위 지도자를 접견하고 만찬을 함께 한다.

시안은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서부 대개발 정책의 거점 중 한 곳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방문을 통한 경제적 협력 강화가 기대되는 곳이다. 전기, 용수 등 산업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우리 기업들도 시안 진출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향후 수 년간 시안에 총 70억달러를 투자키로 하고 그 첫 단계로 23억달러 규모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중이며 LG상사, 심텍, SK텔레콤, KMW, 다산네트웍스 등도 현지에 진출해 있다.

시안은 진시황의 '병마용'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한 3000년 역사의 고도(古都)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국정기조 중 하나로 내세운 문화융성과도 맥이 닿는 곳이다.

이에 더해 시안은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에서 한·중 정상 간 유대가 보다 돈독해지는 계기도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勛) 전 국무원 부총리는 시안 인근의 웨이난이 고향이며 시 주석도 문화대혁명 시기인 1969년 부친이 반혁명분자로 몰리면서 산시성 옌안의 한 시골마을로 하방(下放)해 7년 간 노역을 한 경험이 있다

박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 날인 30일에도 시안에 머물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을 시찰하고 병마용을 둘러본 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한편 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 슬로건은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의미의 '심신지려(心信之旅)'로 정해졌다. 지난 미국 방문 슬로건은 '신뢰에 기초해 함께 미래로 가자'는 의미의 '바운드 바이 트러스트 포워드 투게더(Bound by Trust forward together)'였다.

이번 방중의 공식수행원으로는 윤병세 외교·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권영세 주중대사, 주철기 외교안보·이정현 홍보·조원동 경제수석, 김형진 외교비서관, 최종현 외교부 의전장, 박준용 외교부 동북아국장 등 10명이 동행하며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와 조원진 의원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함께 한다.

경제사절단으로는 손경식 대한상의회장을 비롯한 경제4단체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역대 최대 규모인 71명이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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