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 '2500원 →4800원' 인상안 상정…국회통과·사회적 합의 등 걸림돌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하면서 33년째 동결된 수신료가 오를 지 주목된다.

KBS 이사회는 지난 3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했다. 인상안은 현행 월 2500원인 수신료를 내년부터 4300원으로 올리고 2016년 1월 추가로 500원을 인상하는 단계적 안과 당장 내년부터 4800원으로 올리는 방안 등 두 가지다.

인상안은 상정됐지만 수신료 인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KBS의 공공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저항이 클 수 있다.

◇수신료 인상 포기 못하는 KBS, 왜?

우리나라 TV수신료는 1981년 책정한 2500원. 30년 넘게 동결되면서 KBS는 수신료 인상을 통한 근본적 재정구조 개선 없이는 정상적인 공영방송 책무 수행이 힘들다며 수신료 현실화를 주장해왔다.

KBS 관계자는 "제작비 급상승, 막대한 디지털 전환 비용으로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다매체 시대에 공영방송마저도 광고시장의 무한 경쟁에 휩쓸려 광고 의존도가 커지면 시청률에 매달리게 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 책임 수행에 치명적 약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KBS의 주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은 37%. 영국BBC(75.9%), 일본NHK(96.2%), 독일ZDF (86%) 등 해외 주요국 공영방송에 비하면 수신료 비중이 낮은 편이다.

한국방송학회 등에 따르면 수신료가 1000원 오를 경우 KBS의 전체 수입구조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37%에서 52%로 커진다.

KBS가 지난해 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정부 일각에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KBS는 보다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취임 후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고, 길환영 KBS 사장도 지난해 11월 취임사를 통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수신료 인상을 재추진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사회적 합의가 관건… 최종 인상 '험난'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 안건을 상정했지만 최종 통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수신료 인상은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하면 방통위 검토를 거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2007년, 2010년에도 각각 수신료를 4000원, 3500원으로 올리는 안이 KBS 이사회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지만 KBS의 공정성 시비, 서민 경제 부담 등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번에도 시작부터 잡음이 크다. 3일 이사회에는 11명의 이사 가운데 야당 추천이사 4명이 불참, 여당 추천이사 7명만 참석했다. 이사회의 향후 심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야당 추천이사들은 "국민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충분치 않을 경우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위원들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KBS 이사회의 수신료인상안 날치기 상정은 국민 무시 행태의 전형"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위원들은 "국민 공감 없는 수신료 인상안은 논의조차 동의할 수 없다"며 국민공감,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보도공정성 회복, 제작자율성 보장 등을 수신료 인상 논의의 4대 조건으로 제시했다.

언론·시민단체들도 날을 세우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최근 논평에서 "18대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이 폐기된 가장 큰 이유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KBS를 공영방송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합리적 지배구조 및 수신료 결정 구조를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불황 속에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큰 가운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도 관건이다.

방송학계 관계자는 "다매체 시대에 국민들의 지상파 방송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신료가 30년 넘게 동결됐다는 것만으로 수신료 인상의 명분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신료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현실화를 위한 수신료 산정의 기본 원칙과 방식을 명확히 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포함한 수신료 제도 개선 중장기적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정석기자(papabi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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