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대통령이 되겠다"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대통령이 되겠다"

지난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뱉은 말이다.

그러나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 며 사실상 국민과의 정면대결을 선언했다.  세 차례 대국민담화 등이 여론을 돌리는 데 실패하면서 “차라리 탄핵으로 승부를 가리자”는 강경론으로 회귀한 것이다. 

 

<사진=뉴시스>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2016.11.29

박근혜대통령은 6일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그 독선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정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의원님들께 두루두루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했지만, 실제론 대화 내내 정면 대응에 방점을 찍었다.

성난 민심에 고개를 숙였던 이전 대국민담화들이 민심을 설득하지 못하자,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탄핵이 가결되면 받아들여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헌법재판소 탄핵 기각을 이끌어내 정치적·사법적 무죄 판결을 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의 회동, 국회 추천 총리 요청이 거부됐다면서 “(야당과) 근본적으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는 작금의 국정혼란을 자신이 제시한 정국 수습책을 수용하지 않은 야권과 민심, 새누리당 비박계 탓으로 돌리는 말이나 다름없다. 너무나 상황과 동떨어진 그의 현실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나는 무죄’라는 믿음이 확고하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는데 3차담화에서 밝힌대로 국정농단은 최순실 개인 비리이며,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을 위해 대기업에 압력을 가한 것은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인 만큼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재 판결이 최장 6개월이 걸리는 만큼 그 안에 어떤 반전을 노려 볼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한 것 일 수도 있다.

이번 회동으로 박 대통령 진의가 드러난 만큼 4차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즉각적인 퇴진은 없다고 표명한 셈이다.

국정 수습의 책임이 있는 최고지도자가 국정공백을 초래하는 탄핵으로 승부를 보자는 태도 자체가 참으로 비상식적이지만 이런 대통령의 처신조차도 전혀 놀랍지 않은 것이 작금의 우리네 정치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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