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이후 30년간 써먹은 헌집 이제 고칠 때가 되었다

“옛 제도와 기존의 관습을 고치고 바꿀지 혹은 그대로 둘지에 대한 것은 그것이 상황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에 달려있다.(然則古之無變[연칙고지무변] 常之毋易[상지무역], 在常古之可與不可[재상고지가여불가])” 한비자(韓非子) 남면(南面) 편에서 '현실과 맞지 않은 옛 제도를 고쳐서 성공한 사례'를 들며 설명하는 구절 중에 한부분이다.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뉘우치지 않은 대통령은 결국 탄핵을 당하고 말았다. 박근혜-게이트는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 벌인 심각한 헌법파괴 행위임이 분명하지만, 조금만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피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어찌 보면 87년 체제가 방조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마디로 잘못된 시스템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우선, 자격이 없는 통치자와 그 주변을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모순된 상황을 유발한 잘못된 구조와 체제를 바꿔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2의 최순실은 5년 내에 다시 나오게 될 것이다. 이미 6공화국에 모든 정부들은 이와 비슷한 홍역을 겪었다. 박근혜-게이트는 현 체제가 지금 시대 및 사회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뿐이다.

과거 군사정부에 독재자가 만들어 놓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모든 정부마다 당연하게 일어날 사건이다.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권력들이 만들어 놓은 이상한 시스템과 국가 운영체제를 바로 잡아서, 이제라도 대한민국을 '정상적인 체제와 시스템'의 나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세월호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우리나라가 '사고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원인도 다른 곳에 있지 않다. 국가시스템을 온통 권력자에게만 집중을 시켜놓았을 뿐, 정상적인 국가체제와 사회체계로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처럼 현시대는 물론이고 우리 국민의 수준을 봐서도 적절하지 않은 지금에 각종 제도와 체계를 이제는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합리적인 분권을 통해 균형적인 발전을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확실한 지방분권을 해야 하고 사법권 독립을 위한 검찰 및 헌재 법관의 국민투표제 등도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국회의원 수와 비례제도(권역별 혹은 연동형 비례제)의 확대도 필요하다. 인구비례로 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숫자는 정치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적은편이다.

국회의원 수를 확대하면 국회의원 한명마다에게 할당된 권력과 책임의 파이를 나눌 수 있으므로 일부 국회의원들의 소양적인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회의원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면 훌륭한 학식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 또한 국회의 중요성이 확대될 경우 국회의원의 자질적인 문제는 자연적으로 자체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국민이 갖고 있는 정치혐오와 국회불신은 과거 군사정부가 강력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인 국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부분이 작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회를 대통령 권력 아래에 거수기관으로 만들면서 국회가 말을 듣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국회불신과 정치혐오를 부추겼다.

물론 얼마 전 청문회를 통해 확인됐듯이 자질이 상당하게 모자란 국회의원도 있지만, 그들을 보면 패권과 기득권을 차지한 정파에 속하여 이른바 '만만한 지역구'를 어렵지 않게 공천 받아서 국회권력을 차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그런 점에서 자유스러운 정치인들도 많으며 여야의 구분을 떠나서 실력과 소양을 갖춘 국회의원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합의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는 근본적인 토대를 만들고 다당제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해서 의회가 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OECD 회원국 중에 우리나라와 미국, 프랑스, 스위스, 멕시코 등을 제외하면 모두 의회제 정부형태이다. 현대시대에 선진국가들 대부분이 의회 민주주의 형식의 국가운영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 선거구도 중대선거구로 개편해야 한다.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과 더민주 등 두 당의 득표율은 합쳐서 60%(비례투표 득표율)이었으나 두 당의 의석수 합은 전체 의석수에 81.7%나 된다. 양당은 실제 민심과 달리 훨씬 많은 이익(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이처럼 현재의 소선구제는 득표결과와 실제 의석수에서 심각하게 왜곡된 현상을 초래한다.

대통령제가 있는 미국과 프랑스 등도 의회의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작지 않다.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는 항상 의회의 감시 하에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미국은 의회제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정부형태이다. 다만 영국과 달리 국왕이 없으니 연방국가에 상징적인 수장이 필요했으며, 건국 초기에 여러 사정으로 인해서 국정조정 자격의 총장(president)을 따로 만든 것이다.

과거에 영국이나 미국, 프랑스 등에서 있었던 과격한 혁명은 제왕적 권력에 대한 국민과 의회의 반발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촛불이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2016년 2백32만의 촛불은 제왕적 대통령 권력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며, 여의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패권정치 그리고 정치 및 사회 곳곳에 기득권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이다.

 

그러함에도 일부 정치세력은 자신들의 정치 기득권에 연연하여 국민이 바라고 국가에 필요한 개혁을 모른척하고 있다. 바로 친문세력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그들이 그토록 부정하고 증오해왔던 과거 군사정권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헌데 오히려 개헌반대 여론을 억지로 만들어 내고 있다. 각종 언론에 그들이 추천한 패널과 평론가들도 적극 활용하면서 말이다.

박근혜-게이트가 도덕적인 부분만의 문제라면 6공화국 대부분의 정부는 대통령 주변 비리가 없어야했다. 허나 그러지 못했다. 이는 권력자의 청렴과 의지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정부에 핵심 일환이었던 친문세력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헌데 그들은 변화를 거부하며, 구시대 시스템을 통해 기득권에 안주하는 수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비자 난세(難勢) 편을 보면 ‘요순(堯舜)같은 현명한 성군은 어쩌다 나올 뿐 매번 있을 수 없으므로, 중질(中質)급의 군주나 혹은 폭군이 나오더라도 나라가 안정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체계를 꾸려놓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도자의 자질은 미리 알 수 없지만 시스템만 잘돼있으면 사회(국가)가 혼란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MB와 박근혜 대통령처럼 국가운영 철학도 없고 자격도 부족한 사람이 권력을 갖게 되면 나라 전체가 위태로울 정도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한비자의 주장처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좀 모자라고 무능하며 사적 이익을 우선하는 권력자와 세력이 정권을 잡더라도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크게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야당은 고장 난 계산기를 연신 눌러대며 답 없는 계산만 하다가 광장에 모인 수백만의 촛불을 보고서야 뒤늦게 움직였다. 게다가 대통령 탄핵 이후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이 서있지 않은 상태다. 과연 이런 야당이 정권을 차지할 수권능력이 있는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이번만큼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결단을 놓쳐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치권이 박근혜-게이트의 뒤에 숨어서 자신들이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회피해서는 아니 된다. 지금의 현실과 사회에 맞지 않는 옛 제도를 고쳐야할 때가 왔다. 우리나라를 정상적인 국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앞선 30년 동안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또 다시 겪게 한다면, 이는 정치권의 방종이며 태업이다.

정치권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개헌을 하여서 제7공화국을 열어야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개헌이 답이다.

 

 

 

 

 

 

 

“을乙들의 한비韓非동행同行”의 공저자.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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