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나몰라라 '총체적 부실'

 

중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닷새째 장맛비가 내린 15일 오후 5시께 서울 동작구 한강대교 남단 노량진 배수지 내 서울시 상수도관 공사장에서 인부 7명이 수몰돼 인부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동작구 한강대교 남단 노량진 배수지 내 서울시 상수도관 공사장 지하 터널에 설치된 차단막(철문)이 한강 수위 상승에 따른 수압으로 터지며 사고가 생겼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시행하는 이 공사는 노량진 부근 올림픽대로 지하 40m에 직경 1.5m의 대형 상수도관을 설치하는 공사다. 공사비는 180억원 규모로 2011년 9월 시작돼 2014년 4월 완공될 예정이다. 현장에는 하도급 업체인 동아지질 소속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었다.

숨진 인부는 조호용(60)씨로 애초 알려졌던 중국 국적이 아닌 한국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자 6명 가운데 박웅길(55)·이승철(54)·박명춘(48)씨 등 3명은 중국 국적이고 임경섭(45)…김철득(54)·이명규(62)씨 등 3명은 한국인이다.


이들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시행하고 있는 올림픽대로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공사 지하 터널에서 내부 레일을 철거하다 유입된 강물에 휩쓸린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 구간은 노량진 배수지부터 흑석동 한강현대아파트까지 1.4㎞에 달했고 서울시가 시공사인 천호건설에 발주, 하도급 업체인 동아지질이 작업하고 있었다.


사고는 닷새간 중북부지방을 중심으로 지속된 장맛비 등의 영향으로 한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지하 공사장 안으로 물이 넘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터널 입구에는 한강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막이 설치돼 있었지만 한강 수위 상승에 따른 수압으로 차단막이 오히려 터지며 사고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과 서울시는 터널 안에 찬 물을 빼내는 작업을 진행하며 실종된 인부 6명에 대한 합동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수위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아 9시간이 16일 오전 2시 현재까지도 구조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소방관계자는 "한강 수위가 낮아지지 않아 지금 구조 작업을 하면 추가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현재로서는 계속 배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몰고 온 인재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로 닷새째 중북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며 한강 수위가 점차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시공사 측은 안전 지침 없이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군다나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이날 오후부터 수몰 위험으로 인근 도로 통행이 통제된 곳이었다.


또 물 유입방지 시설(차단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관계 당국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발주처인 서울시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파악하지 못해 관리감독 부실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10시40분께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장에 방문해 "무엇보다 실종자를 찾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운을 뗀 뒤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원인 조사를 명확히하고 그에 따른 책임 규명도 철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조 작업이 끝나는 대로 경찰은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사고 원인과 공사현장의 안전수칙 위반 및 과실 여부, 부실시공 가능성 등에 대해서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의 감독책임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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