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독소조항 거론 ···족쇄로 작용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월호 수사 당시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 압수수색을 제지한 정황과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행보도 빨라졌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6월 검찰의 세월호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 압수수색은 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같은 정황이 사실일 경우,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존에 수사를 하던 직무유기 혐의에 추가해 수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우 전 수석이 압수수색을 제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어떻게 해서 광주지검 수사팀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 압수수색을 한다는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알고 있었던건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는 현행 검찰청법과 내규를 포함해 이른바 우병우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요인이 종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근본적으로는 검찰 수사팀의 세월호 수사 상황, 동향이 고스란히 우 전 수석에게 흘러갔기 때문에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행위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21일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청법 제8조는 검찰의 독립적인 수사에 태생적 한계를 제공하는 일종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이 조항에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적혀있다.

정부부처인 법무부 산하 조직으로 검찰이 기능하게 함으로써 법무부의 수사 개입 여지가 생겼고 자유로운 수사가 불가능해지는 소지가 있다.

청와대에서 어떤 이유로 압수수색 일시 연기를 취지로 법무부에 요구하면 법무부는 수사팀에 이러한 청와대의 뜻을 전달하게 되고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수사팀은 대기업의 증거인멸이나 수사정보 유출 등의 우려에도 압수수색 일정을 조율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상호 견제를 하고 수사만 놓고 보면 '갑을관계'에서 '갑'의 위치로 볼 수 있지만 대체로 '대통령 의중'이 담긴 법무부 뜻을 따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청법에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도록 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뜻이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법조문 자체에 문제는 없지만

압수수색까지도 관여할 수 있는 수사에 무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를 할 때는 반드시 서면으로 사유를 남기도록 하고 몇 년 지나면 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의 견제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행 검찰보고사무규칙(법무부령)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르면 각급 검찰청의 장은 상급검찰청의 장과 법무부장관에게 동시에 법무부 소속 공무원 범죄, 판사 또는 변호사 범죄,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회의원의 범죄, 4급 또는 4급 상당 공무원의 범죄 등이 연루된 사건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

사건 발생보고, 수리보고, 처분보고, 재판결과 등을 하는 식이다. 일종의 정보보고 형태로 'OO사건보고', 'OO동향보고', 'OO신문진상보고'를 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우 전 수석은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라 보고하는 수사팀의 보고내역 취합본 등을 토대로 세월호 수사 내역도 속속들이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사정기관을 통솔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정비서관 신분이었기 때문에 보고된 정보들을 토대로 압수수색 장소와 방어논리까지 '코치'할 수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박영수 특검팀이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본격적으로 수사한다면 우 전 수석이 실제로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는지와 함께 수사 정보를 어디까지 어떤 경위로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일련의 보고체계 뿐만 아니라 '우병우 라인'으로 포진된 법무검찰과 검찰 조직이 총망라된 수사 정보 유출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면 단순히 직권남용 혐의를 넘어선 '검찰 개혁'사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우 전 수석이 인사권을 틀어쥐고 검찰 내 TK인사전횡을 일삼았고 '우병우 라인'이 직보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검찰 내부에서 정설로 통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어떻게 지휘하게 됐는지 세간의 관심을 사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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