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한국인의 유령회사 설립을 가장 많이 중개한 곳은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UBS라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9일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우기 위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한 중개업체는 싱가포르·홍콩에 위치한 UBS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확보한 한국인 설립 유령회사 369개 중 31개를 중개했다"고 말했다.

UBS를 이용한 이들은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이수영 OCI 회장, 박효상 갑을오토텍 등이다. 이들은 이 은행의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받으며 국외비밀계좌를 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UBS에 이어 한국인 고객이 많은 중개업체는 홍콩 소재 '컴퍼니 킷'이란 역외법인 설립업체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모두 29개의 유령회사 설립을 도왔다. 오정현 전 SSCP대표가 대표적인 고객이다.

그 뒤를 독일계 투자은행인 도이치방크(8개), 싱가포르의 최대은행인 DBS(7개) 등이 이었다.

특히 이들 투자은행은 고객의 존재를 숨기고자 차명 주주와 이사를 내세운 유령회사에도 비밀계좌를 만들어줬다. 한국인이 만든 유령회사 369개 중 이런 식으로 차명인을 내세운 곳이 50곳(15%)에 달한다.

뉴스타파는 "이런 차명 서비스는 해당 은행 측과 사전 협의가 없다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국인의 조세회피처 활용 과정에서) 이들 투자은행의 역할을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재진이 직접 유령회사 설립 상담을 받아본 결과, DBS 측은 비밀계좌를 만들고, DBS 이름의 차명 이사·주주를 내세우면 DBS가 국내 주식을 매입하는 것으로 꾸며준다고 설명했다"며 "'검은 머리 외국인 투자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대형 은행이 조세회피처를 활용해 비밀계좌를 권유하고, 차명주주까지 제공해 탈세를 방조하는 등 '검은돈'을 유혹하고 있다"며 "역외탈세를 기술적으로 지원해주는 은행과 로펌, 세무법인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UBS 홍콩지점은 뉴스타파에 "UBS는 영업 지역의 모든 규정과 규칙을 준수하고, 고객에게 세금자문을 제공하지 않으며 어떠한 위반 행위도 저지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서정석기자(papabi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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