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에 대한 오해로 심판 절차진행 등에 대한 잘못된 주장

헌법재판소가 수명 재판관을 지정하여, 쟁점을 정리하고, 준비절차를 진행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 이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탄핵심판에 대한 오해로 심판 절차진행 등에 대한 잘못된 주장이 있다. 이를 차례로 비판한다.

첫째, 신속한 절차 진행이 심판의 공정성을 해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신속성과 공정성은 양립이 가능하다. 원래 모든 재판은 형사소송의 배심 재판과 같이 연일 재판(1개의 사건을 매일 계속 심리하고 재판을 마친 후 다른 사건 시작하는 것) 즉 집중심리 재판이 원칙이다. 우리나라 현재 일반 재판절차(하루에 여러 건의 사건을 동시에 진행하고, 2주일 후 다시 같은 방식으로 심리함)는 소송법에서 예외적인 절차로 규정하였음임에도 사실상 원칙과 같이 운영되고 있는 잘못된 관행이다.

형사절차에서 집중심리주의는 궁극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다는 데 다툼이 없다. 탄핵 심판이 집중심리주의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진실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 신속한 심판과 공정성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탄핵 절차는 준비절차에서 쟁점을 정리한 후 매일 개정하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대전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대전시청 북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는 박 대통령을 조기탄핵해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016.12.23.<사진=뉴시스>

둘째,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인용되고 난 후 대통령과 공범으로 기소된 최순실 등이 무죄판결을 받으면 모순이므로 최소한 이들에 대한 형사재판의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탄핵 절차를 정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 “탄핵심판절차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는 규정과 제51조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제51조의 경우,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송은 진행되지 않고 있으므로 제51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해당되지 않고, 제40조에도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탄핵심판은 민사·형사사건 재판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다.

헌법학자들은 일치하여 탄핵심판은 정치적 사법심판이지만 피소추자의 잘못된 행위가 범죄가 되는 지,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즉 탄핵심판은 공직자에게 부여된 헌법과 법률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해태함으로써, 해당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상실에 이르게 하였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우리 헌법 제65조 제4항에서도 탄핵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 공직에서 파면되는데 그치고 민사상 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여 이를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탄핵심판은 정치적 징계 심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인용을 하기 위한 법관의 심증 정도도 형사의 유죄판결과 다르다.

형사사건의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되므로 법관이 피고인을 유죄판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이 유죄라는 확신(예를 들면, 95%이상)을 가져야 하지만 탄핵심판의 경우, 우월적 증명(예, 60%) 정도면 탄핵의 인용이 가능하다. 판결이 일치하면 바람직하지만 미국에서 O. J. 심슨 사건처럼 형사재판에서는 무죄판결이 선고되고 민사소송에서 심슨이 패소하는 경우에도 모순은 아니다. 이와 같이 형사재판과 민사재판 등 다른 재판에서 법관이나 배심원들에게 요구되는 심증 형성 정도의 차이로 결론도 달라 질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김선택 교수는 탄핵을 인용하기 위한 재판관의 심증 형성은 미국과 같이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 내지 ‘압도적으로 우세한 증거’ 정도의 입증으로 족하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도 재판관에게 확신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사재판 보다 낮은 심증 형성이라도 인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원내각제의 경우, 의원 과반수 의결로 행정권 수반이 불신임되어 물러나고 대통령제인 미국은 대통령 탄핵 결정은 하원의 소추로 상원의 2/3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국회 2/3의 찬성으로 소추된 대통령을 다시 헌법재판소에서 심판한다는 점에서 재판관에게 압도적으로 우세한 증거의 증명까지 요구할 것도 아니다. 상당히 우월적으로 증명이 된다면 탄핵을 인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가사 최순실 등이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하더라도 형사재판과 탄핵심판 사이에서 증명의 정도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이어서 모순이 아니므로 심판절차를 정지할 필요는 없다.

셋째, 탄핵이 기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학자들은 탄핵심판을 통하여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치는 ① ‘헌법국가와 법치(法治)국가’이다. 이는 인치(人治)를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② ‘공직에 대한 공적 신뢰’이다. 이는 해당 공직의 존엄성 내지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보호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의 유형을 미국에서는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즉 ① 공직에 부여된 헌법적 권한범위를 유월하여 정부 타 기관, 특히 의회의 권한을 침해한 경우, ② 공직의 적절한 기능과 목적에 대단히 부적합한 방식의 태도를 취한 경우, ③ 부적절한 목적 또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공직에 부여된 권력을 오·남용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미국과 유사하게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헌법과 법률 위반’은 가벼운 위반이 아니라 공직자를 파면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을 말한다고 한다. 여기서 ‘중대한 법 위반’이란 법치국가·민주국가 원리를 구성하는 기본 원칙에 대한 적극적 위반행위와 같이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헌법위배)과 뇌물수수, 부정부패 같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법률위배) 등이라고 하였다.

이번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 자체(주장)는 이 유형에 모두 해당되어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보인다. 다만 이 주장을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가 있는가이다. 심리를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앞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재판관들이 사실인정을 위하여 요구되는 심증 형성(증거의 신빙성 = 증명)의 정도는 유죄판결과 같이 확신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인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

 

정한중(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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