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일차의료가 튼튼한 원년으로 우뚝서길

모든 병을 '간염'으로 진단하는 그를 마을 사람들은 '간장선생'이라 부르게 되었고, 낮이나 밤이나 왕진 가방을 들고 뛰어다니는 일차의료의사의 애환을 그린 영화다.  

다들 가난한지라 치료비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물고기 몇마리로 대신 받는다. 개봉한 해에 레지던트 수련을 받으며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라 소장하고 있을뿐더러, 본과생들과 '일차의료 실습' 수업때 같이 보곤 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1998년에 개봉한 영화다. 그 해 의약분업의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해이다. 97년 대선에서 당선된 DJ의 개혁아젠다 였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약국에서 진단받고, 의원에서 약을 받았던 관습이 바뀌기 시작하였고,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라는 공식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 법적인 개혁은 사람의 행위와 문화적인 관습을 규율하기도 하지만, 더욱 어둡고 음습한 곳으로 숨어서 주술행위와 같은 미신적 행위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 예가 '주사아줌마'와 '태반주사' '백옥주사' '줄기세포 주사' 등의 시술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항노화, 회춘의 욕망으로 설명되기는 무엇인가 좀 부족한 현상이다. 사람이 문제니까 사람이 문제가 안되게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우선인데, "朴·MB가 문제지 헌법이 왜 문제냐" 냐고 하는 정치모사꾼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앞으로 이런 정치리더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랴?

2016년은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함께 '주사아줌마'로 표현되는 0.1%를 위한 사적의료폐해의 민낯이 드러난 해이다. 의사가 처방하고 간호사가 의료행위를 하여야 한다는 간단한 의료법의 상식조차 청와대에서는 무너졌다. 더군다나 아들딸들을 바다에 생매장한 그 시각, 2014년의 4월16일의 뻔뻔하기 이를데 없는 7시간의 범죄자 박근혜의 유사의료행적들이 낫낫히 국민들에게 하나씩 알려져 가고 있다.

 

필러 성형은 마취나 외과적 절개수술 없이 주사 한 방으로 코의 모양을 바꾼다거나 입술을 도톰하게 할 수 있고 꺼진 볼과 이마 교정시 볼륨감을 주는데 사용된다. 안전한 주사제와 시술법만 확보된다면 간단한 수술로 티 안 나게 성형을 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하지만 미용실이나 '보따리 아줌마' 등을 통해 시술을 받았다가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탄핵이 되어 국정농단의 두 여인이 감방에 있다 하더라도, 간장선생이 왕진하게 하는 일차의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라는 것이다. 내년에는 일차의료가 잘 돼 있어 의료비 부담이 낮은  덴마크 등의 북유럽 모델을 따를지 비용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미국 모델을 따를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게 되며, 특히 질병의 예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대일수록 과거의 전통적 의사-환자 관계를 벗어나 회춘서비스를 위한 주사아줌마를 들여 놓는 시스템보다 간장선생이 왕진하게 하는 서비스 설계가 더 필요할때이다.

다행히 12월17일 한국일차보건의료 학회가 출범하였다. 일차의료의 핵심인  주치의 다학제 팀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고, 내년부터 실시할 장애인 주치의제도의 실질적인 연구의 컨트롤 타워도 맡게 되었다.

새해에는 일차의료가 튼튼한 원년으로 우뚝서길 기대한다. '일차’라는 말은 ‘1차’와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2, 3차 의료기관과 대비하여 의료전달체계의 동네의원을 1차 의료라고 하지만, 숫자 ‘1’ 이 아니라 ‘Primary(일차적으로 중요한)'의 의미로, ’일‘차의료라 표현한다.

2007년에 발표된 Family Medicine 39호에 의하면 “건강을 위하여 가장 먼저 대하는 보건의료를 말한다.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의사 관계를 지속하면서, 보건의료 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하여 주민에게 흔한 건강 문제들을 해결하는 분야이다. 

국가보건의료체계인 영국,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스페인과 사회보험제도체계인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사례 등 선진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은 다르지만 일차의료의 공공성강화가 공통분모임을 알 수 있듯이, 정유년에는 국민들이 무보험상태로 남아 있어 질병이 걸릴 경우 재난적 의료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을 극복하고, 부디 일차의료 인력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공공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홍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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