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해왔던 1/4분기 재정 조기집행이 새로운 경기 부양책?
| 경기 부양 위해 가용한 정책 수단 결여된 한국경제
| 건설․부동산 이외의 중장기적 정책 수단 시급히 마련해야

 

“올해도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은 녹록치 않아 경기회복의 모멘텀이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경제의 활력을 위한 트리거trigger로서,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한 디딤돌로서, 재정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지난 4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재정집행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겠다는 유 부총리의 발언은,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에 드리우고 있는 각종 대내외적 불확실성과 경기 하방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기자회견 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2017.01.07) ⓒNEWSIS

유 부총리는 “재정집행이 민간 경제주체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도록 1/4분기 조기집행 목표달성에 부처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조해 유기적으로 움직여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한 “올해 1/4분기 재정 조기집행이 우리 경제를 좌우할 핵심 요소인 만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재정 조기집행이 2017년 우리 경제를 좌우할 핵심 요소”라는 그의 말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가용한 예산의 총량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연초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면 하반기에는 재정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재정 조기집행이 사상 초유의 일도 아니고, 2003년 이후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재정 조기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재정집행률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의 1/4분기 재정집행률을 살펴보면, 2014년에 28%, 2015년에 29%, 그리고 지난해에는 31%를 기록했다.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리먼브라더스 사태 다음해인 2009년에는 이 비율이 65%까지 치솟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1/4분기에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재정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하반기 예산을 상반기에 미리 당겨쓰는 것은 ‘껍데기 정책’일 수밖에 없다. 이는 올해 하반기에도 경기 활성화 명목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재정의 조기집행은 새로운 경기부양책이라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재정 외에 쓸 수 있는 부양책도 마땅치 않다. 통화정책 당국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올해 세 차례 예정되어 있는 미 연준Fed의 금리인상과 1,3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그리고 중국 위안화 절하 기조 탓에 금리정책을 가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태껏 해왔던 가장 손쉬운 경기 부양책인 건설․부동산 정책을 쓰려 해도 미국의 금리인상과 가계부채가 앞을 막아선다. 이처럼 경기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와중에, 그나마 정부가 1차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부정청탁금지법 개정 정도뿐이다.

결국 지난 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경제부처 합동 업무보고 자리에서 “청탁금지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향후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청탁금지법 도입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 경제부처 합동업무보고에 임하는 황교안 권한대행(2017.01.05) ⓒNEWSIS

부정청탁금지법 기준을 완화할 경우, 매출 감소나 파산, 또는 업종 전환에 시달리는 요식업과 화훼업, 선물수요 등 일부 부문에서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수는 있겠으나, 그러한 움직임이 내수 전체로 확산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손쉬운 건설 및 부동산 경기 부양에 임하는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해왔다. 2017년 한국경제는 장기 경기침체와 대내 정치적 리스크, 그리고 보호무역주의와 사드 배치 강행으로 인한 대외 리스크 등의 악재와 한꺼번에 대면해야 하지만, 부양 수단을 찾을 수 없는 속수무책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껍데기 총력전’ 이외에 비상한 경제 시국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정책 마련에 골몰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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