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진작, 건설부동산 경기부양에서 노동의 가치와 내수 재구조화로

| 일본, 낡은 내수 경기 부양책의 용도 폐기 선언
| 수출의 노동유연화보다 내수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나설 때
| 2017년을 강타할 악재를 내수 재구조화의 호재로 삼아야

 

며칠 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 해소에 대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발언을 실었다.

▲ 동일노동 차등임금 ⓒmorganmckinley.co.uk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5일 일본 경제계 총수들이 대거 참석한 경제단체 신년축하회에서 “2017년은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단행하는 해입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합리한 대우 차이는 용납하지 못합니다”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정규직에 가깝게 올리는 내수 진작 방안에 대해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또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가이드라인 및 이를 위반했을 경우 시정할 수 있는 강제력이 포함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후지오 캐논 회장, 시게노부 일본전산 회장 등 경영자들도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는 현안이며 정부 정책에 호응하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일본이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취급되는 ‘동일노동 차등임금’을 해소하려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함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우리의 내수 경기 부양책에 대한 반성과 노동유연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 낡은 내수 경기 부양책, 건설과 부동산

수출과 내수는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다. 수출이 어려울 때는 내수로 버텨야 하고, 내수가 어려울 때는 수출로 활로를 뚫어야 한다. 이는 두 부문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위기 상황이 오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돌직구뉴스 DB

그러나 우리 내수가 지금까지 담당해온 역할을 보면, 수출이 내수를 뒷받침한 적은 거의 없다. 내수가 독자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보다는 수출을 보조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수출이 어려움에 처하면 원가절감, 구조조정 등 내수를 떠받치는 노동 부문을 경쟁력 확보의 제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한 부양책으로 각종 삽질 정책을 내놓았다. 삽질이란 건설경기와 부동산경기를 말한다. 이처럼 손쉬운 내수 부양책은 나라 전체를 ‘빚으로 공돈을 노리는 로또 공화국’으로 만들었고, 2017년 현재 GDP의 40%에 육박하는 700조 원의 국가부채와 1,3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로 드러나 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본격화된 삽질정책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으며, 박근혜 정부 초기 들고 나왔던 창조경제가 완전히 허구임이 드러난 지금, 내수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으로 비추어 볼 때, 올해에도 우리 정부와 경영계는 내수를 부양하기 위한 방안으로 종전처럼 수출에 방점을 둘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원가절감과 구조조정 등 노동 부문을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정점에 노동유연화가 있다.

 

○ 흐물흐물 노동유연화

노동유연화라는 유연한 용어는 노동의 형태를 장기임시근로, 호출근로, 용역근로, 시간제근로, 파견근로 등 비정규직으로 다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일은 똑같은데, 임금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동일노동 차등임금’이라 부른다.

▲ 노동유연화 ⓒoecd.org

통계청(2014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과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유연화 정책에 대해, 기업과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의 형태를 유연화 해야만 질적 향상을 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사정에 따라 언제든 노동자를 쉽게 해고한 다음, 임금이 싼 비정규직 노동자로 대체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반발한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을까?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과정을 보면, 놀랍게도 두 주장 모두 옳다.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인해 기업과 정부의 대외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한편으로는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실업도 늘어났으니 말이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저임금계층은 432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정규직은 49만 명, 비정규직은 무려 383만 명이다. 우리나라의 임금 불평등지수는 5.14배로 미국보다 심각하다. 이런 결과는 노동유연화 정책이 노리는 질적 향상에서 노동계는 배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유연화가 가속될수록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그럴수록 내수 경기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노동자들은 뭘 사려 해도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유연화 정책의 달콤한 열매는 결코 노동자들의 것이 아니다. 노동유연화의 열매인 비정규직은 노동 정의가 부재한 이 사회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어가고 있다.

 

○ 내적 기반 튼튼히 하는 재구조화 나서야

일본 아베 총리가 경제단체 신년축하회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천명한 이유는 명확하다. 내수를 활성화시키려면 시장에 돈이 돌아야 하고, 시장에 돈이 돌게 하려면 결국 노동자들이 돈을 쓸 수 있게 하는 방법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는 세계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상황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상위계층이 돈을 벌면 그 부가 중하위계층까지 내려간다는 ‘트리클-다운trickle-down 효과’가 이미 작동을 멈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내수를 살리기 위해 각종 통화정책 및 대규모 재정집행 정책이 각국별로 시행되었지만, 그 역시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지난해 세계경기는 다소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및 자국 중심 경제정책, 유로존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 연말에 확대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2017년 세계경기는 그리 밝지 않다.

이는 우리의 수출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더 줄어든다는 것이며, 특히 내수 부문을 수출 부문의 보완재쯤으로 여겼던 우리의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바다 건너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도 모자라 7조 엔(약75조8,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교부금까지 지급해가며 내수 경기 부양에 나섰던 일본이, 결국 경영계가 가장 싫어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격차 해소’를 현실적인 내수 경기 부양책으로 들고 나섰다. 그만큼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이제 우리 정치권이 움직여야 할 때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노동 부문을 수출에 희생시키면서 손쉬운 건설, 부동산 부양으로 계속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노동 부문을 되살려 내적 기반을 튼튼히 재구조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때다.

부채 급증, 미국의 금리인상 등 악화되는 대내외 여건으로 인해 건설, 부동산 경기를 계속 부양할 수 있는 정책적 여력이 고갈되고 있다. 지금까지라면 이러한 상황은 분명 악재다. 그러나 건설,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포기하고 노동 부문의 재구조화를 염두에 둔다면, 지금까지의 악재는 미래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 결정해야 한다. 결정이 늦어질수록 그만큼 국가가 도태되는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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