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최저로 올릴 것인가, 내수 진작을 위해 대폭 올릴 것인가

|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찬반 팽팽
| 결국 수출주도형 시스템 유지와 새로운 내수 진작책 선택간의 문제
| 민주주의는 실험의 장, 새로운 거버넌스 실험에 나서야 할 때

 

세계상위소득데이터베이스WTID, The World Top Income Database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소득 불평등 정도가 세계 최고라는 의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2분기 가계동향분석’ 자료도 이 기록을 뒷받침한다. 상위 1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985만4,535원인 데 비해 하위 1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2만890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차이가 무려 10배가 넘는다.

그런데 하위 10% 가구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세금, 보험료, 이자비용 등을 뺀 소득)은 74만2,122원이었고, 그들이 매달 써야 하는 돈은 122만8,919원이었다. 160만 가구가 매달 31만 원 가까운 적자를 보면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 자료는 가계소비 정체의 주원인이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이며, 내수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저소득층의 소비 및 소득 증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일할 사람이 모자랄 때 근로자의 임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일할 사람이 넘쳐날 때 근로자의 임금은 끝없이 곤두박질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치는 임금도 문제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지경은 사람의 생사가 걸려 있기에 더 큰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자가 받는 임금의 하한선을 국가가 나서서 강제하는 것이 최저임금제다. 최저임금, 높을수록 좋을까, 낮을수록 좋을까? 좋다면 누구에게 좋을까?

최저임금제는 1894년 영국 식민지령 뉴질랜드에서 여성과 아이들의 노동 착취를 방지하기 위해 최초로 실시되었다. 이 제도는 2년 후 마찬가지로 영국령인 호주로 옮겨갔고, 1909년에는 영국 본토에서도 실시되었다. 미국에서는 1912년 메사추세츠 주를 시작으로 도입된 이후, 뉴딜정책을 성공으로 이끈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1938년에 연방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고용과 관련해서, 최저임금제는 줄곧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세계 최초로 최저임금제를 실시했던 영국이 1993년에 이 제도를 폐지했다가 1999년에 다시 도입하고, 경제 강국 독일이 2015년에야 겨우 이 제도를 도입했을 만큼 말이다.

▲ 임금-고용 관계 그래프 ⓒ돌직구뉴스

수요와 공급의 경제학은 지금도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근로자의 고용이 줄어든다”고 가르친다. 정말일까? 먼저, 줄어든다는 진영과 그렇지 않다는 진영의 의견부터 들어보자.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청년층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미 최저임금연구위원회)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의 부비트랩으로 작용할 것이다.”(해리티지재단)
“최저임금 인상으로 10대들의 고용이 감소되었다는 증거는 없다.”(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
“영국 등 지난 몇 년 간 최저임금을 인상해온 국가에서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면서 기존 경제학자들의 견해가 흔들리고 있다.”(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연방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최저임금 인상 연설 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위스콘신) ⓒ돌직구뉴스 DB

최저임금을 높이자는 진영은 근로자의 이직률이 낮아지고, 소비능력이 높아지며, 소상공인들의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편다. 반대하는 진영은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더 줄일 가능성이 있고, 직원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등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래 표는 주요 국가별 시간당 최저임금 비교표이다.

▲ 주요 국가별 시간당 최저임금(2016) ⓒ돌직구뉴스(자료 출처 : OECD)

꼴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 상에 드러난 우리나라의 장기근속자 비율과 근속연수는 회원국 중 꼴찌다. 반대로 임금격차와 저임금노동자 비율, 가계부채 증가율에서는 불명예스럽게도 1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인 추세는 어떨까? 미국 민주당의 전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은 8,370원 수준인 최저임금을 13,6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10,880원 수준인 영국은 2020년까지 15,000원으로 인상하는 계획에 들어갔고, 9,800원 정도인 일본도 12,000원을 목표로 매년 3%씩 올리기로 했다. 심지어 경제난으로 허덕이는 브라질과 러시아조차 각각 11.6%, 20%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적인 추세는 ‘대폭 인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20대 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우리 정치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여야 국회의원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10,000원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약속은 “세계 각국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려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취지이므로 우리도 그런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공약이었다.

그들의 공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있다. 한번 들어보자.

“경제성장률과 명목임금성장률을 웃도는 속도로 최저임금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은 아니다. (중략)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중소기업 50%가 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FKI)

"한국은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한국개발연구원KDI)

우리나라 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개발연구원의 입장으로 보아, 여야 후보들의 공약이었던 10,000원대 최저임금이 가까운 시일 내에 현실화되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주의는 실험의 장이어야 한다.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국가경제는 정부 한쪽의 거버넌스로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정부는 물론이고 노동조합과 각종 시민사회단체, 비정부기구 등을 포함하는 국내 수준의 거버넌스뿐 아니라 세계적 수준까지 아우르는, 그래서 글로벌 거버넌스에 기초한 정치경제적 판단을 내릴 때, 민주주의와 국가경제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수출주도형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최저로 인상할 것인가, 아니면 백약이 무효인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서 국민들이 돈을 좀 쓸 수 있게 할 것인가? 선택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국민의 몫이다.

다만 세계적인 추세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최저임금에 대해 보다 깊고 넓게 파고든다면, 선택은 훨씬 더 현명해질 것이다. 그 선택의 시일,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는 시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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