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감독은 1980년대 대표 연출가

영화감독 배창호가 1일 오전 5시50분께 강남구 분당 한티역에서 선로로 추락했다. 경찰은 배 감독이 투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배창호(62) 감독은 20~30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연출가이지만, 1980년대에 극장에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 영화감독이고, 우리 영화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배 감독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1980년 자신이 쓴 시나리오 '정오의 미스터 김'이 영화진흥공사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어둠의 자식들'(1981) 연출부 조감독으로 일하던 배 감독은 1982년 '꼬방동네 사람들'로 장편극영화 연출에 데뷔한다.

이후 '적도의 꽃'(1983) '고래사냥'(1984)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로 불리며 최고 흥행 감독으로 떠올랐다. 

특히 '고래사냥'은 지금까지도 한국영화사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김수철, 이미숙, 안성기 등이 출연한 영화는 소심하고 용기없는 병태(김수철)가 짝사랑하는 여대생을 향한 구애에 실패하고 고래를 잡으러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병태가 여행 도중 거지 청년 민우(안성기), 벙어리 처녀 춘자(이미숙)를 만나면서 삶을 알아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담아 당시 젊은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작품성 뿐만 아니라 상업성까지 갖춘 배 감독의 연출력은 이전의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것으로 배 감독은 198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연출가가 된다.

이후 배 감독은 또 한 편의 걸작 영화를 내놓는데, 바로 '기쁜 우리 젊은 날'(1987)이다. 안성기, 황신혜 최불암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전형적인 멜로 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일상의 디테일을 세밀하게 파고들어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기쁜 우리 젊은 날'을 보고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들이 현재 충무로에서 한창 활동하는 감독들이다. 이 멜로영화는 단순히 남녀의 사랑만을 담는 데서 나아가 '고래사냥'에서도 그랬듯이 삶이란 어떤 것인지에 관한 배 감독의 생각을 세련되게 담아내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배 감독은 대종상 신인감독상(1982),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1982),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감독상(1983), 대종상 감독상(1985), 황금촬영상 감독상(1987) 등을 받았다.

1990년대 초반까지 왕성히 활동하던 배 감독은 1994년 배창호 프로덕션이라는 독립제작사를 설립하면서 작품수가 줄기 시작하고, 흥행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러브 스토리'(1996) '정'(2000) '흑수선'(2001) '길'(2006) '여행'(2010) 등을 내놓으며 흥행감독에서 독립영화 감독으로 변신 아닌 변신을 했다.

배 감독은 최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면장애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얼굴에 찰과상을 입고 119에 의해 강남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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