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변호인은 물론 국민들도 아직 일희일비 할 것은 아니다

오늘 특검이 청구한 삼성그룹 부회장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나는 어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몇몇 단톡방에 올린 적이 있다. 어떻게 예상했느냐고 여러 사람이 문의를 한다.

몇 년 전에 나는 아주 훌륭한 판사로부터 판사들이 사직을 하고 삼성에 입사하는 동료 판사를 부러워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영장을 기각한 나의 연수원 동기 조의연 부장판사가 지금 시중에서 떠도는 식으로 삼성의 입사나 사외이사 취임, 개업 후 사건 선임 등을 염두에 두고 그런 결정을 했을 리는 없다고 믿는다.

430억원대의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의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17.01.19.<사진=뉴시스>

판사들은 부정하겠지만 지금까지 국민들의 눈에는 판사들이 영장재판이나 본안재판(유죄, 무죄를 가리는 재판)에서 일반인 사건에 비할 수는 도대체 있을 수 없고 심지어 권력 보다 재벌에 더 관대한 재판을 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판사들과 국민들의 인식 차이가 심하다. 법률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차이의 이유가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괴리의 요인을 법원 내부에서 제공하여 법원이 반성해야 할 점을 살펴보자.

우선 판사들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 일반 국민이 피의자나 피고인이 되었을 때 보다 권력자나 금력을 가진 자가 피의자나 피고인이 되었을 때에 판사들이 훨씬 더 신중하게 구속의 요건(범죄의 혐의, 도주우려나 증거인멸의 염려)을 판단하거나 유죄 심증 정도를 높게 설정한다. 즉 판사들은 권력, 특히 금력을 가진 자의 사건에서 불구속 수사와 재판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에 훨씬 충실하다는 것이다.

이재용 영장 심사를 예를 들면, 물론 수사기록이 방대한 점도 있지만 일반인 재판과 신중성 측면에서 너무 차이가 있다. 일반인이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다른 여러 사건과 같이 심사를 하고 당일 일찍 결론을 낸다. 하지만 어제 판사는 이재용 사건 하나만 영장실질심사를 하였고, 다음날 새벽에 결론을 냈다. 권력자들에 대한 영장 결정도 그와 같이 신중함을 종종 목격한다.

물론 권력자나 재벌 등이 사회나 회사 구성원들에 미치는 영향이 일반 국민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심리에 대하여 비난할 바는 아니지만 일반국민과 형평성에 너무 차이가 있다. 큰 도둑은 무죄이고, 작은 도둑은 유죄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불구속수사와 재판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을 평소에 일반인에게도 일관되게 관철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전관예우의 문제가 있다. 판사나 검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개업을 하지 않아 전관예우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는 판검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사직 후 개업이나 취업을 할 수 있다.

전관예우라는 말이 시중에 떠도는 이상 영장이나 본안 재판에서 일반 국민과 재벌에 대한 원칙의 적용이 달라지면 국민들은 당연히 판검사들의 사직 후 처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전관예우의 근원적 근절을 위한 해답(개업이나 취업의 제한 등)을 모색하여야 한다.

또 대법원이 판사 한 명이 심사하는 영장재판에 대한 불복을 부정하는데 문제가 있다. 합의부인 상급심에서 단독판사 결정의 타당성 여부를 심사하여 영장 발부나 기각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법관의 영장 기각이나 발부의 이유가 매우 간략하여 그 기준을 알 수 없고, 법원이 다르거나 같은 법원이라도 각 법관 마다 기준이 다르면 그 결정에 대하여 국민이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영장담당 판사는 수소법원(유, 무죄를 판결하는 재판부)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결정에 불복할 수 없다고 판결해 왔다. 그러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법률전문가들 조차 영장판사와 수소법원을 구별하가 어렵다.

그냥 어떤 법원의 판결(결정)이 났다 정도로 알고 있는데, 영장판사의 재판에는 불복할 수 없고, 수소법원의 재판에는 불복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은 법률전문가는 물론 국민들의 법감정에 반한다.

둘째, 그 차이의 요인을 제공한 변호사들도 문제이다.

즉 일반 국민이 선임한 변호사와 재벌 등이 선임한 변호사들의 수는 물론 개별 변호사의 노력 등 성실성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일반인이 선임한 사선변호사들도 선임료 차이에 따라 변호사들의 성실성 차이가 매우 심하다.

나아가 국선변호사와 재벌이 선임한 변호사의 성실성 여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인지상정인 면이 있지만 이런 현상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불신의 요인을 변호사 업계 쪽에서 제공한다는 점에서 변호사들이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셋째, 국가도 그 요인을 제공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헌법상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해서는 그냥 변호사를 형식적으로 선임하거나 국가에서 선임해 주는 정도에 머물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몇 십 년 전에 이미 선언했다.

따라서 성실하지 못한 변호로 인하여 유죄판결을 받았음을 피고인이 입증하면 유죄판결을 파기하는 판결도 있다. 나아가 미국 주대법원 판결은 주정부는 국선변호사가 성실히 조력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국선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예산을 수립하여야 하고, 사건도 적당히 배당하여야 함을 선언했다.

재벌들이 선임한 변호사들 못지않게 일반 국민들이 선임한 변호사나 국선변호사의 성실성을 보장하여 그 갭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불성실한 변호인의 징계를 넘어서 그로 인한 유죄판결을 파기하여 다시 성실한 변호인의 도움 아래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야 하고, 국선변호사비의 현실화와 적절한 사건 배당을 위해 관련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의식 구조도 문제이다. 구속영장의 기각은 무죄가 아니고, 구속영장의 발부는 유죄판결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유죄, 기각되면 무죄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아직 이런 인식의 차이를 법관들도 무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법원은 불구속 수사와 재판의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불구속 재판을 받다가 법정에서 구속되는 예도 상당히 많다. 즉 구속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재용 사건의 구속 여부는 물론 기소 여부도 박근혜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탄핵 사유는 이미 충분하다. 설사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탄핵을 원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구속기소를 원하지만 일반 공무원도 불구속 기소만 되어도 파면 등 징계를 할 수 있고, 실제 많이 한다.

박근혜 탄핵심판도 본질은 형사재판이 아니고 징계재판이다. 이재용의 변호인은 물론 국민들도 아직 일희일비 할 것은 아니다.

 

정한중(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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